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파문

오 정 숙

골고다 언덕에서 흐르던
물과 피

어둠을 밝히는 빛의 시작이었다

그것은 곧 기적이 되어
막힌 담이 헐리고, 길이 열리고
죽은 나무에 움이 튼다

우물가의 여인은 더 이상 목마르지 않고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간다

파문은 사라지지 않고
나라와 나라를 건너
이천년은 흐르고
척박하고 마른땅을 적신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골고다의 파문으로
시냇가의 나무가 시절을 좇아 열매를 맺고

흔적을 입은 증인들은 다시
세상 끝까지 파문을 일으킨다

신앙시에서 경계해야 되는 독백이나 정서적 과잉 노출을 찾아 볼 수 없는 절제된 시 한편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에서 이미 은유적 상징성을 알게 된다. 퍽 유니크한 감동을 준다. 전문의 흐름은 고요한 깊이의 신앙심을 읽게 된다.
이 짧은 시 한편에서 역사적인 인류의 구원 사건을 시로 형상화 시켜놓고 있다. 성경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성경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정렬되어 있다.
스토리 텔러의 이야기를 듣듯, 복음서를 주석 없이 읽어버린 듯 아픔과 비감에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잔잔한 파문의 물비늘이 흐르는 강물 위로 넘실거리며 끊임없이 흘러 오대양으로 흘러가듯 골고다의 십자가는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복음의 나팔소리, 광야와 매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어 즐거워하며 여호와의 영광 곧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리라 하신 약속, 참 놀라운 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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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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