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10-1.jpg
욕설을 즐기는 것은 그 효능 때문이라고 말 한다면, 효능을 염두에 두고 욕설을 내뱉기 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툭 쏘아붙이는 것이 욕설의 속성이라며 욕설 효능설을 못마땅해 하는 이도 있을 법하다. 효능을 위해서라면 욕설보다 “아첨”이 더 효과적이라는 토를 달아 줄 수도 있을 터. 그러나 욕설과 아첨은 진실과 펙트를 돌보지 않으려한다는 측면에서 한 통속인 경우가 많다. 여럿이 방담을 즐길 때, 욕을 먹어도 쌀 한 인사가 화제로 떠올라 있을 경우를 상정해 보자. 욕설의 효능을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다투어 욕설을 늘어놓는 것은, 욕설이 지극히 안전하고 값싼 오락거리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먼저, 욕설에는 그 욕설을 공유하는 인사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 줄뿐만 아니라 서로를 결속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욕설을 공유하는 노릇은 서로 마음을 허락하여 한 통속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해주기 때문이리라.  
또, 욕설에는 신뢰감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 “욕설”과 “신뢰감”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호인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입만 열면 늘어놓은 칭찬을 기뻐하는 사람은 얼빠진 사람일 가능성이 짙지만, 반대로 늘 신랄한 비판을 쏘아대는 인사가 뜻밖의 칭찬을 들려줄 때, 싫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터. 효과적인 아첨을 위해서는 예상되는 아첨 인플레이션을 이길만한 값이 요구되는 법이다.
점잖은 인사는 비판과 욕설은 다르다고 한다. “비판은 정당하고 욕설은 요사스럽다”면서. 또는 “비판은 상대방의 결점이나 과오를 지적하는 행위이지만, 욕설은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말하는 짓거리”라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체적 사례는 그렇지만도 않다고 말해준다. 비판당하는 입장에서는 지적받은 결점이나 과오를 인정할 수 없어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니까 비판받는 쪽으로서는 그 비판을 상대방의 곡해나 왜곡으로 인정하고, 중상과 욕설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예사이다.  욕설과 비판은 그 경계를 정하기가 무척 어렵다. 굳이 정해야한다면, 악의가 있는지 없는 지와, 많고 적음의 차이에서 그 선을 그어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욕설은 악의로 뭉쳐 있고 비판은 악의가 전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 오히려 욕설은 악의를 감추지 않고 능동적으로 드러내는 자세를 취하므로 악의 자체를 즐기는 놀이라고 한다면, 비판은 적어도 겉으로라도 악의를 감추는 척하면서 은폐하는 방법과 과정을 즐기고 있는 놀이로 보면 어떨지. 다시 말해서, 욕설과 비판의 차이는 노출과 위선 사이의 다름일 뿐이라고 한다면, 이 또한 욕설이라며 욕을 할지도 모르지만.  
욕설이라 할지라도 일단 내뱉어진 이상은 많은 사람 사이에서 통용될 수 있어야 하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욕설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정당한 비판으로서의 구실을 구비하고 있지 않으면, 설 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다.    
욕설에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대가는 따르게 마련. 심리학자나 뇌 과학자들의 지적을 따르면, 욕설이 뇌 속에 데미지를 쌓는다고 한다. 뇌에는 “이것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를 이해하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주어가 이해되는 한에서는 분명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대체로 뇌는 자신이 공격받는 것으로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축적한다는 것. 내가 한 말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귀이고 나의 뇌. 남에게 한 욕설이 되돌아 자신을 향하여 공격해오게 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흐트는 “인간은 자기애를 충족하고자 하는 생물”이라 정의하면서, 자기애가 충족되지 못하면 상처를 입었다며 불쾌감을 느낀다고 했는가 하면, 정신과 의사 아르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생물“이라 정의하면서 그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감을 가지려는 것이 인간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욕설을 통해서 자기애가 충족되고,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고 보면, 다시 불만과 불안이 쌓이는 일이 반복되는 사이, 어느덧 우리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욕설을 내뱉고 있을지도 모른다.
enoin34@naver.com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욕설의 효능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