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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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엘서>가 그리는 “압살롬의 난”은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신앙적 교훈 말고도 많은 것을 읽게 하는 인간드라마이기도 하다.  
예루살렘 성문 거리에서 백성의 불평을 부추기며 자신이 더 나은 정부를 만들어 보겠노라며 선동해온 “압살롬이 이스라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15:2) 이스라엘 백성이 모두 압살롬에게 기울었다는 전령의 귀띔을 접하자 다윗은 예루살렘에 있는 신하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자신도 성을 떠난다.
그러나 다윗은 종교지도자들이 법궤를 메고 따라나서는 것을 보고서는 돌려  보낸다. 민심이 동요하는 그때야말로 법궤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시점 일터인데도.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온 것은 다윗 자신이었다. 그러나 아니 그랬기에, 다윗은 법궤를 전리품이나 왕위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하지 않으려 했을까. 머리를 가리고 맨발로 올리브 산을 오르며 계속 우는 다윗. 요단강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을 만난다. 다윗을 저주하는 시무이의 작태는 오히려 다윗을 따르는 이들의 면면을 두드러지게 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장면이 두고 온 예루살렘으로 바뀐다. 예루살렘의 주인은 압살롬이 되어 있고 다윗에게 실망한 아히도벨이 그를 돕고 있는 판에, 후새가 얼굴을 내민 것이다. 관객은 그를 알고 있다. 연출자는 그렇게 판을 짜둔 것이다. 앞선 장면, 쫓기고 있는 다윗이 허둥지둥 산꼭대기에 이르러 한숨 돌리려는 참에, 아렉 사람 후새가 겉옷을 찢고 머리에 흙을 뒤집어쓰고 다윗을 맞았을 때,  다윗이 그에게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압살롬의 참모가 되어 아히도벨의 계략을 실패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부탁한 바로 그 인물이 아니던가.  
그 후새가 “임금님 만세!”를 외치며 압살롬 앞에 나타난 것이다. 관객의 눈은 이제 후새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된다. 적잖이 놀란 압살롬이 “왜 친구를 따라가지 않았느냐?”고 묻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주께서 뽑으시고 이 백성과 이스라엘 사람이 뽑아 세운 분의 편이 되어서 그분과 함께 지낼 작정입니다.”(16:18) 하는 후새의 능청맞은 응답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왕궁을 점령한 압살롬이, 아히도벨에게 다음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자문하자, 아히도벨은 부왕의 후궁들을 범하기를 권한다. “임금님께서 부왕의 미움을 받을 일을 하였다는 소문을 온 이스라엘이 들으면 임금님을 따르는 모든 사람이 더욱 힘을 낼 것입니다.”(16:21) 그렇지 않아도 소심한 압살롬이 왕으로서의 자신감을 가지게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압살롬도 선듯 권유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압살롬을 설득한 아히도벨의 권고가 아직 우왕좌왕 서성거리고 있을 백성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궁중에서 활개치던 예언자들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보자는 아히도벨의 속내가 아들이 부왕의 후실을 범한다는 패륜까지를 감쌀 수 있었을까.   
아히도벨의 권고는 이어진다. 그날 밤 안으로 군사 1만 2천을 거느리고 다윗을 급습하란다. 그러면 따르던 백성이 모두 달아날 것이고, 외톨이가 된 다윗을 쉽게 쳐 죽일 수 있다는 계산. 그것은 다윗을 따르던 백성을 압살롬 쪽으로 돌아서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러준다. 동석한 모든 장로가 동의한다.
이제 후새가 아히도벨의 논리를 부정하고 나선다. 노련한 전략가 다윗이라면, 백성과 함께 밤을 보내지 않고 굴속에 숨어 있을 것이니 쉽게 찾아낼 수 없으리라는 것. 게다가 새끼를 빼앗긴 곰처럼 잔뜩 화가 치밀어 있을 다윗이 압살롬의 군사 몇을 쓰러뜨릴 것이고, 그것이 곧 패전 소문으로 과장 되어 마침내는 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대신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왕 압살롬이 위풍당당하게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온 땅에 내리는 이슬처럼 많은 지지자를 지휘해서 왕자답게 전투를 펼쳐야 한다는 것.
후새는 압살롬의 성격적 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누이를 범한 암논을 복수하기 위해 두 해를 기다렸고, 다윗에게 반기를 들기까지 무려 4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소심한 데다, 성문에서 사람들의 환심에 우쭐해 하는 왕자는 검고 긴 머리칼이 자랑스러운 풋내기이기도 했다.
젊은 왕자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후새의 설득술은 수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히도벨을 압도했다. 아히도벨은 자신의 계략이 채택되지 않자 고향으로 돌아가 목매어 죽는다. 반란군을 설득한 후새는 곧 제사장 사둑과 아비아달을 통해서 다윗에게 이쪽 사정을 통보한다. 그 일에도 많은 사람의 헌신적인 협조가 따랐고, 곧 전세는 역전된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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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의 난”에서 설득력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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