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부활을 본 바울


 
한 소경과 앉은뱅이가 있다. 소경은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에 튼튼한 다리가 있고, 앉은뱅이는 걸을 수 없는 대신에 눈을 가지고 있다. 앉은뱅이의 눈과 소경의 다리는 따로 떨어져서는 불완전한 존재였지만, 소경이 앉은뱅이를 등에 업음으로써 훌륭한 동반자, 하나의 완성체가 될 수 있었다.
실 체(essence)와 인지(perception)와의 관계는 소경과 앉은뱅이의 관계로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실체는 내용, 즉 '속(알맹이)'이요, 인지는 현상, 즉 '겉'이다. 실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인지에 의해서 현실 속에 발현되어야 그 존재가치가 비로소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인지되지 않는 존재는 공허할 뿐이고, 존재 없는 인지는 맹목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그것에만 집착하며 살려는 경향이 있다. 모두가 현상에 근거하여 인지하고 가치판단을 내리며, 현상의 ‘속’, 즉 그 본질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기 독교인에게 있어서 보이지 않는 가치가 창조질서이고, 진리이며, 본질적으로 '속'이라면, 보이는 '겉'의 가치는 보이는 현상으로서의 만물이며 진리의 실현 곧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실체가 늘 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본질’로서 사물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면, 인지는 어떤 현상을 객관적 사실로 인식하며 가치판단에 따라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이 별개의 것이 아닌 하나가 되는 것은 본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써 삶의 온전한 가치를 이루는 것이요, 그 과정(process)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 하겠다.
바 울은 일찍이 역사 속의 예수를 직접 만난 적도 없었지만 고대 아람의 수도 다메섹에서 빛으로 오신 예수를 만나 회심한 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사울의 눈에 비늘 같은 것이 벗겨져 다시 보게 된 후(행 9:18), 그의 삶의 가치는 놀라울 만큼 큰 신앙적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사건 이후로 그는 지중해 지역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사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성서에 나타난 부활신앙에 대한 바울의 고백은 세상 학문을 뛰어 넘어선 것으로 생명의 구원을 증거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바울에게 뿐만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고, 성서의 모든 신학은 그리스도의 부활의 관점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활하신 예수의 빛을 본 후 완전히 달라진 바울의 신앙관, 가치관, 인생관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보이는 현상에만 급급했던’ 바울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실체를 본 후 "내가 나 된 것은 순전한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다(고전 15:10)"라는 고백을 토해 낸다. 그의 변화된 삶은 근원적인 실체, 곧 진리의 존재를 인지한 후 자신의 삶 속에 실현함으로써 온전한 가치를 지향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믿 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한다. 성서는 경전으로만 익히는 책이 아니요 구체적인 사건을 통하여 기록한 것이기에 그 사건과 사물을 추상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성서의 말씀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통하여 기대되는 것을 현실에서 실현하여 감추어진 실체를 보도록 한다. 부활을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은 흔히 예수를 가리켜 성인이라거나 예언자 중의 한 사람, 엘리야의 재현, 나사렛에서 목수생활을 하던 가난한 30대 청년이라고 한다. 그나마 믿는 이들도 영원한 신성, 구원자, 창조 이래 인간을 심판할 심판자 등등으로만 알고 믿으려 한다. 그리스도의 신앙은 실체의 부활을 보고 이를 인지하여 생명을 살리는 실체적인 신앙의 삶을 사는 것이다. 곧 그리스도인의 삶은 생명을 구원하는, 생명을 살리는 믿음이어야 한다.
장 님이 앉은뱅이를 업으면 그 두 사람이 삶을 나누는 동반자를 넘어 온전한 완성체가 되듯 하나님의 신성과 인성이 하나되는 것은 이를 인지하고 그로 말미암아 구원의 삶을 실천함에 있다. 부활 후 나타난 실체를 본 사울은 인지로 얻는 믿음으로 다시 살아 바울이 되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걸어가야 할 로드 맵(road map)은 수직적인 계시의 은총인 하나님과 인간, 상통하는 수평적 사랑인 인간과 인간의 믿음이 십자가의 진리라는 교차점에서 서로 만날 때 주어지는 십자가의 길이다.
하늘의 계시의 은총과 땅의 생명과 사랑으로 다시 사는 부활 신앙의 실체를 십자가의 길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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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을 본 바울 - 배성산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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