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수) 바코드
2020/05/15 16:0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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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

                             전 민 정



저녁 무렵이다
장을 보러 나갔다
나란히 누운 고등어 대열
그들에겐 가격표가 없었다

검은 비닐봉지에 들어와
내 것이 되기까지
수없이 뒤적거림 당하며
몇 번의 이력서를 썼을까

해동으로 풀린 빨간 눈의
생선을 들고
해피포인트에 덧셈을 한다
지금 이 순간 선택되기까지
수 없이 이력서를 쓴 나도
어딘가에서 바코드로 찍힐까
얼마의 해피포인트로 기록될까

집으로 가는 보도블록 위로
나의 바코드가 찍힌다
2069519


저녁 무렵 장바구니를 들고 기웃기웃 시장바닥을 돌고 있는 여인, 풍경은 아름답고 정겹다. 이런 시장 풍경은 얼마 쯤 더 우리와 공존할 수 있을까,
4차산업의 물결이 세상 곳곳에 물 밀 듯 밀려오며 삶의 모습도 바꿔가고 있다. 바금 폰에서 알림 톡이 도착했다. QQ mall 셀렘샤 ㅍ 블라우스 내일2시 배송예정. 문자 확인 후 창밖을 내다 본다. 아파트 단지 뜰은 공허한 바람이 지나갈 뿐 아무도 없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코로나가 이끌고 온 복병으로 뒤집힐 듯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 Untact, 비대면의 사회가 현실로 다가왔다. 진부한 타령이지만 ‘만나고 있어도 그리운 사랑, 만나지 못해 더욱 그리운 사랑’ 이 통속의 독백이 아이러니하게도 울림이 온다. 되레 우리 삶은 격조 높은 사랑의 풍속도로 전개 될듯 한 예감이, 플라토닉 로맨스가 펼쳐지지 않을까,
 바코드 찍은 고등어가 검은 비닐봉지에 들어와 내 것이 되었다. 고등어의 이력은 단숨에 벗겨져 눈알이 빨갛게 충혈되고 두부 호박 고추 식탁에 오를 찬거리는 입국장을 통과하는 여행객 처럼 통관 하고 있다. 아직 시인은 바코드 찍힌 적 없이 잘도 나들이를 했는데 미술관 영화관 경기장, 북적대는 인사동 거리에서도, 이젠 알 수 없다. 장바구니를 들고 보도블럭을 건너는 발목에 체인 같은 바코드가 찍히고 있다. 시인의 정체가 사이버 공간으로 무한 날개를 달고, 바코드 2069519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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