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시평] 심만섭 목사의 ‘총성(銃聲)을 멈춘 성탄절’

입력 : 2022.12.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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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다. 예수님이 임마누엘로 오신 것이다. 이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사람들에게는 평화를 주시기 위함이다. 정말 우리들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임마누엘의 삶을 살고 있는가? 어떤 때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을 보아도, 하나님의 다스림과 통치를 받는다기보다는 자신을 더 드러내고, 하나님의 뜻보다 자신의 주장이 앞서가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혹은 하나님보다 먼저 세상의 허다한 것들을 앞세우는 모습들도 본다. 복음보다 사상과 이념, 정치적 견해, 지역색, 세속적 가치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를 허물어트리는 악한 일들에 동조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그가 영()에 속한 것인지, 아니면 육에 속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또 우리에게 평화의 모습은 있는 것인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화평(평화)케 하는 하나님 자녀의 성품은 있는가? 어떤 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사납고, 거칠고, 막 나가고, 일방적이고, 자기 우월적이고, 상대를 무시하며, 하나님을 자신과 동격으로 여기는듯한, 매우 모독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전혀 잘못했다는 마음이나 사과하는 것에 인색한 것을 본다.

 

우리는 성경 속에서 많은 인물들을 만난다. 그들 가운데 한때는 하나님께로부터 귀하게 쓰임을 받았지만, 나중에 사단의 조종을 받고 영적인 분별력이 떨어져, 하나님께 버림받은 교만한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2022년 성탄절을 맞으면서, 성도(聖徒)된 우리의 모습을 겸손하게 하고 그 행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연 주님의 다스림을 받는 참된 제자의 삶을 살고 있는가? 하나님이 말씀하신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지켜 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다툼이 없는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역사를 살펴보면, 성탄의 주님은 전쟁 가운데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멈추게 한 적이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141224일 성탄절 전야인데, 이날은 이상하게 총을 쏘고 대포를 발사하는 일이 없이 잠시 조용해졌다.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독일군 부대에서 먼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찬송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다. 이때의 상황을 프랑스군 병사는 자기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10시경 독일군이 찬송을 부르니, 우리들은 프랑스 국가(國歌)를 부르고, 독일군은 다시 자신들의 국가를 부르고, 우리는 출정가를 불러 서로 응답하면서, 남자 수천 명이 노래를 부르니 마치 동화(童話)같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죽음의 한복판 전장(戰場)에서 연속적으로 이뤄졌다. 그래서 전투를 쉬고, 적군을 향하여 총을 쏘는 대신 노래를 부르고, 서로 휴식시간을 갖고, 상대편을 찾아와서 고향을 묻고, 담배를 권하고 초콜릿을 나눠주고 기념품을 교환하고, 심지어 자신들이 받은 훈장까지 바꾸었다고 한다. 이런 성탄절 휴전을 경험한 병사들이 10만 명이 넘었다고 하니, 주님께서 주신 성탄의 평화가 얼마나 대단했는가!

 

사납고 날카로와진 우리의 모습을 평화로 바꾸면 어떨까? 먼저 상대편의 입장을 바꿔 놓고 배려해 보자.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내가 누구를 비판하고 판단할 일이 있을 때, 상대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그가 기분 나쁘지 않을까? 억울하지 않을까?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까? 상대편의 명예와 인권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그가 속한 공동체를 허무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되므로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은 아닌가? 이런 성숙한 생각들이 평화를 만들어 간다고 본다.

 

그리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기죽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은 잘하는데, 다른 사람이 나보다 낫다고 인정하는 것을 배우고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누구라도 나보다 나은 점이 있다.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2:3) 우리가 겪는바 평화(화평)를 깨는 요인은 남을 무시하는데 있다. 남은 변두리에 두고 자기가 중심에 서려는데 있다.

 

성탄의 주로 오신 예수님은 본체(本體)가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종()의 형체로 오셔서 사람의 모습으로 낮추시고, 하나님께 죽기까지 순종하셨다. 이런 주님을 닮지 않고는 성탄의 참 평화를 맞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총구(銃口)를 겨누고 있는가? 그 총을 내려놓아야 한다. 미움과 시기와 분쟁과 다툼을 멈추고, 남의 처지를 나의 처지로 바꾸는 마음과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낮아진 마음으로, ‘고요하고 거룩한 밤을 진심으로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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