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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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해석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초의 원년으로
종교학자이자 목사인 이찬수 교수는 『한국 그리스도교 비평』이란 책에서 ‘격의 그리스도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한국 그리스도교의 현주소를 비평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그는 한국 신학과 한국 그리스도교의 문화는 ‘한국적인가’에 진지하게 문답하고 있다. 우리는 인도불교가 중국에 수용될 때 노장사상을 빌어 불교사상을 해석한 격의불교의 과정을 통해 중국 불교가 탄생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의 그리스도교 문화는 성경 해석학적 전통에 비추어 보면 헬레니즘으로 격의 해석된 성경해석의 전통을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이에 바탕을 둔 ‘격의 그리스도교문화’이다. 진정한 한국 그리스도교 문화는 존재하는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이 물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가톨릭 신학자인 한스 큉은  『그리스도교 : 본질과 역사』에서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이론을 빌어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원시 그리스도교의 유다계 묵시문학 패러다임, 고대 그리스도교의 보편적 헬레니즘 패러다임, 중세패러다임, 종교개혁의 개신교 복음 패러다임, 이성과 진보에 정향된 근대 패러다임이란 범주로 고찰하며, 오늘날은 탈교파 일치운동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또한 개신교 신학자인 아돌프 폰 하르낙은 『그리스도교의 본질』에서 역사 시대의 복음을 사도 시대의 그리스도교, 가톨릭으로 발전해가는 그리스도교, 그리스 가톨릭 시대의 그리스도교, 로마 가톨릭 시대의 그리스도교, 개신교 시대의 그리스도교 다섯 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이는 지구촌의 다종교 문화현상을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가톨릭 중심, 개신교중심의 패러다임 분류법이다.
한국 신학사상을 연구한 유동식은 한국의 그리스도교사를 태동시대(1885-1930), 정초시대(1930-1960), 그리고 전개시대(1960-1980)로 구별하며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은 길선주와 박형룡, 사회 역사 참여를 중심으로 한 진보주의의 윤치호와 김재준, 자유주의 사상은 최병헌과 정경옥이 그 맥을 잇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유동식의 신학적 경향 분류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교(감신)의 학맥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하지만 김흡영은 유동식의 지론인 박형룡, 김재준, 정경옥을 한국신학의 삼대 초석으로 인정하는 것은 한국신학을 “서구신학의 전래사”로 종속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이 서구신학을 한국에 소개한 공로는 인정하지만, 한국의 독창적인 신학을 수립했다기보다는 서구신학을 한국의 종교적 토양에 이식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신정통주의의 이종성을 거론하며 한국 최대 교단인 예수교장로회(통합)을 대변하는 장신(광나루)학맥을 포함한다.
또한, 김경재는 파종모델로서 보수주의 정통신학인 박형룡의 근본주의, 발효모델로서 김재준의 진보주의 신학, 접목모델로서 자유주의 신학의 유동식의 토착화 신학, 합류모델로서 급진적인 한국 개신교의 민중신학과 선교신학으로서 서남동 신학을 조명하며, 이상적인 선교신학의 모델로 유동식의 풍류신학을 주창한 접목모델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신학자의 분류법은 그리스도교의 일원적 세계관을 중심에 둔 ‘그들만의 리그’이다. 특히 한국 교계의 주류를 점하고 있는 보수근본주의 신앙은 서구교리를 한국에 전파하는 데만 관심을 경주한 호교론적이며 선교론적인 관점의 접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서구에서 형성된 교회 전통과 신학적 전통을 한국에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은 도외시하고 ‘씨(복음)’와 ‘토양(한국종교문화)’의 관계에서 토착화(문화)신학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의 신학자들은 복음의 씨는 그대로 두고, 한국 종교문화인 토양의 상태만 연구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유영모, 함석헌, 변찬린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체적 신학을 한 이들은 서구적 신학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본 적이 없고, 이들의 신학적 접근 방법은 관념적이지 않고 한국적 경전읽기의 전통에서 성경읽기를 시도한 공통점이 있다. 일부 학자는 이미 유영모, 함석헌, 변찬린 등을 조명하면서 한국 신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흡영은 구성신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프락시스 신학과 로고스 신학의 패러다임으로 범주화된 희랍적 이원화의 신학체계를 ‘도의 신학’으로 서구신학을 극복하려고 시도하며, 유영모를 조명하여 『글로벌 한국신학 서설 가온찍기』란 부제로 세계 학계에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정배의   『없이 계신 하느님 덜 없는 인간- 다석 신학의 얼과 틀 그리고 쓰임』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김경재는 함석헌을 새 시대의 새 문명이라는 시각에서 함석헌을 조명하는 논문이 다수 있으며, 박재순은 함석헌과 유영모의 사상을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유영모와 함석헌은  다경전적 종교적 문화전통에 바탕을 두고 성경을 통전적으로 해석한 저술을 발간하지는 못하였다. 유영모의 경우 단편적인 성경이해에 대한 독자적 체험을 『다석일지』와 『다석강의』에서 풀이해 놓았으며, 함석헌의 경우 『이사야』 등의 예언서와 요한복음에 치중한 성경이해의 단면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유영모와 함석헌은 자신의 종교체험을 통한 성경이해를 바탕으로 주체적 신앙을 하며 이미 탈(脫)그리스교적인 사유를 한다. 이들의 유·불·도에 바탕을 둔 성경이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인물이 바로 변찬린(1934-1985)이다. 아직껏 학계에서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였던 변찬린은 한 종교학자에 의해 종교개혁 500주년에 맞추어 “한국의 종교사상가  변찬린 - 『성경의 원리』와 성경해석학(가제)』으로 그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한 단행본이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한다’는 종교개혁의 성경해석적 전통을 계승하는 기본정신을 이어받았으며, ‘기독교의 고운, 기독교의 원효, 기독교의 퇴계와 율곡’의 학맥을 계승한다는 역사적 자의식으로, 유·불·도의 종교경전을 회통하여 이를 성경 66권을 통전적으로 해석한 『성경의 원리』(상·중·하)와 『요한계시록 신해』이라는 저술이 있다.
한국의 다종교적 상황을 수용하기 위해 교단 내에서 토착화(문화) 신학을 위해 노력한 유동식, 변선환, 윤성범, 나운몽 등의 신학적 작업과 교단 밖에서 주체적 신앙을 한 변찬린, 유영모, 함석헌 등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종교개혁 500년은 그동안 교단신학에 의해 조명을 소홀히 하였거나 배척된 성경해석에 대한 자료수집과 이들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한국신학을 재정립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전통은 창조적으로 계승되어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게 정통의 자리를 차지하여야 한다. 오래된 것이 전통이 아니며, 숫자가 많은 것이 정통이 아니다. 언제나 새롭게 흘러나오는 샘물처럼 면면히 흐르는 살아있는 성경해석의 새 물결만이 세상을 정화하고 의 영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훗날 한국신학이 서구신학의 전통을 포월하여, 다경전 종교전통에서 그리스도교를 회통시켜, 새로운 한국신학을 창출하는 원년으로 세계 그리스도교의 역사에서 기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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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종교학자가 본 ‘종교개혁 500주년’에 대한 단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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