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예장합동측 평양노회 관련자들이 지난 달 31일 서울 서초구 명달로 산정현교회에서, 77년 전에 신사참배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죄인으로 몰아 목사직을 면직한 주기철 목사에 대해 목사직을 복권하고, 평양 장로회신학교 졸업생 명부에 복적하는 감사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대관절 이들이 무얼 감사한다는 것인지, 병주고 약주는 격이다. 무조건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들이 마치 시혜를 베푸는 듯이 하고 있다.
1938년 조선예수교장로회 제27회 총회는 일제의 태양신 천조대신을 숭배하는 신사참배가 신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교회가 앞장서 동방요배와 신사참배를  결의했다. 이에 신사참배는 태양신 우산숭배라며 총회의 결의를 반대한 반대파 목사 장로들은 총회의 결의에 따라 교회에서 추방당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당시 평양 산정현교회를 맡고 있던 주기철 목사였다.
그런데 1945년 해방이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신사참배가 한국기독교가 저지른 가장 큰 범죄이고, 그것을 반대한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신앙의 정통성을 지킨 사람들임이 밝혀진 것이다. 그럼에도 신사참배의 범죄를 주도한 지도자들에 대한 책벌은 어디에도 없었고, 심지어 태양신 신궁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목사들도 해방 이후 교회를 맡아 죽을 때까지 목회를 했다. 평양노회도 주 목사에 대한 ‘해벌’을 외면했다. 이미 죽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동안 주 목사를 면직한 평양노회는 통합측과 합동측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그런데 주 목사를 ‘시벌’한 주모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나 죄책 고백 없이, 그들이 이제와서 주 목사의 목사직을 ‘복권’시킨다는 뜻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고인이 된 주 목사가 그 목사직을 무엇에 써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 평양노회가 주 목사를 복권시키지 않았다고 하여 한국교회에서 주기철을 목사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한국교회 신사참배 문제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주기철 목사의 목사직 복권으로 어물쩍 신사참배 문제가 역사의 한 면으로 넘어간 것쯤으로 여긴다면 이 또한 한국교회의 신앙적 순수성을 호도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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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철 목사에 대한 ‘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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