소강석 목사 "나의 삶 자체가 시였고, 문학이었다"
영혼을 노래하는 시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지난 7월 3일 경기도 양평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을 찾아 특별한 문학 강연을 펼쳤다. 올해 황순원 문학촌이 국내 예술 문학계의 최고 거장들을 초청해 진행하고 있는 '2025 소나기마을 문학교실'에서 소 목사는 시인 정호승, 배우 배종옥, 소설가 이순원 등과 함께 7월 강연자로 선정됐다.
이날 소 목사는 '영혼을 담은 시 쓰기'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자신의 삶 속에 평생을 함께한 시를 향한 열정과 사랑, 예술에 대한 본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공유했다. 무엇보다 목회자로서 종교와 예술을 서로 넘나들며 신의 존재와 인간의 구원에 대한 증언을 시로 정립하며 얻었던 문학에 대한 개인적 정의를 소개했다.
강연이 열린 황순원 문학촌 1층 도서관은 소 목사를 보기 위해 몰려든 전국의 문인들과 기독교인들로 일찌감치 자리가 가득찼다. 강연에 앞서 전국 시낭송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양종렬 시인과 이영실 시인이 소 목사의 대표 시 '풍경'과 '윤동주 문학 앞에서'를 낭독했다.
이날 소 목사는 시에 대한 본인의 경험 뿐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의 시의 흐름, 시를 쓰는 기술 등 다양한 부분을 강연에 녹여냈다. 스스로 문학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를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 내용은 매우 전문적일 뿐 아니라 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창출할 정도의 높은 식견이 돋보였다.
어린 시절 그를 시의 세계로 끌어 들이게 한 것은 바로 '죽음'에 대한 경험이었다. 상여까지 멜 정도로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도했던 소 목사는 늘 인생의 의미와 영혼의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왔다고 했다.
이런 의문은 소 목사를 목사로 이끄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종교적 소명으로 신학교에 입학했고, 이로인해 한때 시의 세계와 멀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종교인으로서 문학적 본성을 재창출해 내며, 13권의 시집을 출간한 중견 시인으로 우뚝 섰다. 종교인이 단순 취미를 넘어 프로 문학계에서도 손꼽히는 시인이 된다는 것은 사실 소 목사가 거의 유일한 사례다.
소 목사는 "맨손 맨발 맨땅에서 새에덴교회를 개척하고, 소명의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문학과 멀어지게 됐다. 그때의 삶은 오직 기도, 오직 전도 뿐이었다"면서 "그런 나를 다시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 내신 분이 김신철 시인이었다. 이후 정호승 시인, 김종회 교수를 만나며 본격적인 나만의 문학 세계를 열었다"고 회고했다.
'시'에 대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라 정의한 소 목사는 시의 가장 특징으로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초월성을 꼽았다.
소 목사는 "우리는 지금도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를 만나고, 심지어 조선시대의 윤선도와 소세양, 황진이까지 만나 영적 교감을 이룬다. 시는 시인의 영혼이 살고 있는 집이다"며 "우리 모두는 시적 본성을 갖고 태어났다. 우리 인생은 한 폭의 시다. 사람으로 태어나 시를 알고 시를 창작하며 산다는 것은 너무도 아름답고 찬란한 행복이다"는 설레임을 전했다.
시를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시는 인간 본연의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하는 심장에 가장 가까운 언어"라며 "시인은 순수한 정신, 문학적 귀족성을 결코 잃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강연을 끝까지 경청한 김종회 교수는 "시 창작론을 이렇게 깊이 있는 강의를 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몇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소 목사님은 가슴에 뜨거운 용광로 같은 열정이 있는 분이다"며 "시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 그의 강의는 단연 독보적이다"고 극찬했다.
한편, 소강석 목사는 윤동주 문학상, 천상병 귀천대상에 이어 지난해 9월 제13회 황순원 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소설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 작가는 김동리, 김승옥 작가와 함께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꼽히며, 그의 작품은 절제미의 최고 절정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