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산행 山行

권 용 태

길이 없다고
산을 내려 오지 말라

길이 보이지 않으면
길을 열고 오라

산길이 열리면
무거운 짐 내려놓고
굴곡의 길 가지 말고
곧은 길 따라
어둡기 전에 내려오라

더 오를 길 없거든
그리움이 소진消盡되기 전에
꽃 한 송이 들고 내려오라.
삶은 언제나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라고 비유한다.
설레임으로 산행에 나선다. 앞 뒤 가늠하지 않고 산을 오르다 보면 낭떠러지와 바위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새들이 지저귀는 수목, 숲을 지나고 능선을 타박타박 걷기도 하지만, 암벽에 이르러 자일을 던져 아슬 아슬한 줄에 매달려, 곡예를 하듯 산을 기어오르기도 한다.
오도 가도 할 수 없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순간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시인은 길이 보이지 않으면 길을 열고 오라고 노래한다. 산길 열리기를 기도하는 시인의 간구(懇求)하는 행간을 읽게 한다. 산길이 열리면 적막과 고독, 위험과  무거운 짐 내려놓고 환하게 열린 산길, 나무와 숲도 아름답게 펼쳐있는 산...
계곡의 맑은 물소리도 들으며 향기로운 꽃 한 송이도 들고... 내려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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