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칼럼] 지도자의 자질 -비느하스와 여호수아-
2021/09/05 10:4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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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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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출애급 후 싯딤에 있었을 때, 제사장 비느하스는 한 이스라엘의 남자와 미디안 여자가 음행하는 현장에서 창을 들어 남녀의 배를 꿰뚫어 징벌했다. 비느하스의 결단은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하나님은 이방여인들과 음행하는 이스라엘 남자들에게 벌로 내렸던 염병을 거두어들였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비느하스와 언약을 맺어 그와 그를 잇는 자손에게 영원한 제사장 직분을 보장했다.(민수기 25).

 

해결사적 결단력은 비느하스로 하여금 스타가 되게 했다. 그는 아론의 손자이자 엘르아살의 아들이어서 혈통적으로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모세는 은근히 그를 후계자로 낙점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을 하직할 날이 가까워지진 모세는 후계자 선택을 위해 더더욱 간절하게 기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사람에게 영을 주시는 주 하나님, 이 회중 위에 한 사람을 임명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백성 앞에서 나가기도 하고, 백성 앞에서 들어오기도 할 것입니다. 백성을 데리고 나가기도 하고, 데리고 들어오기도 할 것입니다. 주님의 회중이 목자 없는 양 떼처럼 되지 않도록 하여 주십시오

(27:16-17).

 

왜 모세는 비느하스를 후계자로 결정하기를 주저했을까? 모세와 아론이 역할분담을 해온 것처럼, 정치적 지도자와 종교지도자를 분리하려는 의도가 한몫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치더라도, 초비상시에 한 민족을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에서 모세는 더 높은 차원의 고민을 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성서에는 모세가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보다 높은 수준의 덕목을 두고 기도했음을 짐작케 하는 단서들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랍비 콕의 해석에 따르면, 노련한 모세는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케 한 비느하스의 과감성이 오히려 지도자로서의 자질에 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보았다는 것이다.

 

비느하스의 행동은 하나님으로부터도 인정받은 바 있지 않는가. 모세도 비느하스를 좋아했고 그의 과감성에 대해서 칭찬한 바 있었다. 그러나 성공을 맛보게 한 자신의 과감성에 취해있는 열광주의자가 이스라엘의 새 지도자가 되어도 좋을 지에 대해서 모세는 재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백성을 데리고 나가기도 하고, 데리고 들어오기도 할지도자를 주십사 하는 기도문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모세가 안타까워하는 속사정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백성을 전투로 이끌어나가는 것만이 지도자의 능사가 아니지 않는가. 싸움터로부터 백성을 무사히 이끌고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지도자의 책무인 것을. 실제에 있어서 후자의 경우가 전자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모를 사람은 없을 터. 진정한 지도자는 데리고 나가는 일과 데리고 돌아오는 일을 다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정통적 유대인 성서학자 럿시는 모세의 기도를 이렇게 주석했다. “주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시고, 사람들의 마음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아십니다. 원하오니, 주님의 모든 자녀들의 마음들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지도자를 세워 주십시오.”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기도에 응답하여 말씀하셨다. “너는 눈의 아들 여호수아를 데리고 오너라. 그는 영감을 받은 사람이다. 너는 그에게 손을 얹어라”(27:18).

 

럿시는 풀이한다. “영감을 받은 사람이란, 백성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대응한다.”는 말은 언제나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인다. 훌륭한 지도자란 자기의 생각을 주장할 줄 알 뿐만 아니라, 자기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선입견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야만 한다는 것이 영감을 받은 사람의 내용이라고.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모세의 측근으로서 모세의 장막을 떠나본 적이 없는 젊은이였지만, 하나님께서 그에게 손을 얹어라하실 때까지 후계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위인이다. 그러나 모세는 주께서 말씀하신 대로 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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