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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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5장을 보면 달란트 비유가 나옵니다. 주인은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자들을 칭찬하고, 한 달란트 받은 자를 혼내 주지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부여받은 달란트를 잘 활용하는 것이지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달란트를 부여받았습니다. 필자에게는 진실을 언어로 형상화하는 달란트를 부여받은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에 나는 예향의 도시 전주에서 자랐습니다. 1960년대에 전주에는 성당이 두 곳 있었습니다. 중앙동에 있는 성당을 가려면 우리집에서 1킬로미터 남짓을 걸어서 중앙시장을 거쳐 가야 했고, 전동에 있는 성당은 집에서 가까워 종종 놀러가곤 하였습니다.
전동 성당은 돔식 지붕에 아치형으로 벽돌이 쌓여진 아래에 커다란 문이 있고 붉은 벽돌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서, 유럽의 멋진 교회 건물을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성당에는 넓은 잔디밭 주위로 장미가 심겨 있어서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그곳을 걸어보곤 하였습니다. 가끔 외국인 신부가 자전거를 타고 와서 사제실로 들어가곤 하였습니다.
그 성당이 있던 동네의 옆에 한옥으로 된 우리집이 있었습니다. 우리집은 변호사가 멋있게 꾸미리라 작심하고 지은 집으로 넓은 마당에 심어진 과실수들이 유유자적하게 서 있는 한옥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87평의 마당에는 호도 나무·무화과 나무·감나무 등이 우람하게 서 있었고, 그 아래에는 온갖 화초들이 바위들 사이로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판자 울타리를 경계로 하여 앞에는 양철 지붕이 있는 아담한 집이 있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앞집 지붕 위의 세찬 빗소리가 우리집에까지 들려왔습니다. 그러면 넓은 마당에는 올챙이가 튀어오르듯 빗방울이 튀면서 땅바닥에 금새 물줄기가 생기곤 하였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멀리 옛날 이성계 장군이 왜군을 물리치고 승전가를 불렀다는 한벽루 위로 커다란 무지개가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시골서 올라온 사촌 K가 우리집에 하숙을 하여 종종 땅뺏기 놀이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것은 뾰족한 돌로 넓은 사각형을 그려 놓고 한쪽 귀퉁이부터 공깃돌을 세 번 튕겨서 자기 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넓은 땅을 가진 아이가 유리하였습니다. 그 땅에는 공깃돌을 세 번 튕겨도 땅이 넓기 때문에 별로 실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단 마지막에는 상대방의 땅이 너무 좁기 때문에 실수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땅뺏기 놀이를 하면서 개인도 뭔가를 가지고 있으면 힘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커 가면서 나는 개인에게 진실의 힘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맑게 개인 날 저녁에는 밤하늘 가득 별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평상 위에 누워 별들을 바라보며 저 하늘 위에는 또 어떠한 하늘이 있을까 하고 상상을 해 보곤 하였습니다. 한 번은 툇마루에 쳐 놓은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다가 소변을 보려고 일어나면서, 그만 잠자고 있던 H 누나의 배를 나도 모르게 누르게 되었습니다. “으악” 하는 비명이 들리고, 방에서 잠자던 나와 H를 제외한 2남 3녀가 어머니와 함께 몰려나왔습니다.
- 난 도둑인 줄 알았당께로.
- 어머이. 나, 간 떨어질 뻔 했당께.
형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고 아침이 되자, 식구들의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큰형 왈,
- 어머이. 저 녀석이 다 큰 처녀 젖가슴 만져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 아닝가 싶소이잉.
여기에 집안에서 제일 똑똑한 둘째형이 거들었습니다.
- 내가 프로이트의 책을 얼마 전에 읽었는디, 어린애도 여덟 살만 되면 알 건 다 안단디요. 누님. 저 녀석이 누님 어디를 만졌당가요?
- 배를 누른 것 같혀.
형제들의 말을 다 듣고 난 어머니가 한 마디 하였습니다.
- 야 이 녀석들아. 허튼 소리 허들 말어. 얘는 어릴 적부터 내가 데리고 다녀서 잘 알어. 얘가 오줌 누러 오강 찾다가 그만 누나 배를 짚었다고 허지 않냐? 이 철 모르는 어린애가 니들처럼 엉큼헌 줄 아냐?
이와 같은 어머니의 뼈 있는 한 마디로 나는 형제들로부터의 누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성에 대해 자유롭게 분별할 수 있지만, 1960년대만 해도 남녀 유별이 철저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때 나는 진실이 사람에 따라 곡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요즘에도 진실의 담론을 정리할 때가 되면 어릴 적 양철 지붕 위의 빗소리처럼 어머니의 말소리가 나의 가슴에 촉촉이 적셔 옵니다. 그때 어머니의 나의 진실에 대한 신뢰가 오늘 작가로서의 달란트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빗소리와 함께 나의 달란트를 발휘하는 행복을 꿈꿔 봅니다. 진리 되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나에게도 달란트가 주어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진실을 가꾸고 복음을 전파하는 길을 열어 보고자 합니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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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행복론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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