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은유(隱喩)의 집-오수(午睡)

이 소 영

유화속의 아이들이 뛰어내린다
하나 둘 셋
흔들리는 라벤더향

햇빛을 찍어 벽화를 그리는 아이
대롱을 물고 햇살을 쫘악 뿌리는 아이
구슬을 꿰는 아이
손가락을 입에 문 내 유년을 닮은 아이

아침 튜브에서 햇살을 다 쏟아놓고
심심해진 아이들이 슬며시
그림 속으로 돌아가면
문득 단잠을 흔드는 정오의 차임벨
꿈은 빈 화구(畵具)를 챙겨 급히 떠난다

장미가 일제히 말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하오(下午).

잠시 동화 속 이야기로 빨려든 듯, 잠든 무의식 속, 꿈길 언저리에 펼쳐지는 무지개 색깔이 환하다.
한 장의 유화 속에 아롱지게 그려놓은 시 한 편, 잠결에 들리는 스토리 텔링 이다
어둡고 희망 없는 듯한 현실에 묶여 있어도 의식의 깊숙한 곳에 시인의 희망은 소멸되지 않고 아이적 꿈을 여전히 키우고 있지 않을까,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서, 다시 시간을 넘나드는 초능력의 힘은 시인의 꿈인 듯하다. 짧은 오수의 달콤함 만은 아닌 듯, 남가일몽(南柯一夢)은 아닐진대, 꿈은 빈 화구(畵具)를 챙겨 급히 떠났다, 오수(午睡)가 떠난 자리 장미가 일제히 꽃잎을 열고 새로운 우주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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