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기침을 많이 하셔서 서울대 병원도 가고 C.T 촬영을 해 봤지만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입원을 해서 검사를 해 보니 예후가 그리 밝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월요일, 화요일 계속해서 눈물만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다른 의사선생님이 예후가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저는 또 어린애처럼 껑충껑충 뛰기도 했고요. 저는 어머니 정 권사님께 최선을 다하여 효도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총회 부총회장 출마와 서울 어느 교회 화해 문제로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권사님께서 기침하실 때 손 한 번 따뜻하게 잡고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시켜 드리지 못한 아쉬움과 자책감이 드는 것입니다. 더 잘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한탄하며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물론 우리 권사님이 의외로 90세 이상 사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 권사님과 헤어질 것을 생각해 본 것입니다.
정 권사님이 이 세상을 떠나시더라도 그 영혼은 그토록 사모하고 소원했던 천국에 가시니까 얼마나 행복하시겠습니까? 그러나 그 분의 육신은 부활 때까지 땅에 잠들어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야간산행은 그냥 산행이 아니었습니다. 정 권사님도 언젠가는 돌아가실 것이고 우리도 이 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래서 흙을 함부로 밟을 수도 없었고 무심코 가래침을 뱉을 수도 없었습니다. 겨울바람에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는 가랑잎들도 나의 죽음 이후의 모습으로 보인 것입니다. 참으로 적막과 적막이 만나고, 고요함과 고요함이 만나며, 슬픔과 슬픔이 만나는 산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적막, 고요, 슬픔만으로 끝나는 산행이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고 하나님의 뜻이 보이는 창조적 산행이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 하루하루를 하나님을 잘 섬기고 받은 사명을 신실히 감당하며 소중하게 살아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