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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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라는 말을 한자어에서는 숨을 은(隱), 물러날 퇴(退)로 읽고 있다. 절실하게 와 닿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한마디로 은퇴했으면 조용히 물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사회가 고령사회로 가면서 현역에서 은퇴한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은퇴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도 당연한 사실로 받아 드려지고 있다. 그러나 역시 은퇴는 은퇴로 받아져야 한다. 은퇴를 하고서도 무엇을 하겠다고 노욕을 부리는 모습은 추하고 볼썽사납기만 하다. 은퇴했으면 내려놓고, 포기하고, 양보하고, 비우는 자세로 일상의 모순을 걷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은퇴한 교계 목사 장로들이 연합으로 기도모임을 가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국가와 사회, 교회와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고,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은퇴자의 참 좋은 역할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은퇴한 사람들이 무슨 단체 이사장을 맡고, 무슨 선교기관과 연구소를 설립하고, 공기관과 연합기관의 임원과 이사, 감사 등등을 맡는가 하면, 사무실을 번듯하게 개설하고 신분을 과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노년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서는 평생 동안 닦아온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자문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여유롭게 가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느 교회의 예(例)로서 자신이 개척하여 크게 성장한 교회를 은퇴하고 아들에게 후임을 세습하였지만 여전히 설교도 자주하면서 더 나아가 교회행정에 사사건건 간섭을 많이 했다고 한다. 원로목사의 간섭이 너무 지나쳐서 참다못한 당회는 법원에 원로목사의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교회는 원로목사의 사무실을 교회에 마련해 주어 매일 출근을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후임 목사청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해외 선교한다, 연구소 운영한다, 연합단체 사역 한다 는 등 여러 모양으로 자신의 활동에 대해 교회에 재정지원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는 은퇴한 목사의 무리한 행패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은퇴한 장로가 시무 당회원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면서 교회행정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냉소적인 비판을 일삼는 경우가 있다. 교회의 정책과 사역, 행사 등에 대하여 후배 당회원이나 집사들이 잘 해 나가기를 바라고 협력하고 기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때로는 당회가 결정한 일에 대하여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교인들을 선동하는 은퇴 장로도 있다. 은퇴장로가 교회 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교회발전에 전혀 유익하지 못한 일이다.
내가 개척한 교회인데, 내가 부흥시킨 교회인데, 내가 오랫동안 목회한 교회인데... 라고 하면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교회 운영에 간섭하려고 하는 은퇴목사는 자숙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은퇴한 장로도 마음을 비우고 후배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교회행정에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 여전히 시무장로처럼 간섭하고 따지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모름지기 은퇴를 했으면 편안하게 기도와 성경연구에 심취하여 지난날을 회고하며 조용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좋겠는가. 고불사지심(高不事之心, 은퇴한 것을 고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실로 숨을 은(隱) 물러날 퇴(退), 귀감이 되는 이 글귀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드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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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숨을 은, 물러날 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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