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2018/10/05 10:3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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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는 교회의 용어가 그 개념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한 교회론에 있어서 ‘교회’(敎會)와 ‘교회당’(敎會堂)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교회당을 팔면서 교회를 판다고 광고한다. 과연 교회(εκκλησι′α)를 사고 팔 수 있는 것인가? 한국 기독교도 초기에는 ‘교회’와 ‘예배당’으로 구분해 사용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예배당’은 사라지고 모두가 ‘○○교회’라고 불린다.
◇한국 천주교의 경우는 ‘교회’(敎會)와 ‘성당’(聖堂)을 명확하게 구분해 사용한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이고, 성당은 “하느님을 경배하기 위해 축성한 거룩한 건물, 신자 공동체가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라고 한다. 중국 기독교도 역시 ‘교회’(敎會)와 ‘교당’(敎堂)을 명확히 구분한다. 이를 혼용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만이 ‘교회’와 ‘교회당’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교회’로 통칭한다.
◇신자가 흔히 주일날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간다”고 한다. 이 경우에도 역시 신자가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당에 가는 것이다. 교회당에 모인 신자들의 모임이 곧 교회이다. 한국 기독교에 교회론이 흔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가 신자 공동체인지, 눈에 보이는 십자가 달린 건물인지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용어를 이렇게 사용해서는 안된다. 성경은 교회를 “살아계신 하나님의 집”(딤전 3:15), “자기 피로 사신 것”(행 20:28), “성도로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고전 1:2), “만세와 만대에 감취었던 비밀”(골 1:26)이라고 했다. 어찌 이런 ‘교회’가  십자가 달린 건물인 ‘교회당’과 혼동될 수 있는가.
◇‘복’(福)과 ‘축복’(祝福)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복의 근원인 하나님을 향해 ‘축복해 달라’고 기도한다. 복은 복의 근원인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이고, 축복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복을 빌어주는 것이다. 하나님은 복을 주시는 분이지, 누구에게 축복하는(복을 달라고 비는) 분은 아니다. 이 역시 한국 천주교의 경우는 하나님이 주시는 복은 ‘강복’(降福)이라 하고, 사제나 신도가 다른 사람을 위해 비는 기도는 ‘축복’(祝福)이라 한다. 강복은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복, 또는 복을 내려 주심을 뜻”하는 것이고, 축복은 “사람이나 사물에 하느님의 복이 내리기를 비는 행위”라고 구분해 설명한다.
◇‘제단’(祭壇)과 ‘강단’(講壇)을 구분하지 못한다. 흔히 헌금을 제단에 올린다면서 강단에 갖다놓는다. 제단과 강단은 그 개념과 본질이 전혀 다르다. 제단(altar)은 제사장과 제물이 필요하고, 강단(pulpit)은 설교자와 말씀이 필요하다. 천주교는 화체설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가 미사 때마다 제물이 되어 제단에 받쳐지지만,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시고, 첫 것을 폐하심으로(히 10:9, 10) 더 이상 제단과 제물은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는 용어상의 이런 구분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개념이 정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 사용되는 용어는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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