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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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라는 소설에 보면 거상 임상옥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임상옥은 이런 말을 합니다. “상즉인(商卽人), 즉 장사란 사람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얻으려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저는 가장 어려운 때 뒷마당 총회장이 되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예배 회복과 공공선을 위해 앞장서서 뛰었습니다. 그렇게 앞장서서 뛰고 나름 결과물을 얻어내면서 많은 분들에게 격려 전화와 문자를 받았지만 이따금씩 오해와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했습니다. 양이 안 차서 그랬겠지요.

 

지난주부터 김부겸 총리님과 황희 문체부장관님이 약속한 백신 인센티브의 첫 열매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50% 이상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구두로 약속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약속대로 111일부터는 미접종자를 포함하는 경우 수용인원의 50%, 백신 접종 완료자만 모일 경우 인원 제한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20%가 회복되는 예배를 앞두고 토요일 저녁 내내 잠을 자다 깨다하면서 불면과 싸워야 했습니다. 가을에도 소쩍새의 메아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왜냐면 오는 주일 오랜만에 만나게 될 성도들에 대한 기대감, 설렘, 감사 때문이었죠.

 

그런데 한국교회의 예배가 회복 되어가는 때에 갑자기 제가 정부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는 말도 안 되는 뜬소문들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그분들에 대해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마음으로 예의를 갖췄습니다. 한 번은 어느 목사님이 기자회견 현장에서 저에 대해서 성토를 하고 있다고 현장에 있는 한 기자가 저에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때도 저는 그 기자에게 부디 그 목사님께 내 마음의 따뜻한 안부를 전해주라고 답문을 전했습니다. 전화를 하거나 장문의 문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때는 연합기관 통합 문제로 진지한 회의 중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분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제 마음의 따뜻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드린 것입니다.

 

임상옥은 거상으로서 그가 걸어가야 할 상도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모든 인간에게는 사람으로서 가야 할 인도(人道)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 인간으로서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해 왔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어떻게든지 이해하고 섬기려는 노력을 해온 것입니다. 물론 제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다 그렇게 대해 줄 수는 없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간에도 올해만 확인하지 못한 문자가 1213개입니다. 그렇지만 제 평소의 삶은 인도를 넘어 예도(禮道)의 길도 걸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공자는 인간의 기본이 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므로 사람이라면 마땅히 예도의 길을 가야겠지요. 그래서 저도 부족하지만 항상 누구에게나 예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특별히 우리 그리스도인은 인도와 예도를 넘어서 걸어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바로 신도(信道)입니다. 신도란 믿음을 따라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을 걷는 것입니다. 이 길은 어떤 때는 꽃길일수도 있지만 어떤 때는 좁고 협착하며 눈물 없이는 못 가는 길일 때도 있습니다. 가파른 길을 걸어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그 고달픔은 가파른 길을 걷거나 뛰어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황영조 선수가 몬주익이라는 가파른 언덕길을 뛰어갈 때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저 역시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일부러 황영조가 뛰었던 몬주익의 가파른 언덕길을 뛰어 보았습니다. 그 언덕길을 뛰었을 때 비로소 황영조의 멈추어버릴 듯한 심장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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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1년을 돌이켜보니 제가 걸어왔던 길은 사막의 길이었고 그 길을 넘어 붉은 고원의 언덕길을 넘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꽃길이 된 곳도 있었고 꽃밭이 된 곳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길은 저 혼자 걷지 않았습니다. 함께 한 동역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위드 코로나를 발표할 때 한교총 뿐만 아니라 한교연과 한기총, 그리고 예자연과 전국17개광역시도기독교연합회 등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또한 누구보다 새에덴의 성도들이 저와 함께 해 주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앞으로 중요한 것은 무너진 예배와 교회를 어떻게 함께 세워나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우리 모두가 인도, 예도, 신도의 길을 함께 걸어간다면 광야길도 꽃길로 만들고 붉은 고원의 언덕과 같은 한국교회의 현실을 능히 꽃밭으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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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인도(人道), 예도(禮道), 신도(信道)의 길을 함께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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