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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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이 점차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일방 체제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사업이나 인사는 모두 전 목사가 결정하고, 추진하며, 임원회에는 이를 보고할 뿐이다. 매번 임원회에 앞서 성경에서 말하는 초대교회의 회의 자세를 강조하는 전 목사지만, 정작 그가 진행하는 회의에서는 일방적인 브리핑만 있을 뿐, 회의는 없었다.

 

지난 34일 열린 임시임원회 역시 전 목사의’ ‘전 목사에 의한’ ‘전 목사를 위한임원회란 인상이 강했다. 임원들의 입에서는 동의, 제창 외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언이나, 평범한 의견 제시조차 찾아보기 어려었다.

 

사전 예배 설교를 포함해 매 사안마다 현 정부에 대한 비난과 주사파, 빨갱이 등을 강조하며, 나라가 망해가는 상황에 이를 살릴 길은 오직 한기총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중에 전 목사가 제시한 모든 안건은 단 한명의 이의도 없이 통과됐다.

 

애초에 한기총이 보여줬던 상식적인 회의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절차와 과정이 무시된 사안에 대해서도 일말의 문제도 제기되지 않았다.

 

일례로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의 이름으로 지난주 일간지에 이승만 대학 설립 발기인 대회광고를 게재했다. 광고에는 발기인 대회가 34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로 명시됐다.

 

하지만 이 광고는 한기총이 전혀 인지한 내용이 아니었다. 심지어 지난 225일 열린 임원회에서조차 논의된 적이 없는 사안이었다. 임원회의 검토나 허락도 없이 덜컥 이승만 대학 설립 발기인 대회가 한기총의 이름으로 나간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 광고에는 한기총의 은행 계좌를 명기해 후원까지 요청하고 있다. 대학 설립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은 물론이고, 후원까지 요청한 광고가 임원회의 어떠한 허락도 없이 진행된 것이다.

 

그리고 정작 전 목사가 이승만 대학과 관련해 임원회의 동의를 받은 것은 광고가 발표된 후인 34일 임시 임원회에서였다. 발기인 대회를 고작 2시간여 앞둔 시점이었다. 한기총은 지난 창립 30년 이래 단 한 번도 대학 설립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연구를 한 적도, 이를 논의한 적도 없다. 이승만 대학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전광훈 목사의 단 몇 분의 브리핑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두 시간 후 한기총은 대학 설립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의 등장이다. 이날 임시 임원회에는 변승우 목사가 직접 등장해 관심을 받았다. 직전 임원회에서 위원회 설립 및 위원장 임명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전 목사는 임원회가 열리기 전, 변승우 목사를 성령운동특별위원장에 임명하고 이를 문자를 통해 공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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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나눠진 회의 자료에도 변 목사를 성령운동특별위원장으로 표기했으며, 자리에 안착한 변 목사는 미리 준비된 명찰까지 패용했다. 명찰에는 특별위원회 변승우 목사로 표기되어 있었다.

 

변승우 목사는 현재 교계 일부 교단으로부터 이단성에 대해 지적을 받고 있는 인물로 그런 변 목사가 위원장이 되어 한기총에 등장한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위원장 자격에 대한 논란도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변 목사는 한기총의 회원이 아니다. 아무리 전 목사가 위원회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한기총과 관련 없는 인물을 위원장으로 세우는 것은 커다란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결국 이를 의식한 듯 막상 회의에 들어가서는 변 목사의 위원장 임명을 보류했다.

 

그리고 변 목사의 가입을 새로운 안건으로 내걸었다. 전 목사는 윤리위, 실사위, 이대위 등에 변 목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약 10분여에 걸쳐 변 목사가 억울하게 이단이 된 사연, 신학적으로 이단이 아닌 이유, 증경들과의 대화 등을 예로 들어 변 목사에 이단성이 없음을 장황하게 설명했고, 변 목사를 직접 앞으로 불러 내어, 이단 문제와 관련해 해명하는 시간을 주기도 했다.

 

이날 전 목사는 한기총 증경 모임에 갔더니 어르신들이 변승우 목사를 한기총에 초청하라고 명령했다. 어르신들의 강권에 의해 초청하게 됐다면서 변 목사에 대한 이단문제는 시기 질투다. 내가 감히 조사 내지 상담을 해본 결과, 변승우 목사가 이단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확신했다.

또한 신학적 부분에 대해서도 알미니안적 구원론을 갖고 있다면서 알미니안적 구원론을 갖고 있다고 이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스스로 최고의 성경학자이자 신학자를 자부하는 대표회장이 이단성이 없음을 검증한 마당에 이대위나 윤리위가 취할 조사는 사실상의 형식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큰 상황이다.

 

한기총은 전 목사의 취임 이후, 사실상 회의체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대사회적으로는 반정부단체로 이미 스스로를 공인한 상황이다.

 

한기총이 주최한 이번 3.1절 국민대회 역시 주제는 문재인 탄핵 집회였다. 물론 이 주제에 대한 임원회의 논의나 허락은 없었다. 다만 국민대회를 단독으로 개최하는 것에 대해 허락했고, 이를 전 목사에 전권을 위임했을 뿐이다. 그리고 전권을 위임받은 전 목사가 내놓은 주제가 바로 문재인 탄핵 집회였다.

 

한기총이 보수적 성향으로 출발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근본은 교회다. 복음을 전하고, 사람을 품는 것이 가장 먼저인 집단이다. 하지만 한기총은 지금 그 어떤 정치단체보다 더 극으로 치달으며, 분열과 대립을 가속화 하고 있다. 다만 그 구성원이 그 심각성에 대해 깨닫고 있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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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의 ‘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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