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10-1.jpg
 텔아비브 대학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는 아리엘 메라리가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 수백 명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그들 중 4분의 3이 기혼자이고, 3분의 2에게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 그러니까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라고 남달리 특별한 어떤 사람이 아닌 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메라리는 말한다. “자폭 테러리스트는 머리가 이상하다거나, 신앙심이 두드러지게 높은 것도 아니다. 특정 종교 사상을 지녔거나 특별한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그들 대부분은 종교적이지 않거나 더러는 무신론자이기도 했다… 적지 않은 테러리스트들은 유복한 특권계급 출신,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나 엔지니어 혹은 건축가와 같은 전문직을 누리고 있었다.…그러니까 그들 중 다수는 쉽게 세뇌되어 명령에 복종하기만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결코 아니었다.”   
메라리는 그들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자살 테러를 감행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터널’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 했다. 터널은 가늘고 긴 통로로,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출구까지는 빛이 비치지 않는다. 그 터널에는 두 가지 현상이 있어, 터널을 빠져나가는 동안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차단되고, 출구를 향해 가는 중 어느 지점에서는 시야 협착 증상이 나타나서 출구 한 점에만 눈길이 몰리게 된다.
다시 말해서 터널이란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분위기, 방송, 집이나 이발소 카페에서 나누는 잡담과 전쟁 이야기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자신도 모르게 터널에 갇혀, 스스로 자살 테러리스트가 되어 알카에다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한편 “그와 같은 사람들이 왜 어떻게 자폭테러를 저지르게 되는지”에 대해서 연구한 자료들 중에는 “소집단의 논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컬트교단이나 테러리스트 집단이 그들을 직접적으로 얽어매고 있는 것은 신앙이나 신조와 같은 관념적 이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공감이나 배타성과 같은 “감정적 결합“이라는 것이다.
높은 허들을 넘어 일단 멤버가 되고나면, 집단에서만 통용되는 특별한 “소집단의 논리”에 무조건 순종하게 된다는 것. 즉 집단을 위한다는 의식과 행동을 미화하고, 집단의 승낙을 받아 헌신하게 되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게 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정받음으로 의미를 부여받고 싶은 숨겨진 뇌의 욕구에 따르는 이들이 어찌 자살테러범 만이랴. 기업의 임원, 용기 있는 병사, 이상주의 신봉자도 마찬가지. 종교나 애국심, 봉사가 행동의 동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대의를 따라 결단하고 행동에 참여하는 것만이 평범함에서 벗어나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인식만 심어주면 그만이라는 것. 인터넷이 아무리 떠들어도 그들은 집단 동료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진다.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한정된 정보 외에는 거리를 두게 된다.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에서는 임금님이 벌거벗고 걸어도 아무도 벌거벗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임금님은 자기의 거짓을 숨기기 위해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누비고 군중 또한 자신의 거짓을 숨기려고 환호한다. 어린 아이가 “임금님은 벌거벗었어요.”하고 소리 쳐 보지만 퍼레이드는 계속된다.  
임금님 대신 목사님을 대입하면 이야기는 훨씬 더 실감이 날지도 모른다.   그런데 웃음꺼리가 된 것은 임금님만이 아니었다는 점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임금님을 둘러싸고 있는 중신들, 퍼레이드에 참여한 국민들과 길거리의 구경꾼들도 마찬가지였다.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들이 남달리 특별한 어떤 사람들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듯이.  
집단적 사고가 발생하는 첫 번째 징후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과대평가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자신들을 불사조로 여기고 싶어 하고, 자신들 만의 윤리나 신앙을 쳐들어 보이는 짓거리라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이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은 완전 일치에 대한 환상과 자신감이란다.  
정신분석가 융은 인간이 개성을 지니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 있는 그대로의 성품, 본성, 자신의 전체를 찾아가는 것이라 했다. 즉, 개성화란 자기실현과 같은 의미이고 보면,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무의식에 갇혀있는 자신의 숨겨진 욕구를 의식적으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현실의 삶에서 행동으로 나타내고 실현하는 것이라 했다.
enoin34@naver.com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벌거벗은 목사님’과 “소집단의 논리”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