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꿈마저 빼앗지 말라- 임 영 천 목사
2017/10/28 12:4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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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제59회 사법시험(제2차)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응시자 186명 중 55명이었다. 131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신 셈이다. 과거에는 불합격자라도 “내년에 재도전하면 되지” 하고 마음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 왜냐면 이번 시험을 끝으로 앞으로 사법시험은 실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그 임무를 대신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른바 ‘고시 낭인들’을 숱하게 배출하는 역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사시(司試)는 많은 청년들의 꿈이었다. 젊어서 시인 되려고 하지 않은 자 없듯이, 청년 시절 고시(고등고시) 보려고 꿈꾸지 않은 자 없다고 할 만큼 사시는 젊은이들의 꿈이요 희망이었다. 아무리 비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머리만 좋으면 이 고시(사시) 한번 쳐서 합격되고 그 팔자도 고쳐버렸다. 가난해서, 또는 다른 이유로 고등학교만 나왔어도 이 시험 한번 치르고 용 되는 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실로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상고만 나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실제 사례였다. 그는 그런 불운한 이들의 슬픔을 알았기에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그 슬픈 이들의 마음을 날래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제도 자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지금 개천의 물고기들이 용 되기를 꿈꿀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면 새 제도인 로스쿨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으리라.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개천의 평범한 물고기들이 로스쿨에 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운 것을 어찌하랴. 로스쿨의 입학제도 때문에 그런 것이다. 돈 없는 청년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거액의 등록금인데다 면접이란 관문에서 모모 인사들의 자제들이 그 자리를 다 차지해 버려 개천의 물고기들이 들어갈 자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회 일각에선 이런 말들이 오가고 있다. 애초에 그 개천의 미물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것이라고 말이다. 개천의 미물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러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이런 답들이 오가고 있다. 그들이 사회를 혼탁하게 하고 있으니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그들은 건전한 사회의 미꾸라지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셈이다. 하기야 그들 속에서 시위자들이 나오고 데모꾼들이 나오니 그렇게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가 혼탁하니까 그들이 시위를 하고 데모를 주도하는 점은 도외시하고 보이는 겉모습만 가지고 그렇게 평하는 것이다.
그들이 만일 사시에 응시하고 합격을 하게 된다면 그 동료 미물들에 대하여 온정적인 태도로 나올 것이 뻔하니, 그들을 아예 시험제도 자체를 바꿔 사회(법조계)에서 격리시켜 버리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결과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신 그 자리를 미물들이 아닌 귀족의 자제들로 채우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법조인 등용문 제도를 바꿨다고 보는 것이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 있었던 음서제(蔭敍制)를 오늘에 다시 도입한 셈이다. 과거시험에 합격한 이들을 채용하던 인재선발 제도 때문에 길(관직)이 막혔던 양반(귀족)의 자제들에게 특혜를 베풀어 관직에 쉽게 나가게 했던 편법이 오늘날 되살아난 셈이다. 그래서 로스쿨제도를 ‘현대판 음서제’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합격자 발표가 있기 하루 전(10일)에 헌법재판소 앞에 일군의 청년들이 모였다. 귀족들이 싫어하는 한판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란 단체였다. 그들은 “고졸과 서민의 법조인 진출을 막는 로스쿨 제도는 위헌”이라고 하면서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그들은 “사법시험이나 변호사 예비시험... 등 국민 누구나 법조인이 될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외쳤다. 그들은 “로스쿨 제도는 국민 기본권인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공무 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하였다. 이날 그들이 내세운 피켓의 구호는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세상!!”과 “청년의 꿈마저 빼앗지 말라!!”였다. 호소력이 매우 큰 구호였다.
요즘 소위 ‘고시 낭인들’이 상당수 있는 줄 안다. 그러나 고시 탈락자들을 무조건 낭인들이라고만 보지 말고 ‘앞날의 꿈을 위해 끝없이 도전해온 불운한 이들’ 정도로 봐줄 수도 있을 줄 안다. 그들에도 빛들 날이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그들의 구호를 감안해 한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본다면, 새 제도인 로스쿨이 위헌이므로 폐지하라고 할 수 없다면, 지난 사시와 유사한 어떤 시험제도를 병행해 그들의 행복권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법조인이 되는 것이 귀족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평범한 이들의 직업이 될 수도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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