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의 추억과 현실
2020/07/03 12:3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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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만 섭 목사 (화평교회)

올해로 6·25전쟁 70주년을 맞는다. 70년 전 북한의 김일성은 중공과 소련의 지원 하에 3·8선 전역에서 남침 전쟁을 일으켰다. 그래서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공산군의 수중에 떨어지고, 1달 만에 전국토의 90%를 공산군에게 뺏기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미국과 유엔군이 참전하여 나라를 지키게 되고, 완전 통일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됨을 하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70년 전 6·25전쟁이 발발하자, 전 세계의 독립국 90여국 가운데 60여 개국이 이 전쟁에 참여하거나 협력했으니, 가히 세계적인 전쟁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성경에서처럼, 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한 후 70년 만에 포로에서 해방되어 돌아오는 기쁨이 한반도에도 올 것을 기대했는데, 느닷없이 북한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6월 초에 ‘삐라’ 담화를 발표하면서, 남북은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고 있다. 탈북민들이 보낸 소위 ‘삐라’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북측이 드러내면서, 개성 공단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어이없는 일까지도 벌어졌다. 연락사무소뿐만 아니라, 뒤편의 건물 등 우리 돈으로 지은 건물과 재산 700여억 원의 물적 손해를 유발시키고도 북한은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그럼 김여정이 말하는 ‘삐라’가 대체 무엇이기에 그런 강수를 두고, 그 동안 쌓인 남북 간의 신뢰까지 폭파시키는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나는 어렸을 때, 우리 마을과 학교 가는 길에서 심심찮게 북한에서 보낸 삐라를 본적이 있다. 이것을 주우면 곧바로 학교로 가져가거나 지서(지금은 지구대, 경찰)에 갖다 주면 연필이나 공책(노트)을 받곤 하였다. 이제는 수십 년이 지나서, 삐라를 주을 때의 두근거림은 추억처럼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삐라 때문에 남북 간에 초긴장이 빚어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사실 한반도에서의 삐라의 역사는 꽤 길다. 우선 삐라라는 말은 영어의 ‘전단지’에 해당하는 ‘Bill’과 일본어의 비속어인 ‘비라’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이는 오래 전에 남북 간에 심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서로가 적진에 뿌렸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휴전 상태에서도 쌍방은 삐라를 뿌린 것으로 나타난다. 1960~1970년대 한국과 유엔군 측에서는 북한 동포들에게 보내는 사연과 월남(越南) 방법과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알리는 내용을 보냈다. 반면에 북한 측은 유엔군을 대상으로 가족들이 기다린다는 식으로, 외국 병사들의 향수를 자극하여 전의를 상실하게 하고 내부를 이간질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또 1980~1990년대에 한국에서는 수영복을 입은 미인들을 내세워 북한 병사들의 귀순을 유도하는 내용이 많았다. 반면에 북한 측은 미군은 살인마, 흡혈귀 등 부정적인 존재로 부각시키고, 김정일은 추켜세우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988년 한국은 올림픽을 개최하여 북한과는 비교도 안 되는 비약적인 경제 발전, 정치 민주화를 가져오면서, 체제 경쟁에서 북한은 밀리게 되고, 삐라 살포도 주춤하게 된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와 탈북민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에 의하여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내용들이 다양하게 북한 지역에 살포되게 된다. 이에 대하여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국은 북한과 다르게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또 폐쇄된 북한 체제의 특성상 북한의 문제점을 잘 모르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삐라가 상당한 사실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져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에 삐라 사건을 지적하면서 김여정은 탈북민들을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라고 까지 표현하였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까지 싸잡아서 비난한 것이다. 이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와 공산·독재주의에 대한 비교는 끝난 것이며, 그 결과는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한보다 경제력이 앞섰던 북한이 이제는 한국과 비교하여 50배의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이번에 발끈한 것은 비단 ‘삐라’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한 유엔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이제는 삐라가 추억 속에 남아 있을 것으로 여겼는데, 남북 간 예측하기 어려운 대치 국면이 되고, 작은 삐라 앞에서도 흥분할 수밖에 없는 북한 측의 절박함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은 세계와 공산 국가에서도 유일하게 3대 세습으로 72년 이상 독재·공산 정권을 끌어오고 있다. 그 동안 주민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 속임수와 인권 유린의 혹독함을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될 때, 그것은 심리전에서 사용하는 삐라의 문제가 아니라, 김일성 3대가 그 동안 공들여 만들어온 독재정권에 가해지는 위력이, 핵폭탄보다 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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