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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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의 수필 「내 작품의 여주인공」(<조광>, 1939.4)을 보면 세 가지 유형의 여성이 나옵니다.
첫 째는 고등한 교양과 배려의 소유자로서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데서 자기 만족과 환희를 얻고, 남편을 인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남편으로 하여금 자기를 인격적으로 존경케 하는 유일의 길이라는 신념으로” 부부의 본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여성입니다. 그야말로 남편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존경함으로써 아내로서의 만족과 진정성을 얻는 여성이지요.
둘째는 쾌활한 처녀로서 “천진하고 명랑하고 쾌활하고 열정적인 처녀의 타입으로 이성을 사랑하는 경우일지라도 정열적으로 독점욕으로 猛炎식으로 사랑하지 상대자의 감정의 움직임까지 고찰할 여유를 잃는 狂熱적 소녀 타입”입니다.
셋째는 “몰아적이요, 인종적이요,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서는 자기는 어떤 고초를 겪을지라도 불평을 품기는 커녕 이 고초로써 환희를 느끼며, 비의식적이며 비자각적이요 비이기적으로 全我를 들어서 ‘그’에게 맡기고 일호의 我慾을 세우려지 않는 여성”입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서 헌신하는 여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김동인은 실제로 첫째와 둘째 유형을 실제로 아내로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첫째 유형은 김동인이 첫 번째 아내가 일본으로 가출한 이후 맞은 김경애 여사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녀는 평남 용강군 오산면 출신으로 그와 열한 살의 나이차가 있으며, 평양 군악의 의명학교와 숭의여중을 나온 현숙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는 그녀와 결혼한 후 아주 가정적인 가장이 되었습니다. 한 번은 김동인이 가족들을 데리고 창경궁에 놀러가는데, 비가 많이 온 뒤라 땅이 질척거렸습니다. 그러자 그는 아들들에게 자신이 디딘 발자국을 밟고 오면 신발이 더럽혀지지 않을 거라며 앞장서서 걸어갈 정도로 자상하였습니다. 그가 김경애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그의 모친 옥씨의 영향이 컸습니다. 옥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열여덟 살의 김동인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하였으며 손톱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넥타이핀을 선물하기도 하였습니다. 김동인이 김경애와 결혼하여 잘 산 것은 바로 김경애 여사의 성격이나 외모가 옥씨를 닮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대체로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 본 엄마를 닮은 여자를 아내로 취한 경우가 많은데(이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합니다), 김동인이 이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 유형은 김동인의 첫 번째 아내 김혜인과 닮아 있습니다. 그녀는 평양 육로리의 수산물 도매상의 딸로서 매우 명랑하고 쾌활하였던 것 같습니다. 김동인의 「배따라기」(1921)에 나오는 여자가 바로 이에 해당하지요. 시동생과 마을 청년에게 활달하게 대하니까 주인공이 질투를 할 정도지요.
셋째 유형은 김동인의 『젊은 그들』(1930)에 나오는 ‘연연이’ 같은 유형으로, 남편에게 매우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여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현 대 사회에서는 이들 유형이 바로 우리 주변의 여인들에게서 나타나지요. 바로 여러분의 아내들을 한 번 눈여겨 보십시오. 현숙하고, 쾌활하지 않습니까? 다만 세 번째 여인 유형은 과거 조선조 여인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난 타입이지요. 중요한 것은 남편들이 아내의 좋은 유형을 발견하는 데 있지요. 아내가 남편에게 내조를 잘 하며 부동산을 현명하게 관리하고, 현숙하게 아이들을 교육시키며, 동호인들과 활달하게 지내는 것은 바로 현숙하고 활달한 유형에 해당할 겁니다.  
그런데 멋있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여성이 있습니다. 바로 성경에 나오는 에스더입니다. 바사제국이 인도로부터 구스까지 넓은 영토를 확보하고 있던 아하수에로왕 때에, 유다인 모르드개의 조카인 에스더가 왕후가 되지요. 모르드개는 왕의 내시인 빅단과 데레스가 역모하려는 것을 왕에게 알린 인물이기도 하지요. 그때 지위가 대신들보다 높던 하만이 모르드개가 자신에게 절하지 않았다 하여 바사 제국에 있던 유다 사람을 멸하려 하니까, 모르드개가 하만의 음모를 에스더에게 알리지요. 이때 에스더가 기지를 발휘합니다.
“제 삼일에 에스더가 왕후의 예복을 입고 왕궁 안 뜰 곧 어전 맞은편에 서니 왕이 어전에서 전 문을 대하여 왕좌에 앉았다가 왕후 에스더가 뜰에 선 것을 본즉 매우 사랑스러우므로 손에 잡았던 금 규를 그에게 내미니 에스더가 가까이 가서 금 규 끝을 만진지라 왕이 이르되 왕후 에스더여 그대의 소원이 무엇이며 요구가 무엇이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그대에게 주겠노라”(<에스더> 5:1-3)
이와 같이 에스더가 왕의 신임을 얻어, 하만과 그 아들들과, 유다 민족을 멸하려는 자들을 제거하지요. 에스더의 지혜는 위기에 처한 유다 민족이 생존하게 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에스더에게 주어진 지혜가 어디서 오는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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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행복론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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