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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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안의 제사장이며 모세의 장인인 이드로는, 하나님이 모세와 그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하신 일, 곧 주께서 어떻게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셨는가 하는 것을 들었다.”(출 18:1)
소식을 들은 이드로는 모세를 만나 혁명의 성공을 축하하고 싶어 곧 길을 나선다. 이스라엘이 대제국 이집트의 압제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이드로만은 아니었다. 인접한 여러 민족이나 나라들에서도 두루 화제가 되었었다. ‘토라’는 그러한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하나님이 앞장서고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이라 할지라도 그 길에는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음을 소상하게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여러 민족이 두려워서 떱니다. 블레셋 주민이 겁에 질려 있습니다. 에돔의 지도자들이 놀라고, 모압의 권력자들도 무서워서 떨며, 가나안의 모든 주민도 낙담합니다.”(15:14-15)
그런가 하면 “그 때에 아말렉 사람들이 몰려와서, 르비딤에 있는 이스라엘 사람을 공격하였다.”(17: 8)   
‘미드라시’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단다. “한 사람은 들어서 뭔가를 얻고, 다른 사람은 듣고 나서 뭔가를 잃는다.” 이드로가 “무엇을 들었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들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지 않는가.
그런데 이드로는 모세가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모두 보고 말하였다. ‘자네는 백성의 일을 어찌하여 이렇게 처리하는가? 어찌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백성을 모두 자네 곁에 세워 두고, 자네 혼자만 앉아서 일을 처리하는가?’(18:5-14)
이드로는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가 시행하고 있는 사법행정에 대해서 구체적인 비판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드로의 눈에는 도를 넘은 모세의 열정이 사법행정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 것이다. 모세를 이용하기 위하여 찾아오는 사람들은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모세는 그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려했다. 노련한 이드로는 그러한 모세의 운영방식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드로도 자신의 민족을 영도해온 제사장이 아니던가. 용기를 내어 모세에게 충고한다.  
모세는 대제국 이집트의 바로를 굴복시킨 영웅, 한 부족의 제사장 따위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리라. 그래서 이드로에게, “나는 이제 장인어른의 도움을 받을 처지에 있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니까요.” 하고 말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모세는 소명의식을 내세워 이웃의 도움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그렇고 그런 소영웅 따위는 아니었다.     
‘토라’는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모세의 장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자네가 하는 일이 그리 좋지는 않네. 이렇게 하다가는, 자네뿐만 아니라 자네와 함께 있는 이 백성도 아주 지치고 말 걸세. 이 일이 자네에게는 너무 힘겨운 일이어서, 자네 혼자서는 할 수 없네. 이제 내가 충고하는 말을 듣게....자네는 그들에게 규례와 율법을 가르쳐 주어서, 그들이 마땅히 가야 할 길과 그들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알려 주게. 또 백성 가운데서 능력과 덕을 함께 갖춘 사람,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참되어서 거짓이 없으며,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을 뽑아서 백성 위에 세우게....그들이 사건이 생길 때마다 백성을 재판하도록 하게. 큰 사건은 모두 자네에게 가져 오게 하고, 작은 사건은 모두 그들이 스스로 재판하도록 하게. 이렇게 그들이 자네와 짐을 나누어지면, 자네의 일이 훨씬 가벼워질 걸세.(18:17-22)
장인 이드로가 모세에게 바란 것은 모세의 권한을 단계적으로 나누는 일이었다. ‘토라’는 모세가 장인 이방인인 이드로의 충고를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기록한다. 모세는 카리스마적인 자신의 능력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충고와 교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18세기의 유명한 신비주의자 하임 벤 아탈은 모로코로부터 예루살렘으로 이주해온 랍비이다. 그의 손으로 작성된 토라 주석서 <생명의 빛>에서 랍비는 말했다. “이드로가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찾아온 진정한 목적은 ‘토라’가 모든 지혜를 간직하고 있는 보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방인이 유대인보다 앞서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였다. 그 중의 하나가 역할분담의 기술이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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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와 이드로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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