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KCH.jpg
 
◇종교는 무엇을 믿는가 하는 교리체계를 갖는다. 성경의 종교인 기독교는 더욱 그러하다. 교리(敎理)는 성경의 가르침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으로, 내가 믿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전파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따라서 교리는 내가 믿는 신앙을 선전하고 다른 사람이 내 신앙을 공격할 때 방어하는 ‘방패’(防牌)의 역활을 한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신앙적 헛점을 공격하는 ‘창’(槍)도 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는 특별히 믿는 교리가 없고 성경만을 믿는다”고 말한다. 이 또한 그들이 특별히 강조하는 성경구절이 곧 교리인 셈이다. 
◇역사적 기독교에 교파가 생겨나기 전, 기독교가 ‘하나’였을 때 모두가 동의하여 민든 교리를 “고대 에큐메니칼 교리”(삼위일체 교리)라고 하고, 중세 이후 여러 교파로 갈라진 이후에는 그 교파가 강조하는 각 교파별 전통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는 교리가 추가 되었다. 이 역시 모두가 성경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성경을 보는 관점에 따라 강조점이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을 교리가 다르다며 이단으로 규정할 땐, 교파별 전통에 따른 ‘내가 믿는 바’와 다른 점을 기준 삼을 것이 아니라, ‘그가 믿는 바’가 성경과 고대 에큐메니칼 교리와 어떻게 다른가를 기준 삼아야 한다.
◇세계 기독교는 처음에는 하나였으나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문화권과 만나면서 같은 성경을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여 교파가 나누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가톨릭교회와 희랍정교회의 교리가 다르고, 로마 가톨릭교회와 개신교가 다르며, 개신교 내에서도 각 교파별 전통에 따라 다르게 고백된다. 중세 종교개혁 시대에 루터나 쯔빙글리나 칼빈의 로마 가톨릭 개혁에 만족하지 않고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거나 또는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한 ‘환원주의’ 교파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유아세례를 반대하고, 가톨릭의 전통과 신앙고백을 부정했다. 그래서 가톨릭의 잘못된 교리와 전통적 관행을 고친 ‘개혁교회’가 아니라, 이들을 초대교회로 돌아간 ‘환원주의 교회’라고 부른다. 엄격히 말하면 사실상 이들은 프로테스탄트이긴 하지만, 개신교(改新敎)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에서는 개신교로 분류되어 한기총에도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안에서 회원교단 간 교리적 논쟁에 이단 시비가 붙었다. 문제는 한기총 소속 환원주의 교단의 한 인사가 그 교단 대학의 총장을 지내면서 ‘유아세례’가 아니라 ‘성인세례’를 받고 그 대학 교수로 임용된 타교단 출신 목사에게 다시 ‘침례’를 받을 것을 강요했다는 이유에서이다. 개신교는 ‘세례’와 ‘침례’는 형식의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침례는 믿는 자의 세례이다. 내가 그리스도를 나의 대속주로 믿는다는 고백을 하고 ‘세례’를 받은 사람에게 다시 ‘침례’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면, 먼저 받은 세례는 부정한 셈이 된다. 한기총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아주 미묘한 사건이다.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교리 논쟁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