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연합이 올 한 해 한국교회에 ‘혹시나’하는 기대를 안겼던 대통합 선포를 너무도 허무하게 무산시킨 채 지난 주 각각 총회를 열고, 새 회기 조직과 사업을 인준했다.
이들 단체는 각각 이번 총회에서 통합 무산에 대한 책임이나, 지탄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교계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앞장서 확인했지만, 현실은 교계 분열의 고착화였다.
이번 통합으로 인한 한국교회의 타격은 심히 심각하다. 이들이 통합 선포 과정에서 “이번 통합마저 실패하면 한국교회는 양치기 소년이 될 것이다”고 밝혔던 것처럼, 한국교회는 ‘통합’이라는 약속을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하는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 되어 버렸다.
한국교회가 교단을 넘어 연합단체까지 완전히 사분오열된 상황에 ‘통합’이라는 행위는 단체의 이미지 재고를 위한 매우 유용한 이벤트로 전락했다. ‘분열은 악, 통합은 선’이라는 기본 명제는 그 결과와 관계없이 ‘통합’을 자기 단체의 홍보 수단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통합에 동참하지 않는 단체나 교단은 마치 한국교회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반통합 이미지를 덧씌우므로, 경쟁체제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굳히는 전략을 가능케 했다.
문제는 ‘통합은 무조건 선’이라는 이벤트를 앞세우다 보니, 막상 어떻게든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나 진정성은 상당히 결여됐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통합이라는 대의적 목표보다, 눈앞에 보이는 이해관계와 자리 다툼이 먼저였다. 통합으로 덩치가 커질 단체에서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일 뿐 양보와 배려는 없었다.
한기연은 금번 한교총과의 통합 무산 이전에도 한기총과 통합을 두 번이나 무산시킨 전례가 있다. 당시 한기연의 대표회장이었던 조일래 목사는 통합 기자회견까지 개최해, 한국교회 전체에 통합을 선포한 상황에, 2주 후 공식 석상에서 이를 번복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까지 보였다.
사실 이러한 전례들이 반복되면서 통합에 대한 한국교회의 기대나 신뢰는 꺼져 버린지 오래다. 그렇다보니 금번 한기연-한교총 통합 역시 이를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강했던게 사실이다. 양 단체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에서 ‘양치기 소년’ 발언까지 하며, 한국교회에 이번 통합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 호언장담마저도 거짓말로 결론이 나며, 그나마 바닥이라도 전전긍긍하던 한국교회의 신뢰는 아예 땅 속으로 꺼져 버렸다.
여기에 점점 대교단 중심으로 이뤄지는 연합단체 구도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분열 구도를 만들 가능성을 보이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교단이 연합운동을 이끄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운영에서 군소교단을 완전히 배제한 채, 군소교단을 한낱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연합운동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분열에 분열을 거듭한 한국교회는 현재 300여개가 넘는 교단이 존재한다. 그 중 10여개 되는 중대형 교단들이 스스로 ‘한국교회 90%’라는 수치만을 앞세워, 군소교단을 무시하고자 한다면 한국교회 연합운동은 중대형교단과 군소교단으로의 새로운 분열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개혁이 아닌 분열을 자행했던 한국교회는 올해 역시 별다른 성과 없이 한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다가올 2019년 과연 한국교회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올 것인지? 또다시 들려오는 양치기 소년의 “늑대야”라는 외침이 거짓말임을 직감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문을 박차고 나서는 마을 사람들이 되어 2019년 새해를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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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통합선포’ 이벤트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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