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본고는 4월 28일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이 서울 종로5가 목자카페에서 개최한 ‘원로 목회자 복지증진을 위한 좌담회’에서 한은수 감독이 발제한 ‘원로목회자를 위한 교회와 성도의 역할’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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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의 민속학자이자 소설가인 ‘아마두 헴파테 바’는 “아프리카에서 한 노인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에 있어서 원로목회자의 역할은 아직까지도 중요하다. 한국 교회가 성장하는 데에 기여한 그분들의 헌신적인 영성과 희생은 물론, 풍성한 말씀과 신앙적인 지혜의 보고는 도서관 하나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 교회가 보석과도 같은 그분들의 귀한 영성과 지혜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경제가 발전하고 세속화가 진행될수록 한국 교회의 앞날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원로목회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현재의 짐을 교회와 성도들이 인식하고, 조금이라도 거들어 주어야 할 때가 왔다.

미시적 관점-원로목회자 회관건립과 육체적인 복지 증진
현실적으로 원로목회자를 위한 원로회관의 건립이 시급하며, 이것을 위해서라도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원로목회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기독교 복지를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곳을 중심으로 기독교 복지에 대한 실질적인 장이 펼쳐질 수가 있고, 원로목회자의 복지향상을 위한 연구와 실행방안을 내놓는 본부의 역할을 담당할 수가 있을 것이다.
원로목회자 회관 건립의 필요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원로목회자들의 복지를 위해 필요하고, 거시적으로는 노인목회활성화라는 한국교회의 현실적과제를 해결하는 일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자는 주로 원로목회자들의 육체적인 복지에 대한 측면이고, 후자는 정신적, 영적인 복지에 대한 측면과 연결되기에 두 가지를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먼저 원로목회자들의 복지를 위한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현재 원로목회자들의 모임이 있는 교단들도 여럿 있지만, 은퇴 연금을 지급하는 교단은 장로교 통합측과 기독교대한감리회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은퇴목회자들이 교단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자신이 알아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자녀가 써포트를 해 주는 은퇴목회자들은 적고,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먹고 입고 자고 생활을 꾸려가는 것조차 버거운 분들이 너무나 많음에도, 교회와 성도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많은 원로목회자들이 한 끼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교회의 식당에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와서 배고픔을 달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소위 쪽방촌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에서 많은 은퇴목회자들이 기거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노인들이 모이는 시민 공원 등에 가 보면 은퇴 이후 할 일이 없어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은퇴목회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러한 원로목회자들의 열악한 생활고의 문제를 해결하고, 하나님의 종으로 사역하다 은퇴한 원로목회자들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켜드려야 할 몫은 분명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원로목회자의 처우개선과 예우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고 인식조차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퇴하신 원로목회자들이 모이실 수 있는 따듯한 공간, 밥 한 끼라도 정성껏 대접해드릴 수 있는 공간, 함께 모여 예배드리며 기도하며 성경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 원로목회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공간, 원로목회자들이 은퇴 이후에도 사역할 수 있는 현장을 연결하여 지역교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원로목회자들의 현실적인 복지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원로목회자 회관건립의 첫 번째 당위성이 있다고 하겠다.   

거시적 관점-원로목회자 회관건립과 노인목회 활성화
거시적으로 볼 때에도, 원로목회자 회관건립은 노인목회활성화라는 한국교회의 현실적 과제에 실제적인 기여를 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한국 교회에서도 점차 노인목회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수는 1년에 17만 여명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매년 신생아수의 약 40%에 해당하는 인원만큼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늘어나는 노령화사회로 들어섰으며, 2026년에는 노인 인구 1000만명,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교회에서는 노인을 위한 목회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정부 또한 민간부문 특히 교회가 노인복지 문제에 간여하길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가 사회의 필요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도 노인목회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 실시하는 노인 관련 프로그램은 미흡하여, 양로원 방문, 경로잔치, 경로당 지원 등에 그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유아부에서 장년부까지는 교회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나 노인들을 위해 노년부를 운영하며, 노인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교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인을 위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노인들이 프로그램의 주체가 되는 ‘노인에 의한’ ‘노인에 관한’ 프로그램을 분명한 목적을 갖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노인에 의한, 노인에 관한 프로그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지도력 개발이 급선무인데, 이것은 은퇴한 원로목회자들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목회자로서 지도력을 갖춘 상태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천국을 사모하며 준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영적인 필요까지도 이분들이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은퇴한 이후에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역이 주어지지 않아 사역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는 많은 은퇴목회자들에게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역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의 원로목회자들과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이 추진하는 원로목회자 회관건립이 시급한 현실적 과제이다. 원로목회자 회관을 중심으로 이러한 노인목회지도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과 전문가 과정을 지원하고, 노인목회사역의 필요가 있는 현장을 이어주는 중간기지역할을 감당한다면 지역 교회에도 유익을 주고 원로목회자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윈윈사역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인목회 활성화와 관련한 교회와 성도들의 다양한 관심
한국교회가 정체내지는 침체기에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노인 목회의 활성화가 교회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노인 목회가 활성화되면 노인들이 속한 전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회는 더불어 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을 의미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교회에 노년부를 조직하면,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유익함도 적지 않다고 한다. 노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면서 노인과 가족 들간의 문제를 해소하여 화합으로 이끌어 줄 수도 있고, 노년부 안에서 친교하는 것과 함께, 노인들이 힘을 합해 교회 봉사에도 협력할 수 있다. 또한 끊임없이 믿음 안에서 성장하고 믿음의 진보를 보여줌으로서, 교회의 젊은 식구들에게 훌륭한 신앙 유산을 물려 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교회는 이제 노인들을 우대하는 섬김의 사역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노령화 추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노인 목회 프로그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계 전문가들은 한국 교회의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노인 목회는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한국 교회는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현재 6만여 한국교회 중 300여 교회가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등 여러 형태의 노인을 위한 사역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다. 한 교회에서는 실버타운을 마련, 노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연 1회 건강검진을 받게 하며, 병원치료와 수술시 할인혜택을 받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지역 노인들에게 이동 목욕봉사를 벌이는 곳도 있고, 평생대학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15주의 노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어떤 교회에서는 시립노인전문병원을 설립하여 무료로 운영하는데, 이 시설에 들어오려고 기다리는 노인이 2000여명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가정사역 단체들이 준비하는 노인 프로그램도 늘고 있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성수련 프로그램, 죽음에 대한 준비 교육, 독거노인과 젊은 세대를 연결하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에 참여하며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면, 노인목회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원로목회자들의 헌신과 수고를 통해 그분들의 정신적, 영적인 복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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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원로목회자를 위한 교회와 성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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