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지난해 한교총의 본격 활동으로 교계 보수에 있어 암흑과도 같은 시기를 보냈던 한국교회가 이에 대한 별다른 치유 없이 다시 2019년 새해를 맞았다. 그 와중에 한교연-한교총의 통합이라는 호기로운 이벤트가 대대적으로 펼쳐지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서로 끝까지 욕심을 내려 놓지 못한 양 단체의 이해관계로 인해 불발되며, 참으로 씁쓸한 새해가 시작되게 됐다.
한국교회 새해의 과제는 여전히 통합이다. 사실 통합보다 분열이 워낙 익숙하기에, 통합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교회가 통합을 자꾸 상기해야만 하는 것은, 하나된 교회라는 원론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갈수록 만성화되는 분열에 대한 고착화 때문이다.
교계 보수가 지금은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 등 세 개의 단체로 뿔뿔이 나뉘었지만, 고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기총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렇기에 그때 당시 한기총의 분열은 한국교회에 꽤나 충격적이었다. 교단 분열로 몸살을 앓던 한국교회가 분열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만들었던 연합단체를 분열시키는 충격적인 사건 앞에 성도들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의 비난이 이어졌다. 한기총이 분열을 두고 종교로서의 자정능력을 잃어버렸다며, 수많은 분노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수년 후, 한기총과 한교연의 구도가 굳어질 때쯤 한교연이 다시 한교총과 분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교단장회의는 한기총과 한교연을 통합 시키겠다는 허울좋은 목표를 앞세워 오히려 한교총이라는 새로운 보수 단체를 탄생시키며, 한국교회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목도한 놀라운 사실은 한기총-한교연 때의 분열과 달리 한국교회가 매우 무덤덤했다는 것이다. 분열이라는 것이 분명이 나쁜 것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분열에 익숙해진 한국교회에 있어 더 이상 분열은 충격도, 분노도 안겨주지 못했다.
반대로 통합에 기대는 극히 낮아졌다. 마치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 외침처럼 교계 보수 단체들의 통합 선언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허울 좋은 이벤트로 전락했다.
한국교회가 새해를 맞아 우려해야 하는 것은 ‘통합 무산’이 아닌 ‘분열 고착화’와 ‘새로운 분열’이다. 반복적인 통합 실패로 더 이상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통합은 이제 이벤트로서의 가치도 점차 상실했다. 올해는 예년처럼 통합 이벤트가 그리 활발치만은 않을 것이다. 굳이 한국교회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통합 이벤트를 그리 공들여 할 이유가 없어졌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분열에 대한 우려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통합만큼이나, 분열은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 일상적인 사건이 됐다. 그간 분열에 있어 가장 부담이 됐던 것은 교계 내외로부터 쏟아질 온갖 비난이었다. 막상 단체를 만들어도 분열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 있다는 점은 당사자들에 분열을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이제 그 부담이 사라졌다. 사람들에 분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졌다기보다, 욕하기조차 귀찮아졌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어쨌든 이제 분열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풍조는 새로운 분열을 하기 매우 좋은 적기라는 뜻이다.
나쁜 짓도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다고 했던가? 지난해 한교총의 분열이 자리 잡으며 한국교회에 올해 새로운 분열이 없을 것이라는 장담은 누구도 하지 못하게 됐다.
그나마 정통성을 갖고 있는 한기총이라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면, 조금이나마 기대를 해 보겠지만, 수년째 집안 싸움을 반복하며, 법정 소송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무리한 기대가 아닐까 싶다.
한기총이 교계 연합단체로서 제 역할을 한 지는 이미 오래다. 지난해 한기총이 교계에 한기총의 이름을 내걸고 한 사업은 정말 손에 꼽는다. 물론 이는 한기총 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심교단들이 모두 빠져 나간 한교연이나, 아직 연합단체로서 아무런 영향력도 없는 한교총에 기대를 한다는 것도 무리다.
지금 교계는 서로간의 자리다툼만 반복하는 중대형 교단들과, 책임은 나몰라라 하며 권리만 누리려 하는 군소교단들의 이기적인 행태가 반복되며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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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로 전락한 ‘교계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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