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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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주연한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을 보고 났을 때,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떠올렸다. 나름대로 ”데 자뷔“를 즐긴 것이리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모퉁이 책방”을 경영하는 캐슬린 켈리에겐 연인이 있다. 그러나 “NY152”이라는 메일네임을 쓰는 남성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고 있다. 직업도 주거도 모르는 메일 상대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즐기노라.
조 폭스는 대형 체인서점 “폭스”의 아들. <모퉁이 책방>가까이에 지점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도 연인 패트리샤에게는 “shop girl”이라는 메일네임의 여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어느 날 조가 친척 아이를 데리고 “모퉁이 서점”을 찾는다. 동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캐슬린과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녀가 “폭스 서점”을 싫어하고 있음을 눈치 채자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어느 날 그림책 작가의 파티에서 조와 캐슬린이 다시 만나게 되어 서로의 신분이 밝혀진다. 캐슬린은 조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일에 더해 그의 언행이 싫다며 잔소리를 해대자 조는 그녀가 싫어진다.   
메일에서는 그랬던 일들이 토로된다. 그러나 상대방이 싫어하는 이가 바로 자신이라고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조가 만나자 해보지만 그녀는 응하지는 않는 가운데, “폭스 서점” 때문에 경영에 불안을 느낀 캐슬린이 메일에서 가게운영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조는 투쟁을 부추기고, 조의 말에 힘입은 그녀는 “폭스 서점”과 싸울 결단을 굳힌다. TV와 잡지에서 “폭스 서점”을 비난하고 대형서점 반대시위도 주도한다. 그러나 이렇다 할 효과가 없자 “NY152”와 만나기로 한다.
조가 약속한 카페에 와서, 기다리는 캐슬린을 보게 되어서야, 메일상대가 “모퉁이 서점”의 캐슬린 켈리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NY152”라는 것은 숨긴 채, 우연히 만난 것처럼 말을 걸자, 그녀는 “폭스 서점”의 점주가 싫다는 심정을 털어놓는다. 메일을 주고받던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남성이 오리라 기대했던 그녀는 자리를 마주한 조가 바로 그 당사자인줄은 모르고 욕설을 늘어놓자 속상한 조가 나가버린다.
캐슬린이 메일을 보낸다. “당신이 왜 오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소. 대신 나의 사업을 망쳐버린 사나이가 나타나길래 험한 말을 퍼부어 버렸다오. 그가 상처 입었다면 나를 용서할 수 없겠지요. 우리가 메일로 주고받은 내용은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지만 내게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오. 고맙소.”
메일을 받은 조, 망설이다가 끝내 답장을 보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젯밤에 가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오. 당신에게는 상처를 입히는 결과가 되었군요. 당신은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원수를 만난 셈이오. 모두 내 탓이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당신 편이라오.”
가게를 접기로 결단한 캐슬린은 “NY152”가 마음에 걸려 애인 프랭크와 결별 한다. 그럴 즈음 조도 가치관의 차이를 느낀 연인과 작별했노라 “shop girl”에게 보고한다. “모퉁이 책방”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은 조가 경쟁자였던 그녀를 찾아간다. 그녀가 메일상대인 자신을 좋아한다는 눈치는 채고 있는 터이지만, 자신이 당사자라고는 말하지 않고 “폭스 서점”의 주인으로서 그녀를 만난다. 그리고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 “I like You very much, just as you are”
영화 이름 <You’ve Got mail>은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신호음. 그러니까 현실과 가상현실을 갈라놓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가상현실로 들어가는 입구 구실도 한다. 영화에서는 넷 상에서 벌어지는 친밀한 가상현실과 현실에서 진행되는 두 주인공 사이의 칙칙한 관계가 평행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마침내  둘은 어우러진다.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아파트에 사는 무명 여류화가 존시가 폐렴으로 사경을 헤맨다. 그녀가 창 너머로 바라보는 담쟁이 잎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끝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은 노화가가 손수 그 벽에 나뭇잎 하나를 그린다. 그래서 그녀로 하여금 희망을 가지게 한다는 이야기. 담벼락에 물감으로 그려 놓은 가상현실 또한 그 어떤 현실 보다 아름답고 설득력이 있지 않는가.
하긴 위의 두 이야기 또한 가상현실이고 보면…….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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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브 갓 메일’과 ‘마지막 잎새’-가상현실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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