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기독교는 그 어느 사회 못지않게 치열한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 대립이 벌어지는 곳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수양을 중시하는 타종교들과 달리 사회적 선교와 전도를 중시하는 기독교의 특성상 교계 내부와 사회적 이슈와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기독교 내부에서도 보수 신학, 진보 신학이라는 말이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진보계와 보수계가 나름의 이념을 갖고 발전해 각각의 영역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 사회와 별다를 것 없는 치열한 대립이다. 기독교라는 같은 테두리에 있다고는 하나,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는 전혀 상반된다. 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사회적 문제 역시 각각 서로 다른 입장으로 기독교를 대변하고 있다.
요즘 한국교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슈는 단연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진보와 보수간의 입장 차이는 완전히 갈린다. 한기총·한기연 등을 포함한 보수 기독교계는 동성애 반대와 차별금지법 ‘독소조항’ 철폐 혹은 차별금지법 반대를 내걸고 야외집회까지 벌이고 있지만, 교회협 등 진보 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퀴어신학이라는 것이 등장하며, 교계 전체의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으며, 일부 보수 교단에서는 이에 대한 ‘이단성’ 문제를 제기키도 했다. 이러한 대립은 동성애 뿐 아니라, 역사교과서, 남북관계, 예맨 난민 사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교계 내부의 극단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교회협 택한 정부… 보수 기독교 반발
이러한 진보와 보수간의 대립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 의견 도출, 혹은 발전적 논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매 사안마다 마치 서로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목적으로 한 듯 충돌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여기에 진보·보수 모두가 스스로를 한국교회의 입장이라 자처하기에 이를 바라보는 사회와 국민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도 서로가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 혹은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을 찬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입장문을 발표하는 상황에, 진짜 한국교회 입장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다.
그렇기에 매 정부는 자신들과 이념을 같이하고, 입장을 지지해 줄 진영을 기독교 파트너로 삼아 일을 추진해 나간다. 정부를 향한 기독교의 반대 목소리가 들끓어 오른다 하더라도, 이는 오롯이 무시한 채, 자신의 지지 진영만의 목소리를 내세워 기독교계도 정부정책에 찬성하고 있다고 정리하면 그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정부는 기독교계 대표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를 택했다. 이에 교계 보수진영의 반발은 당연했다. 80%에 가까운 교계 대다수가 보수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 진보측의 교회협 총무를 일방적으로 선임한 정부행태에 노골적인 유감까지 표명했다. 특히나 현재 대두되는 동성애, 남북관계 등의 사안에 진보와 보수간의 엄격한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에, 정부가 일부 기독교만을 대변하는 교회협을 기독교의 목소리로 내세운다는 것에 대해 우려도 컸다.

교회협, 보수교계와 단절
문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될수록 교계 내부에서의 갈등과 단절은 더욱 커져만 간다는 것이다. 정부를 놓고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 서로가 기독교의 대표성을 자처하며, 상대를 무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간의 대화 단절이다. 한국교회는 지난 2013년 WCC 부산총회 이후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적, 신학적 대화가 완전히 끊겼다. 아무도 이를 풀려고 하지 않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동성애, 차별금지법 등에 대한 완전한 입장차가 존재하지만, 아직 단 한번도 교계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한 자리에서 이를 논의한 적이 없다. 마치 다른 입장을 내미는 것이 당연하기라도 하는 듯, 어느 순간 이러한 분위기를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각각 자신의 자리에서 상대를 향해 ‘종교이기주의’ ‘신학의 일방적 해석’ 등이라 비난하지만, 정작 그들과 대화를 통해 하나의 의견을 도출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를 교회협, 한기총, 한기연 등 교계 대표 연합단체들이 나서서 조정해야 하겠지만, 그러한 맥이 끊어진지는 이미 오래다.
특히 교회협의 최근 행보를 보면, 스스로 둘레에 담을 쌓은 채 보수교계와 단절하는 모습이다. 마치 자신들만이 이성적인 기독교라는 오만이 베인양, 보수교계와의 대화나 교류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열리고 있는 수많은 행사에 한기총, 한기연, 한교총, 한장총, 기지협 등 많은 보수단체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교회협의 이름이 사라진지는 매우 오래다. 오죽하면 이러한 행사들의 사전 기자회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이 바로 “교회협도 참여하는가?”이지만 매번 대답은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이다.  
 차라리 교회협의 이름은 타종교와의 교류 행사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다양한 교파들과 교류는 확장해 나가면서 정작 같은 기독교 내의 교류는 점점 끊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타종교와의 교류와 대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교계와의 대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언제부터인가 ‘중도’를 놓치고 있다. 모든 사안을 진보와 보수만으로 구분한 이분법으로 오직 아군과 적군을 분간하려 한다. 나와 다른 의견에 귀기울일 줄 모르고, 여러 지식을 함양해 깨달음을 얻기보다 무조건 상대를 이기려 든다. 이런 극단적인 이분법적 구조 속에 ‘중도’는 사장됐고, 가끔씩 꺼내든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것은 회색분자로 매도됐다.
진정 탓하고자 하는 것은 둘로 나뉘어진 처참한 현실보다 이를 해소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서로를 비방하는 행태다. 단순히 쪼개진 단체를 하나로 만든다고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다른 이념을 존중하며, 이해할 때 진정 하나가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차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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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를 잃어버린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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