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본고는 지난 2월 16일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가 마련한 발표회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라직한 관계’에서 김승호 교수(영남신대)가 발표한 기조 발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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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한국교회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갈등이 보다 첨예한 이슈로 부각되어 왔다.
원로목사가 은퇴 후에도 후임목사의 목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려 할 경우 후임목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반면, 후임목사가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원로목사의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배척하거나 단절하려 할 경우 역시 갈등의 소지로 작용한다. 기실 담임목사 리더십이 교체되고 정착되는 과정은 상당한 과도기 상태라 할 수 있다. 리더십을 이양하는 원로목사와 리더십을 이어받는 후임목사, 그리고 이전의 리더십과 결별하고 새로운 리더십에 적응해야 하는 교우들은 모두 리더십 이양 과정에서 보다 신중하고 진지한 협력과 기도가 필요하다. 리더십 이양 과정에서 갈등의 소지는 언제든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관계 유지를 위한 과제

1. 원로목사가 숙고해야 할 사항
1)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에게 리더십을 이양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 정서상 교회의 중직들이 원로목사를 찾아가 교회 일을 상의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로 여겨질 수 있다. 교우들이 교회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원로목사를 찾아가는 것은 (비록 예외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여러 문제를 내포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원로목사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회일 수 있지만, 후임목사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에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으며, 교회 전체 차원에서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로목사는 목회에 관한 한 자신의 역할을 완전히 후임목사에게 이양했다는 사실을 수용할 필요가 있고 교우들에게도 이 사실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2) 원로목사는 은퇴한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출석할 필요가 있다. 원로목사가 자신이 목회하던 교회에 그대로 출석하는 것은 후임목사에게 목회적 부담을 줄 수 있고 교우들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원로목사가 목회하던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출석한다고 해서 오랜 세월동안 자신이 목회하던 교회 교우들과의 모든 인간적인 관계, 개인적인 관계를 단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로목사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비인간적인 요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와 교우들을 위해 목회하던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출석할 필요가 있다.
3) 목사는 은퇴 이후에 직면할 복잡한 심리적 감정에 대해 예상하고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목회자가 은퇴를 하면 오랜 세월동안 한 몸에 교우들의 주목을 받던 환경에서 자신을 향한 모든 관심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급격한 변화에 직면한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미리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예상외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목사는 은퇴 후에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나름의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시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4) 교회는 은퇴를 앞둔 목사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오늘날 많은 목사들이 은퇴 이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음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소일거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에 놓여 있는 원로(은퇴)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의 문제에 다시금 관여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런 관여는 후임목사와의 갈등이나 교회분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은퇴 예정인 목사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며, 교회는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2. 후임목사가 숙고해야 할 사항
1)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향수를 인식하고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로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향수는 후임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거부나 무시가 아니라 원로목사가 훌륭한 목회를 했다는 증거이자 동시에 교회의 좋은 전통과 유산이다. 그런데 후임목사가 이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일 경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후임목사는 교인들의 원로목사에 대한 향수를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에 대해 여러 방법으로 존경을 표현하며 그 분의 사역의 장점을 계승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자세와 노력은 자연스럽게 원로목사와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에 기여할 뿐 아니라 후임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신뢰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기본적으로 교우들은 후임목사에게 이전과는 다른 새롭고 차별성 있는 목회를 기대한다. 교회 내에서는 후임목사에게 원로목사의 목회를 계승하는 차원에 대한 기대와 원로목사의 목회와 구별되는 새로운 목회적 차원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후임목사는 교회 내에서 요구되는 교우들의 이러한 두 가지 기대를 잘 인식하고, 교회의 맥락과 교우들의 기대 및 자신의 목회철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러한 두 가지 기대를 어느 정도로 어떤 방법으로 반영하여 목회사역을 감당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후임목사의 이런 노력은 결국 원로목사와의 건전한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교회 발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 후임목사가 부임한 이후 교회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경우 자연스럽게 후임목사의 리더십이 확고히 서 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의 과정이 급격하게 나타날 경우, 후임목사와 원로목사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후임목사는 자신의 목회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원로목사가 평생 동안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온 터 위에서 자신의 목회가 열매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교우들에게도 이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4) 후임목사가 빠른 기간 내에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할 경우에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후임목사는 자신의 목회철학 뿐 아니라 일반교우들과 중직들의 욕구, 원로목사와 함께 해 온 교회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 등을 잘 고려하여 목회에 있어서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잘 조절하여 추진해 나가야 한다. 맥락을 무시한 채 급격한 변화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후임목사가 교우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의 과도함 때문으로 여겨진다. 교회의 중직자들 역시 후임목사에게 교회의 변화에 대한 과도한 압력을 가할 것이 아니라 담임목사로서의 권위와 역할을 인정하고 은혜롭게 목회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은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에도 기여할 수 있다.
5) 후임목사는 교회의 특별행사나 명절 등에 원로목사를 초청하여 설교나 축도를 할 기회를 제공해 드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원로목사의 공로를 인정해 드리는 모습은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어 교우들에게 교회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고, 교회 전체에 화합과 평화 그리고 섬김의 자세를 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원로목사가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교우들과의 교제를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후임목사가 배려한다면, 후임목사와 원로목사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교회 전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3. 교우들이 숙고해야 할 사항
1) 교우들은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심리적 정서적 감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회의 중직들은 원로목사의 고독감과 후임목사의 목회적 부담감을 이해하고 이에 대해 배려할 필요가 있다. 많은 교회들의 경우, 리더십이 교체되고 새 리더십이 정착되어 가는 과정에서 행하는 중직들의 잘못된 언행과 태도가 원로목사/후임목사 사이의 관계에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 교우들은 목사가 현직에 있을 동안에 수년간 은퇴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목회자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 교육을 받을 기회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은퇴를 앞둔 목회자가 은퇴 이후의 삶을 보다 활기차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또한 이는 교우들의 원로목사-의존적 태도 및 교회분쟁의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3) 원로(은퇴)목사 부부에 대한 교회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원로(은퇴)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갈등 중에는 원로(은퇴)목사에 대한 교회의 경제적 예우 문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우들 사이에 원로(은퇴)목사의 예우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연령별 직업별로 은퇴와 관련한 교우들의 인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정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목회자 연금에 가입하여 은퇴 후에도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가능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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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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