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북행선北行線

이 성 교

집을 양주 쪽으로 옮긴 후
공연히 북행선이 서러웠다

해 다 진후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석계역(石溪驛)에 와선
모두 얼굴이 노랗다

굵은 1호선…
의정부행, 동두천행, 소요산행이
연달아 반가움을 싣고 달리고 있다

서울에서
인천에서
수원에서
쏟아 부은 말

다시 바람으로 날아와
창문 밖 길게 늘어진 산줄기에
새 꽃을 피우고 있다.

하루의 고달픔이나 잠시 행복했던 시간을 접고 귀가하는 저녁 시간… 해가 다 진 후, 밤으로 가는 일몰의 정경이 편안하고 따듯하지만 북녘을 향해 달리는 기차는 서럽다. 더 이상 갈 수도 없고 만 날 수도 없는 북녘의 사람들과 굴뚝엔 저녁 밥 짓는 연기가 모락 모락 오를 테지만 그리움으로만 남아 애잔하기만 하다.
제법 한참 달려간 기차를 시인은 하필 石溪驛으로 설정해 놓았을까. 삶에 지친 노란 얼굴의 군상들을 우회적으로 대척점(對蹠點)에 두고 있지 않았을까.
굵은 1호선의 기차는…
쉼 없이 모든 애환 까지도 담아 싣고  묵묵히 어둠을 뚫고 북쪽 마을로 달린다. 기차 안에서는 반가운 사람도 만난다. 이야기 꽃도 피우고 인천과 수원을 다녀오는 사람들은 할 말도 많고 사연도 많다, 피붙이 같은 정감이 오고 간다.
창밖은 이미 어둠으로 덮여있지만 울울한 산줄기는 그대로 밤을 지키며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엿듣고 빙긋이 웃고 있지나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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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북행선北行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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