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제’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박 재 영 변호사
2018/07/13 10:4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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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는 최근,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 종류 조항(병역법 제5조)에 관하여는 재판관 6대3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반면에, 병역거부 처벌 조항(제88조)은 합헌 4·일부위헌 4·각하 1로 합헌이라는 의견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쉽게 말해서, 정당한 이유 없이 병역을 거부하는 자를 처벌하는 병역거부 처벌 조항의 경우(제88조), 국민개병제 원칙에 따라 헌법에 부합되는 조항이므로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 자체는 옳다는 것이다.
반면 병역의 종류 중 하나로 대체복무제를 법에 규정해 놓지 않은 것은(제5조), 대체복무제를 통해서라도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자 하는 자에 관하여 일체의 예외없이 병역거부자로 간주하여 형사처벌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 종류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저 무시하기만 하는 중대한 임무 해태행위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임무를 더 미룸으로써 개인에게만 책임을 더 이상 전가하지 말고 새로이 입법해야만 한다는 취지이다.   
헌법재판소에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04년 8월과 10월, 그리고 2011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였는데, 그 이전까지는 전부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그 입장을 바꾸어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입법강제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불리우는 사람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금지되도록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내용을 접하면서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니엘과 그 세 친구를 함께 떠올리게 된다. 바벨론의 포로가 됨으로써 그 나라 백성이 되었던 다니엘과 세 친구는 육식을 하지 않을 자유를 구했고, 그와 반대로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기도할 자유를 구한 바 있으며, 세 친구들의 경우 원하지 않는 신에게 드리는 예배(경배)에 참여하지 않을 자유를 구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들의 그러한 요구들이 바벨론이라는 나라에 대한 자신들의 충성을 해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차원에서의 충성이라고 강변한다.
 그러한 모습에 비추어 보면, 어느 국가가 어떤 국가적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에 속한 개인들의 행동에 관하여 어떠한 내용의 법적 제재를 가할 때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면 최대한 신중하게 그 제재조치를 이행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나 타인의 생명을 합법적으로 빼앗는 제도인 사형제의 경우 오판의 가능성 등에 기초한 사형수 자신의 인권문제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 보면 사형을 집행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비록 그 행위가 합법적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 즉 사형수일지라도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을 자유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동향이 주목된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는 무엇을 하지 않을 양심적 자유를 보장하려 했던 헌법재판소가, 향후 그와 반대의 입장에서 어느 국민이 무엇을 할 양심적 자유를 보장받으려 한다면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자유, 예를 들어 동성과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도록 양심(?)에 따른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 등을 할 경우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관한 우려 또는 관심이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궁극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이 시대의 판단 기준이 우리의 천부적인 양심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의 본성(로마서에서는 육신, 영어로는 sinful nature로 표현되고 있다)이 원하는 것을 하게 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국가가 소수의 권리라고 하여 그저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면서 노력하는 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길을 열어주는 합리적 결정을 해 주고 있다는 밝은 희망의 공존이다. 지금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판단의 중심을 과연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것이 우리의 거룩한 양심인지, 아니면 인간적인 본성인지에 관해 다시 한 번 겸손히 심사숙고하면서,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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