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조선예수교장로회의 신사참배 결의는 천조대신의 신사에 대한 단순한 참배가 결코 아니었다. 한국기독교를 철저히 일본의 태양신을 섬기는 요상한 우상숭배 집단으로 바꾸려 한 것이었다. 이후 그들은 경신숭조(敬神崇祖)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우고, 기독교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라, 일본정신에 기초한 일본적 기독교를 수립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1945년에는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사라지고 일본기독교 조선교단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1945년 8월 15일 느닷없는 해방이 되자, 그들은 ‘회개’를 요구하는 반대파들을 향해 입을 싹 닦고 “우리도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 그랬다”며 뻔뻔스러운 변명으로 일관했다. 결과는 분열이었다.
◇오늘의 한국장로교가 300여 개에 이르는 교단으로 분열하는 등 이처럼 추악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비의 죄를 삼사대에 이르게 한다’는 하나님의 심판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한국교회는 해방 이후 신사참배 주도자들을 모두 교회에서 좇아내고 양심 있는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전혀 새롭게 출발했어야 했다. 독일교회는 그리했다. 독일교회는 전쟁이 끝난 1945년 10월 슈투트가르트 죄책고백을 통해, 당시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나치의 어용교회인 독일기독교도(DC)를 해산하고, 그 앞잡이들은 모두 교회에서 좇아냈으며, 소수의 저항 집단이었던 고백교회가 그 정통성을 이어간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독일교회는 모두 독일복음주의교회(EKD)의 양심 아래 모여 들었다.
◇한국기독교의 신사참배 문제는 아직도 살아 있다. 지금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이유 또한 태양신에 굴복한 한국교회의 신사참배죄에 대한 회개가 분명치 않은 데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기독교가 그 덩치에 비해 허약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 한번도 신사참배죄에 대해 진정성을 담은 죄책고백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한국교회가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기독교 자체에서 기독교인들의 친일인명사전 등을 발간하고, 그들 친일인사들이 자신들의 안일을 위해 일제하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능욕했는가를 소상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서부터 한국교회의 역사를 다시 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태양신이 웅크리고 있던 그 자리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기복주의 물신을 결코 좇아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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