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서로 다른 조건 놓고 총회서 통합 결의
 ‘통합전권위’ 배제된 통합 합의… 대신측 분열 위기



 
올해 장로교 총회의 최대 사건은 예장백석과 예장대신의 통합 결의다. 그동안 수 차례의 시도에도 번번히 무산됐던 백석과 대신의 통합이 구체적인 합의를 넘어 각각의 총회에서 이를 통과시킴으로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통합을 코앞에 두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통과된 합의안에는 오는 11월 25일 통합총회라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명시되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찝찝한 것은 양 교단이 각각의 총회에서 통합을 위한 조건으로 내건 사안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1주일 차이로 열렸던 양 교단의 총회가 분명 통합을 결의한 것은 맞지만, 양측이 허락한 통합의 조건은 완전히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백석, 통합 결의 경과
통합에 대한 결의를 먼저 이끌어낸 것은 예장대신이다. 대신측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경기도 안산 대부도 수양관에서 열린 총회 중 18일 오후 백석과의 조건부 통합안을 최종 결의했다. 당초 일정에는 16일 통합추진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결정을 하기로 했었으나, 순서가 시작되자 총회원들 간의 격렬한 언쟁이 오가며, 결국 보고조차 하지 못한 채 총회가 산회되어 버렸다.
하지만 진통이 계속됐던 통합건은 이튿날인 17일 임원선거 후, 새롭게 총회장이 된 전광훈목사가 의장으로 나서 재논의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총대들은 통합을 위한 5가지 조건이 명시된 공증문서를 요구했고, 문서를 전제로 통합할 것을 1차 결의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8일, 총회장 전목사는 백석측과 합의를 이뤘다는 문서를 내밀었고, 총회원들은 백석측과 통합을 최종 결의했다.
그리고 이어 22일부터 25일까지 충남 천안백석대학교에서 총회를 연 백석측의 통합결의 과정은 오히려 쉬웠다. 이미 대신측이 지난주에 통합을 결의한 바 있고, 그에 따른 양 교단의 합의문이 있었기에, 합의문을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석측은 총회 첫날인 22일 회무시작과 동시에 통합전권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대신과의 통합을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결의했다.

각각 다른 조건 놓고 통합 결의
위 내용만 본다면, 양측은 통합을 결의했고, 그대로 통합을 진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통합을 허락한 조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17일 당시 대신측 총대가 통합을 위한 조건으로 내건 5가지 사안은 △교단명칭은 예장대신으로 한다 △역사와 회기는 예장대신 것을 따른다 △신학대학원 명칭은 ‘대신신학대학원’으로 하되, 학교 경영은 교단운영위원회에 맡기고, 3년 내에 재단까지 분리해서 넘긴다 △총대 비율은 5:5로 한다 △총회장은 양 교단에서 번갈아 맡는다 등이다.
총회 이름과 역사, 회기, 신학교까지 대신측에 일방적으로 편중된 조건이다. 당시 이 조건을 백석측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이튿날인 18일 속회된 총회에서 총회장 전광훈목사는 백석측과의 합의 문서를 내밀었고, 이에 총대들은 이견을 달지 않고 통과시킨 것이다.
하지만 대신측이 총회를 끝낸 직후인 19일, 또 다시 통합 합의가 이뤄졌다. 그리고 이 내용은 대신측 총대가 허락한 조건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합의서였다.
본 합의서에는 △교단명칭은 대신-백석으로 하되, 대신총회에서 전체 교회 중 9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시 명칭을 대신으로 한다(단, 잔류 인원이 대신 명칭을 사용할 경우에는 제반 문제에 대해 대신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우선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명칭은 대신총회에서 전체 교회 중 8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할 시 백석대학교 대신신학대학원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통합총회 총회장단을 비롯한 임원은 백석에서 2년간 맡기로 하고, 총회장은 장종현목사로 한다. 제1부총회장에 백석(이종승), 제2부총회장 대신(유충국), 제3부총회장 백석(이주훈)으로 하고 차기부터는 대신, 백석, 기타교단으로 교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통합총회 역사는 백석으로 하되, 통합 이후 역사편찬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하다 △통합총회는 2014년 11월 25일 오전 11시 천안 백석대학교회에서 개최한다 등이 명시되어 있다.
합의문을 훑어보자면, 통합총회를 날짜와 장소를 명시한 것을 빼면 똑같이 5가지 조항이고, 교단명칭, 신학대학원, 총회 임원 구성 등 위와 비슷한 부분에 대한 합의가 들어있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딴판이다. 교단명칭의 기본원칙은 대신-백석이고, 조건부 ‘대신’을 허락하고 있으며, 신학대학교 명칭 역시 조건에 충족할 시 ‘대신’ 이름을 추가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더 큰 차이점은 통합된 총회의 역사를 백석으로 한다는 점이다. 대신측 총회에서는 총회 역사 및 회기를 대신측을 따를 것을 전제했는데, 19일 합의문에는 전혀 반대인 것이다. 더구나 백석측에서 향후 2년간 총회장단을 비롯한 임원을 맡기로 한 것은 대신측 총회에서는 전혀 동의한 바 없는 사안이다. 그야말로 19일 합의문은 일방적으로 백석에게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백석측은 지난 22일 총회에서 기립박수로 이 합의문의 내용을 전제로 통합을 결의해 낸 것이다.

합의서, 전권위원장 아닌 총회장 서명
이번 총회의 통합 논란에 있어 문제의 핵심은 대신측이다. 결과로만 보자면, 백석측은 총회 전 대신측과 통합에 대한 합의문을 작성했고, 이를 총회에서 그대로 통과시킨 것 뿐이다. 더구나 만장일치의 통과였기에, 이후 별다른 논란이 될 소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신측은 다르다. 분명 총회에서 총대원들이 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을 내걸었고, 그에 따른 합의서가 18일 작성된 것으로 알고 이를 동의했다.
하지만 총회가 끝난 19일, 합의서가 튀어나왔다. 더 큰 문제는 19일 합의서를 통합전권위원장인 최순영목사가 아닌 총회장 전광훈목사가 작성했다는 점이다. 19일 합의서를 보면 대신측에서는 총회장 전광훈목사, 총무 홍호수목사, 백석측에서는 총회장 장종현목사, 사무총장 이경욱목사가 서명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명 총회에서 통합에 대한 모든 권한을 전권위원회에게 주기로 하고, 위원장에 직전총회장인 최순영목사를 세웠음에도, 정작 총회 직후 통합 합의는 총회장이 한 것이다.
만약 이 과정이 백석측처럼 총회 전에 합의가 이뤄지고, 이를 총회에서 받아들이는 형국이었다면, 설사 총회장이 합의한 사안이었어도 그리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과정은 총회장의 월권으로 해석될 소지도 충분해 보인다.
특히 총회에서 논의하고 결의한 내용과 전혀 다른 조건의 합의서를 작성한 것을 총대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측 최악의 경우 분열도 염두해야
만약 예정대로 오는 11월 25일 통합총회가 이뤄진다면, 대신측은 통합 찬성측과 수호측으로 나뉘어 분열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경과를 감안해 볼 때, 수호측의 세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만약 수호측이 다수를 차지하고, 백석측과 통합하는 세력이 소수에 머물 때는 합의서에 조건부로 명시된 통합 참여인원 90%, 80%에 따른 대신측의 이익이 전혀 무의미 하기에, 실질적으로 대신-백석의 통합보다는 대신 일부세력이 백석에 흡수되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총회 이후 총회장이 작성한 합의서는 원천무효라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통합 자체가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백석측은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 통합 결의를 이뤄냈고, 이를 시행했는데, 대신측이 내부적인 문제로 이를 모두 파기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우려가 있어, 사실 대신측은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 되어 버렸다.  
현재 대신측 총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런 정황을 포착한 목회자들이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한 목회자는 이번 통합에 대해 ‘대신을 확실히 잡는 덫’이라며 “정치는 표 대결인데, 이대로 가면 대신은 사람이 적어, 1~2년 안에 백석으로 환원되고, 대신은 공중분해 될 것이다”며 “37년 된 교단이 그리 쉽게 (명칭을) 대신으로 하겠나? 대신을 끌어들이는 미끼다. 속지 마라. 가면 죽는다”고 비난했다.
또한 대신측 내부에서는 ‘대신교단 바로 세우기 협의회’라는 수호위원회 성격의 모임이 조직되어, 통합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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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신-백석 통합 결의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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