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한테 배웠어요
2015/10/29 16:1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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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라졌다…. 짧은 시간의 일이지만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 작년 추석, 외삼촌 댁에 가기 위해 나는 지하주차장에 먼저 내려와 가족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엄마만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20분이 지나도록 깜깜무소식.
집으로 와보니 엄마는 안 계셨다. 모두 걱정을 하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관리실인데요. 엘리베이터가 6층에서 고장나 어머니가 갇히셨는데 무사하니 걱정 마세요.”
우리는 빨리 6층으로 가서 갇힌 엘리베이터 문을 탕탕 두드리며 “엄마! 엄마!”하고 다급하게 불렀다. 그러자 엄마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때마침 관리사무소 직원이 도착해 사다리를 설치하고 비상키로 문을 열어보니, 엘리베이터가 6층과 7층 사이에 걸쳐 있었다. 문이 열리자 엄마는 지친 모습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마는 직원이 지시하는 대로 침착하게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안전하게 구출되었다.
“어휴,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비상벨을 눌러도 왜 안 받으시는 거예요? 추석날 이게 뭐예요. 40분 동안 갇혀 있었잖아요!”라며 엄마는 화를 내셨다. 평소 웬만하면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이신데, 즐거운 추석날 혼자 밀폐된 공간 안에 갇혀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당혹스러우셨을까. 그러자 관리실 아저씨는 “죄송합니다. 추석날이라서 비상 근무자들이 늦게 나왔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관리실에서 대신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엄마는 엘리베이터 AS 담당직원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집으로 들어와 그날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그날의 상황은 이러했다. 우리 집은 12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8층쯤에서 흔들리더니 6층에서 갑자기 멈췄다는 것이다. 비상벨을 계속 눌러도 응답이 없어 추석 음식을 만드느라 쌓인 피로로 서 있기가 힘들어 15분쯤 바닥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닥이 너무 차가워서 일어나 다시 비상벨을 누르자 다행히 관리실 직원이 받았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엄마는 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지금 딸에게 빨리 전화를 해주세요!”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다음날, 엘리베이터 AS 직원이 우리 집 앞으로 일찍 찾아왔다. 엄마는 따끈한 한방차에 잣을 띄워 쟁반에 받쳐 들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나갔다. 직원이 정말 죄송하다고 하자, 엄마는 “우선 차 한잔 드시고 야단 맞으세요. 저 화가 많이 났거든요.”라며 차를 대접했다. 그러자 “아이구, 야단 맞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이런 차까지 주시다니요. 감사합니다.”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리가족이 아파트에 입주한 그 해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무거운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2대 모두 ‘점검중’ 표시가 들어와 있었다. 관리실에 알아보니 20분 후에나 정상가동을 한다고 해서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할 수 없이 계단으로 내려갔다.
다음날 아침, 나는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기운이 없었다. 단 한 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렇게 힘들고 불편하다니. 그동안 참 편하게 살아왔다는 생각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그 후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덕분에 나는 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
점점 높아져만 가는 빌딩 속에서 우리는 승강기를 당연한 듯이 타고 내렸다. 안전하고 편리한 혜택을 누리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승강기를 이용할 때마다 일상 속의 작은 실천을 하기로 했다. 승강기 이용 시에는 감사와 양보하는 마음으로 옆 사람에게 “먼저 타세요.” “먼저 내리세요.”라고 한다. 간혹 짐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에게 “몇 층 가세요?”라며 버튼을 눌러주는 마음의 여유를 발휘하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 있는 짧은 순간이지만, 이 한두 마디를 통해 어색한 분위기가 금방 부드러워진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입가에는 미소가 잔잔히 번지고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다보니 내 마음도 밝아지고 있었다. 승강기가 사랑과 행복을 실어나르는 더욱 멋진 공간이 되기까지 계속 실천하리라 다짐했다. 승강기, 정말 고마워!
이 글은 ‘2015 승강기안전공모전’에서 장려상(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장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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