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들려오는 소리
2016/06/30 11: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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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 옥 간사 / YAM(부산청소년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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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여름이다. 세상은 짓푸른 나뭇잎들의 녹색 은총으로 빛나고, 칸나, 양귀비, 패랭이, 접시꽃 등의 붉은 꽃이 섬광처럼 하늘 향해 불꽃으로 타오른다. 그렇게 여름은 녹색의 은총과 붉은색의 은총으로 메마른 사막 같은 세상을 생기로 일렁거리며 빛으로 살아있음을 일깨운다.
어디선가 곳곳에서 여리고성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마다 견고하게 진치고 있던 가슴속의 여리고성이 무너지는 소리다. 이 소리야말로 한여름이 들려주는 은총이다. 하늘의 소리다.
하늘을 울리는 큰 소리, 천둥이다. 벼락이 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땅에만 관심을 쏟던 영혼들은 잠시나마 두려움에 하늘을 바라본다. 그 번갯불 속에 은밀하게 숨겨졌던 치부가 드러난다. 아, 이대론 죽는다는 지나온 삶에 대한 자책이 오히려 섬광처럼 번뜩이는 영감으로 떠오른다. 그때 어린양의 피가, 우리 어둔 영혼의 문설주에 우슬초로 뿌려진다.  
여름날의 붉은색의 은총이다. 자연 붉은 줄을 여리고 성벽에 내리고 이스라엘 민족을 숨죽이며 기다렸던 기생 라합이 떠오른다. 기생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주막을 찾아온 여리고 군인들의 이런저런 소문을 들으며 이스라엘 하나님을 이미 듣고 알고 있었다.
때마침 두 이스라엘 사내가 자신의 주막으로 정탐하러 왔다. 하늘이 열려 하나님을 이미 알고 있던 라합의 눈엔 이제 땅의 눈도 열렸다. 살몬이라는 사내를 보는 순간 번개가 치는 듯 몸이 떨리고 심장이 마구 뛰어댔다.
그렇게 그들의 저 숨이 막히도록 뜨거운 사랑의 드라마가 시작된 것이다. 서로의 약속은 이루어졌다. 그 밤에 성벽에서 줄로 달아 내린 붉은 줄이 증표가 되어 이스라엘 민족이 이 성을 쳐들어 오는 날 이 창가에 붉은 줄을 그대로 드리워 내리도록 한 것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이스라엘 민족은 여리고 성에 도착하여 여섯 번을 침묵하며 돌고 마지막 일곱째 날, 함성으로 그토록 견고한 여리고 성벽을 무너뜨린다.
하늘이 빚어낸, 하나님의 섭리. 그렇게 하여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어두운 환경의 기생이었던 그녀는 마침내 예수님의 족보에 들어가 구세주의 조상이 된 것이다. 하나님의 구속사가 혈통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믿음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녀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는 상천하지(上天下地)에 하나님이시니라”고 고백하였다. 하나님께서 온 우주를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유일하신 하나님이라고 고백한 것이다. 기생 라합은 하나님의 구속사를 꿰뚫는 혜안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확신하는 믿음이 있었다. ‘넓다, 크다, 확 트이다’라는 라합의 뜻처럼, 그녀는 생각과 믿음이 넓고 큰 사람이었다
이렇게 생명을 구원받은 하나님의 은혜와 남편의 축복까지 받은 라합은 자녀인 보아스를 신앙으로 잘 양육하였으며 이는 보아스가 이방 여인 룻을 보았을 때, 믿음으로 하나님을 택한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며느리 룻도 시어머니 라합과 더불어 여호와 신앙을 더욱 돈독히 믿음을 전수한 결과 이 유전은 결국 다윗을 낳은 예수님 족보의 조상이 되는 명예를 얻게 되었다. 비천한 라합이 예수님의 가계의 족보에 올랐다. 죄가 깊은 곳에 은혜가 깊다 했나? 거짓과 술수와 공포와 쾌락이 판을 치는 죄악이 관영한 이때야말로 그녀처럼 풍문으로라도 하늘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창녀 막달라 마리아 역시 뜨거운 사막으로 들어가 회개하며 주님 향한 사랑으로 삶을 마감했다 한다. 그래서 도나텔로는 막달라 마리아를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 늙어 회개하며 고행하는 주름투성이의 구도자로서 조각했다. 그러나 기도하는 손의 형상만큼은 젊고 섬세하고 고결하게 표현했다. 그것은 피폐한 육체 속에 깃든 영혼의 숭고함을, 불멸성을 나타낸 것이리라.
오늘도 여름만이 뿜어내는 녹색과 적색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바람이 분다. 긍휼의 바람이다. 태우는 소멸의 바람이다. 다시 새생명으로 태어나는 바람이다. 어서 붉은 줄을 내릴 일이다. 저마다 하늘의 소리 들으며 자신의 영혼 깊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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