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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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초 일본 초밥 체인점 ‘이치바즈시(시장스시)’에서 발생한 일명 ‘고추냉이(와사비) 테러’로 한일 양국 간에 혐한 논란이 일었었다. 시장스시 오사카 도톤보리점을 방문한 한국인 고객들에게 고추냉이를 많이 넣은 초밥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이다. 이에 대해 시장스시 본점은 “평소 해외 고객들이 고추냉이를 많이 넣어달라는 요구가 많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불쾌감을 드린 결과가 됐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한국 네티즌의 공분만 샀다.
SNS에서 ‘고추냉이 테러’가 ‘시장스시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혐한 분위기가 팽배한 일본에서의 ‘고추냉이 테러’는 반일감정에 불을 지핀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적지 않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서의 은근한 한국인 차별을 겪는다. 이러한 처우를 알면서도 묵과하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근한 차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고추냉이 테러’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이 아닌 언어에 미숙함, 그리고 문화적 차이라는 것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며, 이러한 문화적 테러는 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좀 더 본질적인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추냉이 테러’는 왜 발생했을까? 그리고 일본에서의 ‘혐한’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예전에는 약했던 ‘혐한’이 왜 ‘지금’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 한국이 갑자기 미운 짓을 하기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예전에는 몰랐던 한국의 미운털이 갑자기 ‘지금’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국가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갑자기 미움이 싹트는 경우가 발생한다. 수십 년간 알고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미워지는 요인은 수만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 마음에 심한 상처를 내는 감정 중 하나가 바로 ‘질투심’이다. 특히 나보다 못하다고 느끼던 친구가 갑자기 잘 나가고, 상대적으로 내 처지가 안 좋아질 때 나도 모르게 시기·질투심이 생긴다. 아무리 넓은 마음과 아량으로 친구를 바라봐도 마음의 상처만 남는다. 그게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1991년 이래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잃어버린 20년(1991년~2011년)으로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았다. 불황의 시작은 일본의 거품 경제가 무너지면서 시작했다.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대량 발생하면서 일본 경제가 장기간에 걸쳐 침체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인에게 ‘희망’과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무기력한 상태에 놓인 일본인은 이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 자책하는 대신 잘 나가는 이웃나라 중국과 한국에 대한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따라서 2013년부터 일본에서는 한국과 중국에 대한 증오를 드러낸 혐한혐중(嫌韓嫌中) 관련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인의 콤플렉스에서 기인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결코 일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이제 중국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패기’와 ‘도전 정신’을 찾을 수 없다. 한 때 미국과 자웅을 겨루던 일본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심하게 훼손된 것이다. 우리가 일본의 혐한 현상을 접할 때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적어도 ‘미래’와 ‘도전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는 경제적 측면 외에 종교적인 면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기독교의 보편적인 사랑과 희생을 받아들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신도(神道)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09년 일본 문화청 ‘종교연감’에 따르면 일본 종교인 수는 신도가 약 1억843만 명, 불교 8750만 명인 반면, 기독교는 237만 명에 불과하다.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일본은 기독교적인 가치와 서구의 보편타당한 문화가 자리 잡기가 어렵다.
따라서 일본에서 벌어지는 ‘고추냉이 테러’와 같은 은근한 한국인 차별이나 혐한이 기승을 부려도 대국적 입장에서 일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일본과 같은 수준의 반일감정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일흔 번씩 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마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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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와사비 테러와 일본인의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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