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의 결의
2018/09/13 17: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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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교는 1년에 단 한 번 교단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는 “각 하급 치리회에서 합법적으로 제출한 문의, 헌의, 청원, 행정쟁송, 상고 등의 서류를 접수하여 처리한다.” 그런데 흔히 어떤 사건에 대하여 “우리 총회에서 결의했다”고 하여, 마치 총회의 결의를 어떤 ‘규범’이나 변개할 수 없는 ‘진리’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만국 장로교회의 기본 신조를 담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31장 제4항은 총회의 결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도시대 이후 모든 공의회와 협의회는 총회 차원이든, 지방회 차원이든 항상 과오를 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실제로 과거의 많은 회의들에서 실수들이 범해졌다. 그러므로 총회의 결의는 신앙과 행위에 대한 절대적 규범의 원천이 될 수 없으며, 신앙과 실제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주게 될 뿐이다.”
◇기독교 역사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처럼 총회와 협의회가 과오를 범해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국교회도 여러 차례 역사적 과오를 범했다. 그 중에 몇 가지 사례를 들면, 1934년 조선예수교장로회 제23회 총회는 “여자는 교회 안에서 잠잠하라는 바울의 말은 2000년 전의 일개 지방교회의 교훈과 풍습이요,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라는 김춘배 목사의 소위 ‘교회 내 여권 문제’가 이단설로 심각히 대두되었다. 총회는 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듬해 제24회 총회에 그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성경은 여자의 교권을 불허한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여권운동이 대두하는 현시대 사조에 영합하기 위하여 성경을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은 그 정신 태도가 파괴적 성경비판의 정신 태도와 다름이 없다. 그런 교훈을 하거든 노회가 그 교역자를 권징조례 제6장 제42조와 제43조에 의하여 처리케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통합측은 1994년 9월 12일 제79회 총회에서 정반대로 여성안수를 통과시켰다. 그러면 어느쪽 총회가 옳은 것인가?
◇또 1938년 제27회 총회에서 “우리는 신사(神社)가 종교가 아니요 기독교 교리에 위반되지 않는 본의(本意)를 이해하고 신사참배가 애국적 국가의식임을 자각하며 또 이어 신사참배를 솔선여행하고 추이 국민정신 총동원에 참가하여 비상 시국하에서 총후 황국신민(銃後 皇國臣民)으로서 적성(赤誠)을 다하기로 기함”이라고 결의했다. 이 결의로 인해 신사참배를 반대하던 교역자들은 “총회의 결의를 경멸하는 행동일 뿐 아니라 주님의 뜻에 위배되는 유감천만의 행동”이라고 하여 교회에서 모두 쫓겨났다. 그러나 1946년 예장 남부대회와 제34회 총회는 신사참배 결의를 불법으로 규정하여 취소했다. 이 또한 제27회 총회와 제34회 총회 중 어느쪽이 옳은 것인가?
◇그런데 한국교회는 이같은 교회사를 배웠다는 사람들조차 총회의 결의를 앞세워 타인을 정죄하는데 앞장 선다.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총회의 결의에는 이처럼 과오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무조건 “우리 총회가 그같이 결의했다”는 것을 앞세워 어떤 사람을 이단으로 정죄하거나 타인을 비난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총회의 결의는 규범이나 진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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