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흑인들의 문제에 관한 단상
2020/06/12 12: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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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아녀자(兒女子)란 말 속에는 약자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지 않나 여겨진다. 이는 미국사회에서 흑인(黑人)이란 말 속에 약자라는 뜻이 깃들어 있는 경우와도 유사하다. 흑인들 가운데서도 약자 아닌 강자, 이를테면 위대한 스포츠맨이나 이름난 연예인처럼 몇몇의 흑인들은 확실히 강자임에 틀림없지만, 일반적으로 흑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힘없는 약자들로 인식된다.”
이는 필자가 지난 토요시평 <아녀자들의 문제에 관한 단상>이란 제목의 글 속에서 썼던 구절의 일부이다. 그때 필자가 아녀자들의 문제에 관해 다루는 글 속에서 왜 갑자기 흑인의 문제를 끄집어들였던지 잘 모르겠지만, 결과는 오히려 시의 적절한 게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에 관해 다루기 시작했다면, 아녀자들의 문제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특히 요즘 크게 문제시되고 있는 미국의 사회적 약자들인 흑인 문제에 관해서도 다루어야 할 계기를 만들어주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나마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요즘 특히 미국 흑인 피의자들(범죄 혐의를 받는 자들)에 대한 미 경찰들의 대응 자세가 일정한 한도를 벗어나고 있는 문제와 관련된다. 제3자인 우리가 바라보기에는 흑인 피의자를 다루는 미 경찰들이 적법(適法)한 대응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기에 앞서, 과연 그들(경찰)도 인간인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당사자들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문제(범법 문제)를 다루는 일선 실무자가 먼저 인간이어야 하는데 그들(경찰)이 전혀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들이라고 한다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보겠다.
법을 집행하여 범법자(피의자)들을 취체함으로써 사회적 안정 유지(또는 치안 유지)에 기여하겠다는 자세로 공적(公的) 위치에 임해 있는 사람들이 불법과 탈법을 마치 밥 먹듯이 자행하고 있다면 이들이 과연 공인으로서의 경찰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간(흑인) 피의자들이 불법을 행하는 것과 공인으로서의 경찰이 탈법을 자행하는 것을 같은 레벨에서 비교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어느 모로 보나 경찰은 민간 범법자(피의자)보다는 한 수 위여야 한다. 그만큼 윤리적인 면에서 비교적 우월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미 흑인 조지 플로이드(46세) 압살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그 경찰의 만행이 극에 이르렀음을 부정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플로이드의 목을 무려 8분46초 동안이나 무릎으로 누르고 있었던 경찰은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가(경찰이)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려주었다고 보아 틀림이 없다. 그는 아예 그(플로이드)를 죽이겠다고 작심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목이 졸려 죽을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피의자를 그렇게 오랫동안 누르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죄 중에 가장 큰 죄는 무어니 무어니 해도 살인죄이다. 피의자를 잡아 법정에 세우겠다고 하는 경찰이 그러기 전에 자기 일개인 선에서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작심했다면 그것은 엄연한 살인행위이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도 함부로 죽이지 못한다. 그들의 생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그 어떤 인종인가를 불문하고 동등한 차원에서 존귀하게 생명을 부여하셨으니, 생명에 대한 인식에 그 어떤 인종차별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전 세계의 비판적 여론이 비등해지자 미 검찰이 그 가해 경찰을 몇 급의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하며, 그 현장 주위에 있었던 서너 명의 경찰들도 방조자들로 함께 기소했다고 한다. 그 흑인의 목을 그렇게 오랫동안 무릎으로 짓누르고 있었던 경찰도 문제였지만, 그 옆의 경찰들 어느 누구도 그 만행을 말려보려고 노력하는 자가 하나도 없었던 게 그 현장을 바라본 제3자인 우리들에게는 분통터질 일이었다. 그만큼 미 경찰들이 그런 잔인한 일에도 무신경한 지경에 처해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미 경찰이 피의자에 대한, 또는 부당함에 항의하는 이들에 대한 그 목누르기 행위를 그친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플로이드 사건 며칠 뒤에도 어느 여인이 그와 똑같은 만행에 걸려들어 이젠 나도 플로이드처럼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 했었다고 보도되었다. 그리고 플로이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말하자면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그로 인해 정상인 아닌 상태로 돼버린 이들이 무수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미 경찰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그에 따른 인도주의적 실천만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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