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로즈마리
2017/07/06 15: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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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바른 베란다의 주인 잃은 화초를 돌아보다 그윽한 향기에 넋을 잃을 뻔했다. 아내가 무척이나 아끼며 가꾸었던 화초들, 그 중에 유독 두 그루에서 풍기는 진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면서 마음속을 휘젓는다. 나보다 화초를 더 사랑하는가 싶어 내심 못마땅해 그 사람의 화초 사랑에 무심했던 게 후회막급으로 가슴을 저리게 한다. 회한과 그리움에 아침저녁 화초를 찾아 인사를 하고 나들이가 없는 날에는 수시로 베란다에 나가 향기를 맡으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것들이 아직도 집안에 그대로다. 주방기구며 사진은 항상 웃는 모습 그대로 말이 없다. 옷, 장신구, 신발, 책들과 메모장들은 생명이 없어 정체된 상태이다. 화초들은 돌봐주는 대로 잘 자라면서 꽃을 피어주고, 그윽한 향기를 내는 식물은 아내의 변신인 양 “나 여기 있어요” 라며 향기로 다가선다. 이에 나는 이전보다 진지하게 “여보 생전에 당신이 아끼고 사랑하던 화초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참 미안하구려. 요즘은 향기 내는 식물을 당신의 분신으로 알고 잘 보살피고 있으니 섭섭했던 마음일랑 날려버리세요.”라고.
봄가을로 정성 들여 화초에 분갈이를 하던 모습이 선하다. 지난 겨울 동짓날 이 세상을 떠났는데 엊그제 하지를 맞으면서 벌써 반년이 지났다. 올해는 봄 분갈이를 못한 채 메마른 여름 더위 속으로 힘없이 빠져 들고 있다. 그리움에 지쳐가는 내 자신을 추스르며 화초들이 가을철 분갈이를 할 때까지 잘 자라도록 가꿀 참이다.
언젠가 아내가 호주에 먼저 가있고 한 달 후에 내가 갔을 때가 생각난다. 출석하는 루터교회의 호주인 목사가 내 아내를 ‘로즈마리’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왜 그런 호칭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그간 아내는 그곳에 가 있을 때마다 주일날이면 교회에 나가 자원봉사를 했던 것이다. 독일계 호주인들이 감동을 받아 감사와 애정의 뜻을 담아 ‘로즈마리’라는 호칭을 부여했던 것이다.
 나는 30여년이 넘도록 목회를 하며 같이 살다가 간 아내가 좋아하는 화초의 이름을 제대로 몰랐다. 외로운 마음을 달래는데 좋다는 반려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가 향기를 내는 것이 ‘로즈마리’라는 것을 알았다. 꽃이 피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항상 푸른 잎으로 향기를 뿜어내는 게 아내의 삶과 고운 자태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이에 ‘나의 반려식물이 이거로구나’ 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더욱이 아내가 호주교회에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아름답고 겸손하게 실천한다는 뜻으로 얻어진 이름이 ‘로즈마리’여서 어느 화초와 비교할 수가 없다.  
이전에 나는 베란다에는 화초보다 토마토와 몇 가지 채소를 심었으면 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것들은 마트에서 얼마든지 사다 먹을 수 있다며 정성껏 화초를 가꾸었다. 거기다 봄이면 부활절, 가을이 되면 추수감사절 준비를 한다며 나를 운전시켜 양재동 화훼시장으로 갔다. 나는 무슨 꽃을 고르든지 사가지고 가자는 대로 뒷좌석과 트렁크에 가득 싣고 향기를 내는 화분을 끌어안고 옆에 앉아 “여보 미안하지만 조심해 가주세요”라던 모습이 애잔하게 떠오른다.  
 아내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였다. 수원기독호스피스병원에서 10여 년간 지망생들 교육과 말기암 환자들을 맡아 임종 시까지 돌봐주는 봉사를 ‘로즈마리’ 향기처럼 진하게 했다. 반면 나는 산이 좋아 멀리 등반 여행이나 하고 문학공부를 한다며 서울 나들이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이제는 혼자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고아가 된 느낌에, 등받침대가 빠져버린 의자에 앉아있는 것 같고 벽이 허물어지고 없는 느낌이다. 늘 당신의 노후 뒷바라지는 걱정 말라던 사람이 먼저 가버린 것을 생각하자니 괘씸하다는 마음이 들고 배신을 당한 기분이다.
월요일 아침이면 의례히 나는 문학공부를 하러 서울로, 아내는 호스피스 봉사를 하러 나가기 위해 바빴다.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면서 “여보 미안하지만 호스피스용 앞치마 좀 다려주세요”라고 하면 나는 의례껏 다리미질을 했던 게 바로 엊그제처럼 눈앞에 선하다.
사후 수목 장을 바랐던 아내의 뜻을 이행하려고 여러 각도로 생각을 거듭했다. 국가유공자인 나와 국립현충원에 안장되기 위해 그 사람의 분골에 그간 모아둔 내 머리털과 손톱, 발톱을 섞어서 일부를 정리해 두고 나머지를 기념이 될 만한 곳의 소나무아래 묻었다. 그윽한 향기를 뿜는 영원한 ‘로즈마리’로 고이 잠들기를 바라는 나와 자녀들의 간절함에서다.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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