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본고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 목사)가 지난 9월 6일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개최된 제34차 열린대화마당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가?’에서 이세령 목사가 발제한 ‘한국교회 개혁의 방향’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주>


1.jpg
 

위기를 말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내년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다. 때를 맞춰 교회들은 일제히 교회의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 앞에 닥친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개혁의 방향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예수 그리스도는 복음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복음의 기초 위에서 오늘의 교회 현실을 가늠하고 개혁의 방향성을 타진해야 한다. 엉킨 실타래와 같은 한국교회 현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복음이라는 중심 주제를 따라 한 걸음씩 새롭게 걸음을 옮겨가야 할 것이다. 교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복음만을 전하는 교회인가?
교회는 복음만을 소유하고, 복음만을 전할 사명이 있다. 500년 전에 루터는 면죄부에 대한 95개 논제를 서술하는 중에 제62조에서 "교회의 참된 보화는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의 가장 거룩한 복음이다"라고 진술했다. 교회는 이런 복음의 보화만을 증거 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세상 나라나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오직 복음만을 전하고, 복음에 근거한 교회를 세우고, 복음만이 지배하는 교회질서를 만들고, 복음에 합당한 나그네의 삶을 세상 속에서 살아내도록 성도들을 양육하여야 한다. 과연 오늘의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복음만을 전하고 있는가? 기복신앙과 세상의 이념들과 물신(맘몬) 지향적인 설교들이 강단을 차지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설교를 들은 성도들은 성공, 교회는 수적 성장이란 가치만을 추구함으로써 복음의 본질이 왜곡될 위험이 농후한 현실임을 부인하기 어렵지 않은가? 오늘 교회가 놓인 현실 속에 성경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을 번역하고, 적용하는 참된 설교가 건강한 성도와 교회를 세워 갈 것이다.

2. 회개 없는 세례의 중단: 교회 회원권을 강화하라
참된 회개도 없이 기복 신앙의 설교를 듣고 교회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교회는 세례를 베풀어 왔다. 회개의 참된 증거, 거듭남의 증거도 없이 (학습과) 세례를 베풀어서 교회의 정식 회원으로 받음으로, 세례는 통과의례일 뿐 진정 거듭남과 성화의 동력과 동기도 없는 성도들을 양산해 왔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 '버리고 따르도록' 하셨다.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고향 땅과 친척과 아버지 집을 떠나 약속의 땅과 번성과 새로운 이름의 권위를 주시는 나라로 나아갔다.
오늘 한국교회에서 복음을 듣고 나아온 무리들에게 세례를 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죄와 죄의 습관과 영향력 및 세속적인 세계관을 끊어버리는 참된 회개가 없다. 따라서 세례를 베풀 때에 일정한 교육만이 아니라 회개의 구체적인 증거로서 버림이 있는 삶을 사는지, 주변에서 그런 삶을 사는 사람으로 드러나는 지를 확인하고 세례를 베풀어야 한다. 

3. 죄를 대항하고 이겨내는 참된 믿음의 결여를 극복하라
성공의 복음은 성도들이 죄와 대항하는 연습을 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결과는 실패와 좌절 앞에서 쉽게 좌절하게 만든다. 죄를 이겨내는 복음의 능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회개와 권징이다. 성공은 모든 것을 덮고, 교회에 헌금하는 교회당 중심의 신앙생활로 면죄부가 주어지는 오늘의 현실은 죄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극복하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성도들이 자살의 유혹 앞에 쉽게 무너진다. 우리의 생을 통해서 죄를 이기고 의를 이루는 삶으로의 부르심의 복음이 없기 때문이다.

4. 목회자들의 성윤리 부재 극복 방안을 찾아내라
목회자들의 성윤리의 상실은 철저한 세속화의 결과이다. 물질 중심과 성공 중심의 목회 철학을 가진 목회자들은 성도들에게 삶의 참된 과제를 제시하지 않는다. 거룩과 의로움,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성공한 교인들을 데리고 치리를 어떻게 할 것이며, 또한 약한 교회들이 어려워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외면하면서, 대형화된 교회의 목사들이 어떻게 그들의 약함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 불거진 목회자들의 추문은 잘못 이해된 복음이 지배하는 교회의 현실을 반영한다. 죄를 제어하고 다스리는 데 필요한 치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교회 속에서 성도들은 자신의 잘못을 제어할 길을 찾지 못한다. 목회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의 거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권징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교회가 연합하는 자리에 이르게 되면 모든 교회가 공동으로 바른 치리를 시행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될 것이다.

5. 교회당 중심의 신앙생활을 벗어나라
그러므로 회개가 없는 세례를 받은 성도들은 기복신앙이 선포되는 교회 안에서만 인정되는 신앙생활에 머물도록 교회당 중심의 신앙생활만을 강조당하기 십상이다. 삶의 자리에서 거룩한 생활로 나아가도록 격려  지 못한다. 이렇게 형성된 교회당 중심의 신앙생활은 죄와 싸우는 성도들을 위한 삶보다는 성공과 성장을 위한 삶을 지향하게 되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부자와 출세와 치유와 건강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이런 증거를 가진 자들이 직분자의 자리에 앉게 되고, 교회를 주도하게 됨으로써 교회는 더욱 성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달려가게 된다.
목회자가 성도들의 죄를 다스리는 권세를 행사하지 못하고 세상적인 성공의 설교나 권면을 하는 일에 만족한다. 그리함으로 교회에 성공한 사람들이 가득차기를 바라고, 계속해서 성장하기를 바란다. 교회는 이런 ‘성공한’ 목사들을 찾는다. 목사를 참된 복음의 선포자로서 받아들이기 보다는 교회를 성장시킬 수 기술자로 간주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목사들의 태도와 교회의 분위기를 보면서 자라는 목사 후보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는 명약관화하다. 그 결과 교회는 세상의 가치와 구별된 거룩한 공동체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의를 도모하고 죄를 다스리는 심방과 목회, 하나님의 의를 추구하는 직분자들로 구성된 치리회로의 회복이 절실하다. 

6. 이명증 부활과 실종된 공교회성 확립
무조건 ‘내 교회’로 모여들면 그만인 것이 오늘의 교회 현실이다. 교회 간에 지켜야 할 질서는 없다. 등록한 성도들이 다양한 이유로 교회를 옮겨갈 때, 지켜야 할 질서는 완전히  무시되어 왔다. 이명증도 없이 쇼핑 장소를 옮기듯이 성도들이 교회를 옮겨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음의 열매인 성도들이 교회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정당한 절차를 밟게 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성도로서의 삶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교회간의 교제를 이어갈 수 있다.
무질서한 수평이동은 교회 성장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되었지만, 그러나 최근에 이단 대처에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 가만히 들어온 여우가 포도밭은 무너뜨리는 일은 이명증 하나만 있었으면 절대로 가능하지 않는 일이었다. 복음에 기초한 공교회 됨을 서로 확인하는 절차가 이명증이다. 참된 복음의 열매인지를 교회들이 서로 확인하고 감사하고 하나님이 하신 일을 찬송하는 것이다. 이런 공교회적인 질서의 표지를 성장이란 이름하에 사라지게 한 결과 이단에 속수무책으로 넘어지게 되었다. 교회들마다 신천지 추수꾼들은 오지 말라고 광고하는 것은 공교회 됨을 잃어버린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7. 공교회성의 회복과 대형교회 지향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형교회는 성공과 성장의 특별한 결실이다. 산업화와 강남 개발 및 신도시 개발과 같은 인구 유동 및 밀집적인 아파트 문화가 원인이 되어 대형교회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왜 이 시점에 사람들이 교회로 몰리게 되었는가? 성장 중에 있는 한국 사회에 교회는 성공의 복음을 선포하는 종교가 된 것인가? 떠남이 없이 계속해서 자신의 성공을 추구하는 일을 채찍질해주는 종교가 기독교가 아니었던가?
교회의 성장에는 전도와 수평이동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전도의 결과가 복음이 요청하는 세속적 가치를 떠남과 회개가 없는 세례를 양산한다. 그리고 또한 수평이동에서 교회적인 질서가 무너진다. 교회당으로 찾아오면 슈퍼마켓에 손님이 오듯 그냥 환영한다. 어떤 삶의 배경과 신앙생활을 했는지를 묻지 않는다. 이전 교회들의 수고와 섬김을 배려하지도 않고 자신의 영광과 성장만을 위한 대상으로 수평이동이 진행된다. 이명증 없는 수평이동의 무질서가 주변의 교회들을 황폐화시킨다.
대형교회는 성공과 성장이 만들어내는 복음이 아닌 신화에 목마른 사람들이 몰려간다. 이명증 없는 성도들의 이동으로 형성된 대형교회들은 복음의 선한 질서인 공교회성을 끝내 무너뜨린다. 이명증 없는 수평이동을 즐겁게 누리던 대형교회들, 개교회 성장만을 추구해온 교회들은 공교회적 질서를 중시하지 않는다. 성장이 새로운 표준이 되어서 작은 교회들도 이런 무질서에 지배당한다. 결국 교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교회성을 상실한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학술/ 한목협 제34차 열린대화마당 ‘한국교회 개혁의 방향’(1)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