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10-1.jpg
 
‘사무엘서하’ 11장 1절은 “그러나 다윗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다.”로 끝이 난다. 그런데 “그러나”가 받치고 있는 앞의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그게 다윗의 인생 후반을 크게 망치는 사단이 된다. “그 다음 해 봄에, 왕들이 출전하는 때가 되자, 다윗은 요압에게 자기의 부하들과 온 이스라엘의 군인들을 맡겨서 출전시켰다.”
‘사무엘서’ 이야기꾼은 왕 다윗이 예루살렘에 도사리고 있음을 은근히 나무라고 있는 것 같다. 아예 “왕”이란 칭호 대신 “다윗”이라는 이름을 쓴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날 저녁에 다윗은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 왕궁의 옥상에 올라가서 거닐었다. 그 때에 그는, 한 여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옥상에서 내려다보았다. 그 여인은 아주 아름다웠다.”
그것이 다윗의 인생 후반을 완전히 갈라놓은 사단이 될 줄이야! 싸움터에 있어야할 통치자가 궁에 머물고, 전투를 치러야할 지휘관이 사랑에 빠진 것이다.      
밧세바는 엘리암의 딸이고,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 우리아는 다윗의 37인 특수부대의 대원으로 지금 싸움터에 있다. 기어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다. 다윗이 밧세바의 임신을 엄폐할 요량으로 전선에서 우리아를 불러들인다. 그러나 우리아는 다윗의 뜻대로 아내 밧세바와 동침해주지 않는다. “우리아가 다윗에게 대답하였다. ‘언약궤와 이스라엘과 유다가 모두 장막을 치고 지내며, 저의 상관이신 요압 장군과 임금님의 모든 신하가 벌판에서 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저만 홀로 집으로 돌아가서, 먹고 마시고, 나의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할 수가 있겠습니까? 임금님이 확실히 살아 계심과, 또 임금님의 생명을 걸고 맹세합니다. 그런 일은, 제가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아가 다윗에게 한 말이기라기 보다는 이야기꾼이 독자에게 들려주는 말로 들린다. 이야기꾼은 책임전가를 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다윗의 처량한 몰골과는 대조적으로, 이방인이면서도 무인의 의리를 지키려 최선을 다하는 우리아를 의도적으로 그려낸다.
최고 통치자 다윗은 일개 병사 앞에서 비굴해지는 자신을 어떻게 보았을까? 죄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했던가. 방해꾼을 제거하는 방법 밖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게 된 다윗은 요압에게 편지를 써서 우리아의  손에 맡긴다.  
우리아가 요압에게 가지고 간 다윗의 편지인즉, “너희는 우리아를, 전투가 가장 치열한 전선으로 앞세우고 나아갔다가, 너희만 그의 뒤로 물러나서, 그가 맞아서 죽게 하여라.” 이었다. 이야기꾼은 요압이 다윗의 의도를 짐작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와 같은 명령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함구한다.
이야기꾼이 전해 주는 후일담을 ‘사무엘서하’에서 간추려 본다. “요압은 적의 저항 세력이 가장 강한 곳에 우리아를 배치하였다. 그 성의 사람들이 나가서 요압의 군인들과 싸우는 동안에, 다윗의 부하들 쪽에서 군인 몇 사람이 쓰러져서 죽었고, 그 때에 헷 사람 우리아도 전사하였다.”
요압은 다윗에게 사람을 보내어 전쟁 상황을 전하면서, 다윗의 노여움을 피하는 요령도 귀띔해 주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임금님이 화를 내시며 네게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왜 그토록 성에 가까이 가서 싸웠느냐? 적의 성벽 위에서 적병들이 활을 쏠 줄도 몰랐단 말이냐....’ 하시면, 너는 ‘임금님의 부하 헷 사람 우리아도 죽었습니다’하고 대답하여라.”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전령의 보고를 들은 다윗은 말한다. “너는 요압에게, 칼은 이편도 죽이고 저 편도 죽이기 마련이니, 이번 일로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여라.”하고.
다윗이 말한 “이번 일”속에는, 요압이 사람을 보낼 때 혹 다윗이 화를 낼 지도 모른다고 미리 짐작한 “일”들이 모두 꿈틀대고 있을 것이었다. 다윗은 이미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죽이기 위해 덤으로 적의 화살받이가 되게 했던 병사들의 울부짖음조차도 들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일까.  
“우리아의 아내는 우리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자기의 남편을 생각하여 슬피 울었다. 애도하는 기간이 지나니, 다윗이 사람을 보내어서, 그 여인을 왕궁으로 데려왔다. 그 여인은 이렇게 하여서 다윗의 아내가 되었고, 그들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그러나 주께서 보시기에, 다윗이 한 이번 일은 아주 악하였다.”
enoin34@naaver.com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번 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