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겨울이 오기 전에

“너는 겨울이 오기 전에 어서 오라”(딤후 4:21)는 바울이 디모데에게 편지하기를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에 보낸 편지로 가을의 정취가 바울의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자연 환경의 분위기나 처지를 생각하면서 메시지를 디모데에게 한다. “너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 하는 때가 이르러…( 딤후3:1)”와 “하나님 앞과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실 그리스도 예수 앞에서 그가 나타나실 것과 그의 나라를 두고 엄히 명하노니”(딤후4:1) 하신 말씀으로 바울의 가을 정서에 젖어 신앙으로 부탁하는 말씀을 알게 한다.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고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갈대, 이것이 바로 인간의 운명적 삶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가을에는 수확이 있고 단풍이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란나무에는 가을정취를 드러내는 아름다운 단풍의 화려함과 얼마 후에는 다시 낙엽으로 시절을 따라 땅으로 떨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덧없이 버림받아 땅위를 구르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저 가련한 낙엽처럼 가버릴 거라는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가을이다. 자연에는 가을이 있기에 무더운 여름의 낭만을 추억할 수 있고 인생에는 생각하는 힘이 있기에 삶의 자체를 갈대로 비유한다.
인생의 모든 것은 무상하여 슬픔도 가고 기쁨도 가고 사랑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도 모두 다시 올 수 없는 곳으로 영원히 가고야 마는가! 행복과 불행도 가고 돈과 명예도 가고 어느 날에는 인생의 전부가 가버릴 것이다. 아득한 세월 속에 여기 그렇게 자리 잡아 온 산·바다·강·들, 매일매일 이어지는 새벽·낮·저녁·밤, 해마다 되풀이되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그것들과 어우러져 흘러가는 우리들의 삶 또한 늘 그런 것이지만, 늘 그런 가운데 스스로 새록새록 새로움을 맛볼 수 있어야 정말 사는 것이 아닐까! 산과 바다, 강과 들이 있는 땅에 우리가 살고 있다.
이 땅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철이 뚜렷해 철마다 천지의 조화가 온 누리에 드러난다. 철따라 산천초목이 변해가듯 우리네 삶도 철과 더불어 모습이 바뀐다. 우리도 철에 맞추어 옷을 갈아입는다. 다시 철이 바뀌면 또 옷을 갈아입고…….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의 살림살이는 늘 그런 모습이다.
우리들의 삶이 다 그렇고 그런 삶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제 삶’이 있고, 또 제 삶이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그게 그것인 삶이지만 그 안에도 할 일·못할 일이 있고 갈 길·못 갈 길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할 일, 갈 길을 제대로 하고 제대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도대체 자기 삶에, 또 자기의 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인생의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낙엽에서 오는 우수가 뼈를 깎더라도 우리는 인생을 알차게 살아야 한다. 건강한 인생, 알찬 인생은 건전한 자세에서 온다. 세상이 아무리 비정하고 병들어 있다 하더라도 삶만은 건강하고 정직해야 한다.
한낱 낙엽으로 저버릴 인생의 숙명 앞에서 과욕을 부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언젠가는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릴 재물과 명예와 권력은 태양 아래서 헛되고 헛된 것이라 했다. 인생에 있어서 허세는 삶의 뿌리를 갉아먹는 좀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한 사회는 건전한 사고를 가진 자들이 만들어간다. 세월이 눈에 보이게 오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사물은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마음은 미래에 있는 것이라 했다. 미래는 수확의 소망이 있고 수확의 기쁨이 있고 수확의 약속이 있다. 그리고 미래는 오늘을 충실히 살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준다.
이러한 미래를 우리는 매일매일 경험한다. 내일은 오늘의 미래가 되고 오늘은 어제의 미래가 되었고, 어제는 그저께의 미래가 되었다. 그러나 그 미래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했고 무엇을 얻었는가? 빈 곳간에 가득 채울 수 있는 풍성한 가을이 되기를 바란다. 인생의 삶은 나그네의 길이다. 파스칼의 저서 『팡세』(Pensee) 속에 있는 말로, ‘생각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고귀함과 위대함을 나타낸 말이다. 근대인의 ‘실존’을 가리키는 한 측면이라 할 수 있겠다.
가을의 낙엽은 주로 열매가 익은 이후에 떨어진다. 가을을 인생으로 비유하자면, 50대에서 60대 정도의 결실기 일 것이다. 대부분 50대 쯤 되면, 자신의 인생에 자신이 책임져야 할 날들이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익어가고 추수를 하는 수확의 계절이다. 그래서 다른 계절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느낌이 들지만, 또한 본격적인 추수기에 들어서면서 일손이 많이 필요한 바쁜 계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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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기 전에 - 배성산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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