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2017년 한국교회 무엇을 남겼나?
2017/12/29 16: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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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 개혁은 없었다
루터의 개혁정신 상실한 채, 이벤트와 상술에 몰두


온갖 욕심과 부정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던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가 저물었다.
우리는 정확히 1년 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면 한국교회의 개혁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떴었다. 지난 500년 전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내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에서 촉발된 종교개혁의 역사가 오늘날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에 그대로 재현되기를 기대했다.
지난 1년 간 한국교회의 각 교단과 단체들은 경쟁적으로 종교개혁을 부르짖었다. 개혁과 갱신을 앞세워, 한국교회의 변화는 결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했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2017년이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마지막 기회임을 자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는 과연 어떠한 변화를 이뤘고, 어떠한 미래를 준비했는가?
한국교회에 있어 종교개혁 500주년은 단지 허울 좋은 이벤트였다. 1년 내내 수십번을 되새겨봤을 루터의 개혁정신은 그저 500년 전에 존재했던 과거의 역사였고, 탐욕과 분쟁이 가득한 오늘날 한국교회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생소할 뿐이었다.

‘면죄부’ 상기 시킨 ‘기념 메달’ 판매
한국교회는 먼저 종교개혁을 돈벌이에 이용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2017년 초 등장해 큰 논란을 불러온 것 중 하나가 바로 종교개혁 ‘기념 메달’이다.
CBS가 한국조폐공사와 손 잡고 제작한 본 메달은 마르틴 루터의 얼굴과 비텐베르크 성교회가 앞면과 뒷면에 각각 디자인 되어, 99.9퍼센트 순금 31.1그람(1온스)으로 제작된 금메달(250만원)과 순은 31.1그람으로 제작되는 은메달(11만원), 그리고 금은메달 세트(256만원) 등 총 세 종류로 나뉘어 판매됐다.
하지만 CBS의 기념메달은 지난날 종교개혁을 촉발시킨 로마 가톨릭의 면죄부와 매우 닮아 교계를 경악케 했다. 500년 전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교회가 물질적으로 너무 타락했다는데 있었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예가 우리가 익히 아는 바로 ‘면죄부’ 사건이다. 당시 로마 가톨릭 교회는 천국을 가기 위해서는 죄를 면해야 하는데, 그 수단이 바로 ‘면죄부’라며, 민중들을 대상으로 면죄부 판매에 나섰다. 이는 종교의 타락이 극대화된 단면으로 루터는 교회가 자신들의 욕심과 권력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질을 끌어모으는데 혈안이 된 모습에 심히 분노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CBS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기독교인의 중요한 기념일을 빌미로, 메달 판매에 나선 것과 매우 닮은 모습이다.
과거 로마 가톨릭에서는 면죄부를 양피지와 종이 두 개의 종류로 나누어 판매를 했다. 고급스런 양피지와 일반 종이에 쓰여진 두 면죄부 간의 가격 차이는 10배 이상 났으며, 이에 양피지를 구매한 이들은 대부분 부유층이었고, 반대로 양피지를 사고 싶어도 돈이 없는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종이 면죄부를 사야 했다.
CBS 역시 이번에 250만원에 이르는 금메달과 11만원의 은메달을 나누어 판매한다. 한 마디로 돈이 있으면 금메달을 사고, 돈이 없으면 은메달이라도 사라는 것이다.
종교개혁이라는 기독교인의 영광스러운 날을 장사 속에 이용하는 것도 비난받을 일인데, 금메달과 은메달이라는 물질의 가치 기준을 이에 적용하는 것은 더욱 기가 막힌 일이다.

실질적 대안 없이 문제 지적에만 몰두
지난 2017년 한 해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종교개혁 500주년과 관련한 각종 세미나와 포럼 등 다양한 학술행사다. 일일이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각 연합단체와 기관, 교단 및 연구소 등에서 시행한 500주년 학술행사는 하나 같이 한국교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각성과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이 지적한 한국교회의 문제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추락이 시작된 수년 전부터 이미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들이었다. 목회자들의 도덕적 타락과 탐욕, 교회의 대형화와 세습, 신학적 부재 등 사실상 한국교회의 오늘날의 처참한 현실을 있게 한 대표적 문제들로 쉽게 말하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풀어내지 못한 것’ 들이다.
그렇기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학술행사가 기획됐을 때 한국교회를 향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심히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귀를 번쩍 뜨일만한 참신한 대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남을 지적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그릇된 엘리트 의식에서 기인한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고질적 문제 중에 하나인 엘리트 의식이 이번 종교개혁 500주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은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 혹은 집단이라는 위치에서, 스스로를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반대로 온갖 악행 탐욕을 저지른 ‘개혁의 대상’을 자기가 언급함으로 그 책임을 제3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마무리, ‘한교총’ 분열
종교개혁 500주년의 개혁에 대한 기대가 처참히 무너진 대표적인 사건은 바로 한국교회 9월 총회다.
한국교회의 일년 중 최대 행사로 한국교회의 미래 행보를 결정짓는 9월 총회는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각 교단의 변화와 개혁의 결과물이 나올 이번 9월 총회에 대한 기대와 바램은 예년과 사뭇 남달랐다. 특히 지난 수년간 제2의 종교개혁을 부르짖으며, 루터와 칼빈을 되새겼던 한국교회였기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총회에서는 분명한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교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형성됐다.
하지만 9월 총회가 끝난 시점에 이런 기대는 처참히 무너져 버렸다. 한국교회 제2의 종교개혁을 위한 건설적인 다짐은 고사하고, 그동안 그렇게 목소리 높여 부르짖던 ‘회개’와 ‘각성’은 완전히 실종됐다.
여전히 주요 교단들의 총회는 각종 정치적 다툼과 싸움, 그리고 비난과 정죄로 얼룩졌다. 마치 종교개혁의 거룩한 정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각 교단의 총대들은 이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이전투구를 이어 나갔다.
여기에 한국교회는 그나마 지켜오던 연합운동마저 ‘한교총’의 분열이라는 씁쓸한 사건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처참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장로교 300개 시대를 야기한 한국교회의 무분별한 분열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해에도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한교총’을 주도한 대형교단들은 이를 “한국교회 하나됨”이라고 표현하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의 축복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은 대교단 이기주의와 온갖 정치적 이해관계가 중첩된 ‘분열’ 그 자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한국교회가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던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에 개혁에 실패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개혁하지 못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올 절망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에도 풀어내지 못한 개혁의 숙제를 과연 앞으로 풀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이 이제 한국교회를 덮쳐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2018년 한국교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종교개혁 500주년이 끝났다고 개혁의 사명마저 끝난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이제라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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