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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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는 Clever Hans 독일어로는 Kluger Hans로,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마 “영리한 한스”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클레버 한스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한 때는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계산도 할 수 있는 말이라며 세인의 주목을 끄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속임수로 인간을 배신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잊혀 진 명마(?)이다.  
퇴직 교사 ‘빌헬름 폰 오스틴’이 한 필의 말과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 앞에 나선다. 칠판에 5 + 3 이라 써서 애마 한스에게 보여 주면 한스는 오른쪽 발로 바닥을 여덟 번 두들긴다. 환호하는 군중 앞에서 오스틴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스에게 각설탕을 주고... 이렇게 클레버 한스의 이름은 빌헬름 폰 오스틴과 더불어 유럽 전역에 알려지게 된다. 막 다윈의 진화론이 세상을 풍비하고 있을 당시인지라, 그 바람을 타고 동물에게도 지적인 능력이 있다는 증거로 까지 격상되면서 세인의 주목을 끌어드린 것이다.
“영리한 한스”는 오른쪽 발굽으로 바닥을 해당 숫자만큼 두드리는 방식으로 덧셈뿐만 아니라 뺄셈, 곱셈, 나눗셈, 분수 문제에서도 정답을 맞추어내는가 하면, 시계 앞에서는 지금이 몇 시인지도 척척 맞추어 내곤 한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번져 나갔다. 심지어 악보를 보고 박자를 맞추었다거나 알파벳이 적힌 카드를 이용해서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는 소문은 시사 문제나 유머러스한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여 반응했다는 소문으로 부풀려지면서 날로 인기가 더해갔다. 가끔씩 문제를 틀리기라도 할 때면, 보다 어려운 문제도 대답한 한스이고 보면 자신의 자신됨을 드러내기 위해서 일부러 틀린 답을 보여준다고까지 인정해줄 정도가 되었다.   
1904년 9월 12일, 1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조직되어 검증을 해보지만. 아무런 이상을 찾지 못한다. 어떤 이는 한스의 지능이 13세 인간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곧 그 모든 게 거짓으로 밝혀진다. 그렇다고 오스틴이 속임수를 쓴 것은 아니었다. 한스가 정답(?)을 알아맞힌 것은 칠판을 보고 답을 맞힌 것이 아니라, 그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답을 이끌어낸 것이라는 사실이 판명된 것이다. 한스에게 문제를 던져주는 출제자의 긴장은 몸짓과 표정으로 드러나게 마련일 것이고, 또 한스가 발굽을 굴러 소리를 낼 때, 그 횟수가 정답에 가까워지면 구경꾼들의 긴장도가 고조 되게 마련일터인데, 한스는 단지 사람들의 표정에 맞추어 발을 굴렀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처음 간파한 것은 ‘오스카 풍스트’라는 심리학자. 풍스트는 한스의 지능을 검사해보았더니 여느 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곧 몇 가지 실험을 했다. 그런데 풍스트 자신이 출제한 문제로 실험을 하면서, 출제자와 한스가 함께 문제를 보고 있을 경우에는 98% 정도의 정답을 맞혔지만, 출제자가 함께 하지 않고 한스에게만 문제를 보여줬을 경우에는 8% 정도만 제대로 된 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  
또 양쪽 귀에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숫자를 속삭이게 해서 한스만 문제를 알 수 있게 한 뒤 계산을 시킬 때에는 거의 맞추지 못하는가하면, 출제자의 표정과 몸짓을 읽지 못하도록 멀리 떨어져서 출제해 봤을 때에도 한스는 답을 맞히지 못하는 것이었다.
한스가 연출하는 계산연기의 실상을 알아낸 심리학자 풍스트도 한스가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과정을 완전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지만, 주변에서 보고 있는 인간의 반응을 참작할 수없는 상황에서만 한스가 정답을 낼 수 있다는 사실과 주변의 사람이 잘못된 답을 일러 줄 때에는 한스도 틀린 답을 낸다는 결론은 얻어낸 셈이다.   
오늘날 동물의 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 가운데 더러는, 동물들에게 수의 개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동물의 수 개념은 디지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자위하고 있노라며, 서글픈 표정을 짓는 이가 없지 않다는데...   
웃음거리가 된 오스틴은 실망한 나머지 죽을 때까지 한스를 저주 했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사람을 배신한 것은 사탕 맛에 길들어진 한스가 아니라, 사탕으로 길들이는데 익숙해진 사람 자신이 아니었을까.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이 어찌 한스 뿐이랴.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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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버 한스(Clever H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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