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칼럼] ‘피로사회’에서 살아남기, 교회는?
2019/09/09 22:4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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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목사(한국교회건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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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세요.’ 채팅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종종 주고받는 말이다. 이런 문자를 받으면 행복이 뭔지고민하게 된다. 2018년 연말 발표된 전 세계 나라별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57위에 올라있다. 행복지수는 그 나라 국민1인당 GDP(국민총생산)건강하게 사는 기대수명, 어려울 때 도와줄 친구, 친척, 선택의 자유, 관용(어려운 이웃을 지난날 도왔는가), 부패지수 등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인이 바라는 행복한 모습은 아마도 능력(업적)과 성공의 일치일 것이다. 그러나 모 언론사가 조사한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 결과 100점 만점에 55.95점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능력(업적)=성공이 행복이라는 생각은 능력(업적)을 최상의 가치로 만드는 성과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경제적 요소나 성공이 행복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성공행복이라는 성과사회의 모습은 한국사회의 현실과 일치한다. 이 점은 긍정의 힘을 통한 성공을 설교하는 처세 관련 책들이 한국의 도서 시장에서 얼마나 많이 팔리고 있는지를 보더라도 확인되는 점이다.

 

이런 현대사회의 성과주의에 대하여 날카롭게 비판한 철학 서적이 한병철 교수의피로사회이다. 이 책에선 냉전, 규율사회 등 부정성을 바탕으로 한 과거의 사회에서 현재는 부정성이 제거되고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화했다며. 이 새로운 사회를 성과사회’, 그리고 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성과주체라고 말한다. 과거의 사회가 해서는 안 된다라는 금지에 의해 이루어진 부정의 사회였다면, 성과사회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의 사회라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는 성공하라는 것이 유일한 규율처럼 여겨지며, 성공을 위해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바로 “Yes, we can!”의 긍정의 정신이다. 이런 부정성에 의해 제약받지 않는 긍정성은 긍정성의 과잉으로 귀결되며 타자의 위협이나 억압과는 다른 의미에서 자아를 짓누른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다. 한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성과위주의 사회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진화가 가져온 결과라는 것이다. 더 큰 성과를 올려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개개인의 욕망을 부추김으로써 자본주의는 전체적인 생산성을 극대화해간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착취는 이렇게 해서 자발적인 착취의 양상을 띤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그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을 노동수용소에 스스로 가두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존재하려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가 모든 개개인의 마음속에 고착화된 지상과제가 될 때, 사회는 우울증 환자낙오자를 양산하게 된다. 현대사회의 시대적 질병으로 우울증을 들 수 있다. 근현대에 접어들면서 인간 착취의 동력은 억압으로 부터 자유(롭다는 느낌)으로 전환됐다. 타자보다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며, 자아는 자아에게 무한으로 긍정되며 착취에 매혹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이렇게 긍정성으로 무장된 자아들은 그럴 수 없는 현실의 자아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마주치며 갈등하고 소모된다. 활동하는 인간의 소진은 여기에서 온다. ‘성취할 수 있다, 그러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라고 착각한다. 우울한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로서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물론 타자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그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인간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양극단이다.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의식은 파괴적 자책과 자학으로 이어진다. 이런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과 전쟁상태에 만들게 된다. 우울증은 긍정성의 과잉에 시달리는 사회의 질병으로서, 자기 자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성과위주의 사회가 주는 피로도는 사람들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이다. 이런 피로는 인간을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는다. 오직 자아만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러므로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모든 권위를 타파하고 가장 완전한 개인의 자유를 실현한 서구사회나 현대사회에서, 부정성이 거의 완전히 제거된 듯한 긍정성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의문이 있다. 다시 말해 왜 우리는 여전히 진정 자유롭지 못한가?”, “왜 우리는 행복하지 못한가?”라는 의문이다.

 

교회는 성과사회의 과잉활동, 과잉자극에 맞서 사색적 삶, 영감을 주는 무위와 심심함, 쉼과 안식이라는 영성적 가치를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피로의 개념도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성과사회에서 보면 피로란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이고,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무위의 가치에서 출발하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피로는 폭력이다. 그것은 개인의 자아나 모든 공동체, 모든 공동의 삶, 모든 친밀함을, 심지어 언어 자체마저 파괴하기 때문이다. 깊은 사고의 부재 상태, 천박성은 "자극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 자극에 대해 아니라고 대꾸하지 못하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 즉각 반응하는 것, 모든 충동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이미 일종의 병이며 몰락이며 탈진이라고 보아 한다. 모든 것을 라고 긍정하던 자아는 "아니오(NO)” 라는 선을 설정하고 말해야 한다. 적당히 얼버무리는 처세가 지혜로운듯해도 양심이 신음하는 소리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인 동시에 그로 인해 악화(惡化)가 악화(惡化)를 더 견고히 구축케 한다. 아니라고 말할 용기는 깊은 자아 성찰을 불러온다. 막간의 시간이 주어지고 사유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부정인 것이다. 부정되는 것이 자아인지, 타자인지, 자아의 긍정성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부정하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 교수는 평화로운 막간의 시간에서 쓸모없음의 쓸모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쓸모없음의 쓸모를 깨닫고 나서야 치유적 피로, 피로의 공동체적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어찌보면 "깊은 심심함"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현상이 극대화된 긍정의 징후는 아닐까. 현대인들이 일이나 스마트폰 등 여러 중독에 빠지는 이유라는 점에서 유감을 표시한다. ‘깊은 말씀묵상으로 멍때리기거룩한 독서가 정신건강과 자아에 오히려 큰 도움과 유익이 될 수 있다.

 

현대인의 자아는 리비도적 에너지의 대부분을 자기 자신에게 사용한다. 그렇게 쓰고 남은 리비도는 계속 늘어나는 연락처와 일시적 관계에 배분되고 사용한다. 매우 약한 리비도를 타자에게서 빼내어 새로운 대상에 투여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므로 소중한 사람의 가치를 외면하고 관계성이 가장 낮은 수준의 스치는 만남 정도로 그친다. 이렇듯 현대인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성과위주의 피로사회에서 살아남기가 참 힘들다. ‘수고하고 무거운 짊진 자들을 부르시고 안식을 주시는 예수님의 교회는 그들에게 쉼과 안식을 주는 그런 공동체가 되고 있는가? 대안이 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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