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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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개혁은 명분을 가진 자가 한다. 이것이 사회학적 견지에서 본 개혁의 정당성이다. 그래서 그것이 혁명이든 쿠데타든 그 주체세력은 명분을 움켜쥐기 위한 투쟁은 거의 사투에 가깝다. 상당한 실리를 포기하고서라도, 출혈을 감내하면서라도 명분을 점유하려는 자, 그 명분의 정당화를 위해 논리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가히 그 집단의 운명적 귀결과 같이 간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민주든 독재든 이 명분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이 중대한 명분, 아니 태생적으로 선점하고 있는 명분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것을 내다버리고 있다. 그렇다고 뚜렷한 실리를 챙기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감추어진 내면적 유익이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민심은 떠나가고 지지자들이 돌아서는데도 오히려 더 자신들의 존재 근거인 집권의 명분을 퇴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역시 ‘명분’ 때문이란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조국 장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를 통해서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한다. 집권층은 심지어 그를 이 정권의 상징적 인물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면 이 정권은 끝이다. 굳이 검찰기소나 법원 판단까지 갈 것도 없이 그가 지금까지 SNS를 통해서 쏟아낸 발언의 이율배반만으로도, 쏟아져 나오는 문건과 시실만으로도 그는 범인(凡人)에도 미치지 못하는 필부(匹夫)요, 나아가 가증하고 사악하기까지 하여 약육강식의 논리와 처신으로 무장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전형이다. 적어도 필부(匹夫)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그가 과거에 가슴이 시원하도록 일갈했던 청량한 말들과 지금 그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언사를 대조해 정리해 둔 것을 보았다. 가소롭고 징그럽고 무서웠다. 어떻게 그렇게 해 놓고도 어찌 지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철면피일까? 그런 사람이 공개적으로 검사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왜 감히 고 노무현 대통령 흉내를 내려할까? 그런 시도들이 자신을 대통령 혹은 총리의 격에 올려놓는 건방짐임을 모르는 것일까? 과연 사법고시도 패스 못한 채 낙하한 정치적 법무장관, 그것도 온갖 의혹과 비리에 연루된 채 자기 부인은 기소되고, 본인마저도 검찰의 칼 앞에 서 있는 불명예스러운 법무장관과의 토론에 나설 덜 떨어진 검사들이 있을까? 필부(匹夫)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다시 문 대통령에게로 돌아간다.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정말 문 대통령이 뭐가 문제를 몰라서 이런다면 답이 없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지금의 정국 대처가 오답인 줄 알면서도 정답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라면 정말 대책이 없는 불행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청년 학생들이 오답이라고 들고 일어났다. 교수들이 오답이라고 최순실 때보다 더 많은 숫자가 들고 일어났다. 지지층들도 오답이라고 등을 돌리고 있다. 정치 성향과 무관했던 중도층들이 고개를 외면하며 오답이라고 했다. 모두가 오답이라고 하는데, 그 모두를 외면하고 오직 지지층만 바라보고 자신의 이념만을 정답이라고 하는 그 무지막지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군사독재만 무지막지한 것이 아니다. 군사독재는 권력욕이 빚은 것이라서 그 항전의 명분도 있고 투쟁 방법도 다양하지만, 이 민주의 탈을 쓴 독재의 무지막지함은 이념적 자기 정의에 도취된 확신범적 소행이라, 저항의 무기도 신총치 않고 치료의 방법도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이것은 깊고 깊은 사회 병리현상을 퍼뜨릴 것이며, 그 피해와 상처는 너무도 깊고 오래갈 것이라는 두려움을 벗어날 길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문제를 모르면 답이 없고, 오답을 우기면 대책이 없다. 지금 이 정권이 가고 있는 길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이 정권은 촛불이라는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집권했고, 그 때문에 민주의 정통성과 개혁의 명분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국민은 이를 지지하며 주목하여 보고 기다리고 있다. 그런 귀중한 자산을 조국이라고 하는 필부만도 못한 인물로 인해 좌초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속상하고 분해서 하는 말이다. 적어도 필부(匹夫)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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