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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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주일날 W교회 2부 예배 찬양대 석에 섭니다. W교회에는 예쁘게 꾸민 찬양대실이 있는데, 100여 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들이 놓여 있습니다. 창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교회의 넓은 마당과 벚나무 등이 심겨 있는 정원을 볼 수 있습니다. 창 밖 경치를 보며 녹차를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가지다 보면 연습 시간이 됩니다. 숨을 깊게 들이쉰 후 대포알처럼 내뱉는 발성 연습을 한 후 본당에 들어가서 경건하고 정성들인 찬양을 부르고 목사님 설교를 듣습니다.
나는 다니엘 세이레 새벽 기도회에 꼭 참석합니다. 새벽 3시 50분에 일어나 간단히 세면한 후 집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교회에 갑니다.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예배당 안을 환히 밝힌 가운데 삼백여 명의 교인이 속속 모여들어 예배를 봅니다. 예배가 끝난 후 나는 기도합니다. 아들이 정규직에 취업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딸아이가 임신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아내가 믿음을 가지고 건강하게 살도록 기도하고, 형제들의 장수를 위해 기도합니다.
아침이면 책상 앞에 앉아, 그 날 주님이 주신 영감을 정리합니다. 이스라엘 민중에게 왕따를 당하던 삭개오를 나무에서 내려오게 하여 그 집에 머무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남이 알아 주지 않아도 고독의 한가운데 앉아 글을 쓰는 나에게 찾아오시는 주님을 영접합니다. 주님이 동행하심으로 글은 생명을 가지고 usb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주님은 나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함께 하십니다.
두 달에 한 번씩 처갓집 식구들과 함께 집 근처의 뷔페에 갑니다. 손자가 태어났다는 이야기, 손자들 돌보는 이야기와 함께 건강을 챙기라는 조언을 하면서 맛있게 식사를 합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나는 팥빙수 기계쪽으로 가서 유리 그릇에 눈처럼 소복히 어름을 넣고 팥고물과 우유와 떡알과 미숫가루를 넣고 빙수를 만들어 먹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딱 한 그릇만 먹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임이 없는 날이 더 많습니다. 아내와 아들이 출근한 집에 아내가 차려 놓은 밥상이 있긴 하지만, 점심은 주로 동네 나들이를 하면서 먹는 편입니다. S동에 있는 메밀 국수 집은 제 단골입니다. 원래 나는 비빔 국수를 좋아하지만, 짠 것이 몸에 안 좋다 하여 그냥 물에 말은 국수를 먹는 편입니다. 요즘 들어 음식점이 잘 안 되어서인지 신장 개업한 집이 많습니다. J순대국집이 육천원짜리 한식 뷔페로 바뀌는가 하면, 엊그제까지 손님이 차고넘치던 K감자탕집은 요즘 한가합니다.
집에 오면 아내가 사다 놓은 빨간색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합니다. 앞치마를 둘러야 그릇을 씻을 때 물이 튀지 않습니다. 그릇 세척기가 있긴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 별로 사용 안 합니다. 설거지를 끝내면 싱크대와 식탁을 깨끗이 닦습니다. 설거지가 끝나면 빨래를 합니다. 세탁 시간은 19분으로 맞추어 놓습니다. 그래야 전기세가 절약됩니다. 와이셔츠나 바지는 탈탈 털어서 양손으로 쭉쭉 펴서 건조대에 걸어야 빨래가 말랐을  때 구김살이 없습니다. 집안 청소와 요리 이야기는 지면 관계상 생략하겠습니다.
家事가 끝나면 주일날 부를 찬양을 이어폰을 꽂고 듣습니다. 행여라도 위아랫집에 소음으로 들리면 안 되니까요. 가사를 먼저 익히고 내가 찬양하는 모습을 표정 연기까지 해 가며 마인드 컨트롤합니다. 가끔 솔로를 준비할 때면 일주일 내내 스마트폰을 들고 연습에 연습을 더합니다. 이래 뵈도 내가 음치를 면해 2부 예배 솔리스트가 된 것은 이런 연습 덕분인 것 같습니다.
오후에는 하나님의 자녀에 걸맞는 성경 구절을 인터넷에서 찾아 봅니다. 주님이 함께 하실 때 힘이 생겼다는 삼손 이야기,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넓은 땅을 확보하였다는 다윗왕 이야기, 주님이 주신 미모로 바벨론 왕에게 잘 보여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살려냈다는 에스더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하나님이 함께 하신 사람들의 인간미를 상상해 봅니다.
저녁에는 퇴근한 아들과 식탁에 같이 앉습니다. 비록 계약직이긴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아들에게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나처럼 우둔해서 취업을 할 수 있는 자격 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졌지만, 절대 실망의 눈치를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의 자녀에게는 오로지 절대 긍정, 절대 낙관이라는 아름다운 마음이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내가 감사한 것은 나의 평범한 일상에도 주님이 동행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기도하고 말씀 보며 찬양하는 생활은 삶의 기쁨이며 활력이 되는 생활입니다. 내가 가족과 형제들을 사랑할 수 있는 것도 나와 동행하시는 주님의 인도하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나와 동행하신다는 믿음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천국과 영원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게 합니다. 그러기에 평범한 나에게도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함께 하십니다. 이 주님은 오늘도 나와 동행하십니다. 이것이 나의 삶이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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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행복론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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