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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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3부 예배를 마치고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광화문으로 갔습니다. 그날따라 마음도 무거웠지만 몸도 무거웠습니다. 신사참배 회개에 대한 명분과 타이밍에 대한 부담감이 아직도 가시질 않았기 때문이죠. 가서 보니 사실 우리 교회가 동원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늦게 출발한 성도들이 뒤쪽 빈자리를 다 채워준 것입니다. 먼저 출발한 성도들은 찬양대석과 찬양대 뒷자리까지 채웠습니다.

저는 설교를 한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연합과 미래를 위한 제언을 했기에 성경 봉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강단에 서자마자 폭우가 쏟아지는 것입니다. 그러자 청중들이 동요하며 자리를 이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무슨 메시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 순간, 지난 5월에 있었던 조용필 콘서트 현장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여러분, 제가 지난 5월 잠실종합경기장에서 있었던 조용필 콘서트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5만 명이 넘는 청중이 모였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도 단 한 사람도 움직이지 않고 춤을 추고 박수를 치며 콘서트를 즐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비를 흠뻑 맞으면서 대중가요를 즐기는데 신사참배를 회개하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러 모인 우리들이 움직여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그리스도인의 자존심을 지킵시다. 한국교회의 자존심을 지킵시다.” 그랬더니 일제히 자리에 다시 앉는 것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조용필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오는데 제가 너무 작게 느껴지고 왜소하게 보였습니다. “, 나도 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괴성을 지르며 성령대망집회를 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이끌 수 있는 영적인 내공과 투혼이 있는가. 우리 믿는 성도들도 과연 저렇게 폭우 속에서도 은혜를 뜨겁게 사모하며 기도할 수 있는가.” 그런데 제가 진짜 그런 장면을 맞게 된 것입니다. 솔직히 비가 안 왔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저는 스피치가 광장형이고 광야형이기 때문에 준비한 원고대로 환상적인 메시지를 전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비가 쏟아지니까 원고는 비에 다 젖어버려서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생각나는 대로 외친 것입니다. 사실 우리 교회 행사할 때는 비가 안 왔잖아요? 그런데 지내놓고 보니까 이번에 하나님이 비를 준 것은 제가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신 것입니다. 저는 그 시간에 어쩌면 조용필 콘서트의 흉내를 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다른 분이 그 시간에 섰다면 아마 교인들 절반 이상이 움직였을 것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집회 분위기는 엉망이 되어버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원고도 없이 외쳤습니다. 그러자 아멘!” 소리가 폭발적으로 울렸습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청중들이 아멘을 한 것입니다. 어쩌면 조용필 콘서트 버금가는 분위기를 자아냈는지도 모릅니다. 조용필 콘서트는 아예 처음부터 비가 왔지만 그 날은 비가 안 오다가 갑자기 쏟아져버리니까 저도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당황스러운 순간을 저돌적인 스피치로 돌파했다고 볼 수 있지요.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문자가 폭탄처럼 쏟아졌습니다. 역시 정말 위대한 웅변가요 위기관리 스피치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했다고 말입니다. 주대준 장로님 같은 분은 문자를 몇 통이나 보내서 평생 이런 감동이 없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성경을 들고 강단 앞으로 나가서 아예 콘서트 하듯 예술적 메시지를 전할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성도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멘을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폭우 속에서 이 정도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던 것처럼, 제가 고통의 광야, 고독의 극지에서 영성의 스피치와 리더십을 연단 받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요셉을 구렁텅이에 던져 버린 것처럼, 고난의 극지의 구렁텅이에서 유사희망이 아닌 절대희망을 품게 하시고 그 고난과위기 속에서 스피치의 꽃을 피우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암경기장, 시청앞 광장, 광화문, 잠실체조경기장 및 종합경기장 등 수많은 광장집회의 경험이 축적되어 그 날의 역설적 감동의 스피치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제가 잘못했으면 집회가 완전히 망쳤을 텐데요. 그래도 어쨌든 그 비를 다 맞으면서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집회를 마치고 왔습니다. 교회 오니까 긴장이 풀리면서 온 몸이 나른했습니다. 그 때 다시 폭우속에서 열광했던 조용필 콘서트 현장이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한 주간 내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폭우 속에서 메시지를 전할 일이 있다면 조용필 콘서트를 버금가거나 능가할 수 있는 분위기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텐데, 언제나 그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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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목양칼럼] 폭우 속에서 떠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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