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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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매매.” 이 말은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매우 불쾌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용어이다. 흔히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한국기독교의 타락상을 말할 때 제일 먼저 꺼내는 말이기도 하다. 마치 목사가 하나님 이름 팔아서 사람 좀 모우고 땅도 늘려 돈을 챙기기 위해 교회를 부동산 시장에 내놓고 거래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과연 교회(ʼεκκλησι′α)를 사고 팔 수 있는 것인가? 이는 한국기독교가 제대로 ‘교회’(敎會)와 ‘교회당’(敎會堂) 혹은 ‘예배당’(禮拜堂)을 구분하지 않은 채 그 용어를 혼용해 사용하는 데서 오는 오해스런 현상이다. 한국기독교도 전래 초기에는 ‘교회’와 ‘예배당’으로 구분해 사용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예배당’은 사라지고 모두가 ‘○○교회’라고 불린다. 기독교가 마땅한 용어를 제시하지 않으니 어떤 이들은 ‘교회’와 ‘건물교회’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한국천주교의 경우는 ‘교회’(敎會)와 ‘성당’(聖堂)을 명확하게 구분해 사용한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이고, 성당은 “하느님을 경배하기 위해 축성한 거룩한 건물, 신자 공동체가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이다. 중국기독교도 역시 ‘교회’(敎會)와 ‘교당’(敎堂)이 명확히 구분한다. 이를 혼용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한국기독교만이 ‘교회’와 ‘교회당’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교회’로 통칭한다. 그러다보니 ‘교회당 매매’라고 해야 할 것을, ‘교회 매매’로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 신자가 흔히 주일날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간다”고 한다. 이 경우에도 역시 신자가 교회에 가는 것이 아니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당에 가는 것이다. 교회당에서 모인 신자들의 모임이 곧 교회이다. 한국기독교에 교회론이 흔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가 신자 공동체인지, 눈에 보이는 십자가가 달린 건물인지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신학교에서는 교회와 교회당을 구분해 가르친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며, 목회자가 섬기는 것은 교회이지, 교회당은 아니다. 그것이 곧 그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즉 교회가 교회당이고, 교회당이 곧 교회라고 해도 틀린 것이 아니라고 여긴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은 언어가 개념의 표현으로 사물의 가치를 나타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신학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성경은 교회를 “살아계신 하나님의 집”(딤전 3:15), “자기 피로 사신 것”(행 20:28), “성도로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고전 1:2), “만세와 만대에 감취었던 비밀”(골 1:26)이라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교회당을 지어 헌당하면서 디모데전서 3장 15절을 인용하여 “이 집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이 ‘집’은 하우스를 뜻하는 ‘오이코스(‛οικοs)’를 사용하고 있으나,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신자의 공동체를 이르는 말이다. 그것이 곧 교회이다. 한국기독교에는 아직 그 용어가 개발되지 않아 잘못 혼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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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교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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